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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현의 종횡무진]김구 신격화라는 맹목적 집단 최면에서 깨어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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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현의 종횡무진]김구 신격화라는 맹목적 집단 최면에서 깨어날 때다
  • 매일산업뉴스
  • 승인 2024.08.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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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조남현 시사평론가

민족주의가 횡행하는 한국 사회에서 김구 예찬은 남는 장사
진실을 알려면 있는 그대로의 사실에서부터 출발해야
백범 김구 ⓒ네이버 블로그 캡처
백범 김구 ⓒ네이버 블로그 캡처

광복회와 야권의 불참으로 광복절 기념행사가 쪼개진 이후에도 역사전쟁이 이어지고 있다. ‘테러리스트 김구’라는 책이 출간되면서다. 이종찬 광복회장은 이 책의 출간과 관련, 지난 14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김구 선생을 고하 송진우를 암살한 테러리스트로 전락시키려는 거대한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며 “이승만 대통령을 치켜세우고 이 기회에 김구는 죽여버리자, 이런 음모인 것 같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윤석열 정부의 한국학중앙연구원장이나 독립기념관장 인사와 ‘테러리스트 김구’ 출간이 거대한 음모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일련의 과정인 듯 말했지만, 이는 양지만을 좆은 그가 한국 현대사에 대해 어떤 고민이나 문제의식도 갖지 못한 채 살아왔을 뿐임을 드러낸 것에 불과하다. 

한국 현대사에 대한 한국 사회의 이해는 극과 극으로 갈려 있다. 그리고 논란의 중심에 김구가 자리하고 있다. 김구를 통일의 화신이자 국부로 추앙하는 시각과 대한민국의 반역자로 인식하는 시각이 교차하는 게 그것이다. ‘테러리스트 김구’는 후자의 인식에서 테러리즘과 관련한 부분을 집약한 연구서인데, 맹목적 좌파 민족주의 사관에 의식화된 이 회장이 그 사실을 모른 채 마치 거대한 음모라도 있는 양 과장하여 말하고 있을 뿐이다. 물론 그건 그의 무지의 탓일 뿐 악의적인 의도 때문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필자는 지난 6월 27일 6·25 74주년을 계기로 김구가 대한민국에 반역을 저질렀음을 이 칼럼을 통해 설명한 바 있다. 북한의 남침을 확신하고 있으면서도 그걸 감춘 채 오히려 연막을 쳤다는 내용이다. 거기서도 지적했지만, 김구는 역사에 큰 죄를 지었다, 다만 위선적인 한국 사회가 그걸 애써 외면해 왔을 뿐이다. 

조남현 시사평론가
조남현 시사평론가

한국 사회에서 김구는 신화가 되어 있다. 그에 대한 비판은 금기가 되어 버린 지 오래다. 한국 사회는 마치 집단 최면에 걸린 듯 김구 신화에 무기력하다. 잘못 알고 있는 사실에 의해, 나아가 이념적 목적에 의해 만들어진 신화가 명백함에도 김구는 ‘평생을 조국의 독립과 자주 평화통일에 모두 바치신 민족의 지도자이며 겨레의 큰 스승(백범기념관 김구의 좌상 설명)’으로 떠받들어지고 있다. 이런 우상숭배가 없다. 독일 국민이 열광적으로 히틀러를 받들었을 때의 그 광기와 한국 사회의 김구 신화 사이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알 수 없다. 

한국 사회가 이처럼 위선으로 가득 찬 까닭은 지식인 사회가 위선적이기 때문이다. 이른바 지식인이라고 칭해지거나 자처하는 자들 대부분 시류에 영합하여 자신의 정치적‧사회적 영향력을 키우려 하지 진실과 마주할 용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기회주의자들이다. 그리고 대중은 그런 자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그래서 신화는 더욱 강고해지고, 신화가 다시 대중과 지식인 사회를 오염시키는 악순환이 되풀이돼왔다. 김구는 순백의 영혼이어야 하고, 통일 조국을 위해 기꺼이 몸 바친 겨레의 큰 스승이어야 한다. 거기에 조금만치의 흠집을 낼 만한 사항은 그것이 설령 사실이라 하더라도 곧이곧대로 말하는 것은 불경스러운 일이다.

