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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현의 종횡무진]모택동과 이재명, 홍위병과 개딸, 전체주의로 대동단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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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현의 종횡무진]모택동과 이재명, 홍위병과 개딸, 전체주의로 대동단결
  • 매일산업뉴스
  • 승인 2024.08.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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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조남현 시사평론가

국회 풍경마저 ‘정치’의 언어가 사라지고 증오와 저주만 난무
이재명의 관대한 태도는 수령으로의 절대 권위 인정받기 때문
28일 오전 충남 공주 충남교통연수원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당대표·최고위원 후보자 합동연설회에서 김두관 후보와 이재명 후보가 연설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28일 오전 충남 공주 충남교통연수원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당대표·최고위원 후보자 합동연설회에서 김두