특정 이념의 사람들만의 일이 아니라 사회 전체 분위기가 그렇다. 그래서 예찬은 확대 재생산되어 온 데 반해 비판은 움츠러들 수밖에 없어 왔다. 김구를 비판하는 것은 반역이자 반민족적 이적행위로 여겨져 왔다. 친일파, 혹은 토착 왜구라는 주홍글씨를 가슴에 달고 다닐 결심이 아니라면 김구의 부정적 측면을 언급하는 건 엄두가 나지 않는 일이었던 게 저간의 사정이다. 

물론 김구가 정부 구성조차 어려운 상황에서 임시정부 간판을 메고 고난의 길을 걸었던 사실은 높이 살 만하다. 그렇다고 해서 반역의 사실이 ‘없던 일’이 되는 것은 아니다. 생애 대부분을 독립운동에 헌신했다 하더라도 마지막에 일본 제국주의에 협력했다면 친일파로 낙인찍히는 게 우리 사회다. 그러나 김구만은 예외다. 그가 반역을 저질렀음에도 오히려 우상화하고 성역화해 온 게 우리 사회다. 그리고 그것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그러다 보니 지식인들조차 김구를 비판하는 데 있어서 자기 검열을 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가 되었다. 이에 따라 한 사람의 독립운동가, 또는 한 사람의 정치인으로서 그를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일은 금기가 되어 버렸다. 지식인들에게 그런 풍토는 부끄러운 일이지만 누구 하나 어이없는 이 현실을 문제 삼는 사람이 없었다. 

김구 예찬은 사업성 좋은 장삿거리이기도 하다. 21세기에도 여전히 민족주의가 횡행하는 전근대적인 한국 사회에서 김구 예찬의 재생산은 대개 ‘남는 장사’가 된다. 미망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는 대중을 상대로 맹목적 민족주의를 토대로 김구 신화를 소재로 삼으면 필경 우중은 거기에 열광할 것이다. 유튜브, 신문잡지, 심지어 공중파 공영방송에서까지 김구를 우상화하는 ‘창작’이 넘쳐났던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역사학자나 정치학자라는 자들이 여기에 동원되곤 하는데, 역사에 무지한 연예인들이 그들의 설명에 맞장구치는 것은 그럴 수 있다 해도 학자인 그들의 설명과 역사 해석에서 지성의 결핍을 발견하는 건 정말 참을 수 없는 일이다.

김구 신화가 정치적으로 이용되어 온 건 가장 뼈아픈 일이다. 우리 사회가 전근대에서 벗어나기는커녕 오히려 그 심연으로 빠져들게 하는 데 있어서 가장 결정적으로 작용해 온 것을 꼽으라면 필자는 단연코 민족주의와 김구 신화를 첫손에 꼽는다. 그런데 거기에 정치적 배경이 있다는 사실은 이제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하지만 아직도 대한민국 건국을 반대하고 방해한 김구를 국부로 숭배하는 사람들이 여론몰이라도 할라치면 대중은 속절없이 거기에 넘어간다.
 
김구 신화는 집단 최면의 결과이자 하나의 ‘거대한 사기’다. 중요한 건 이 세기적 사기를 대중이 눈치채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어쩌면 심지어 이 역사의 사기를 만들어 온 사람들조차 만들어진 신화를 진실이라고 굳게 믿으며 자기 확신을 강화해 왔는지도 모른다. 이대로 두면 신화는 생명력을 유지하며 세대를 이어 전승될 것이다. 지금까지 그래왔듯.

무엇이 역사의 진실인가 하는 물음에 대한 답을 구하려면 무엇보다도 있는 그대로의 사실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역사적 사실에 어떤 가치를 부여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사실 자체가 있는 그대로의 것임을 전제할 때 비로소 의미가 있다. 그런데 김구에 대한 평가는 사실에 기초하지 않거나 왜곡 또는 조작된 사실에 기초해있는 게 많다. 이는 반드시 바로잡지 않으면 안 된다. 거짓과 위선이 역사가 되어서는 곤란하지 않은가.

 

*이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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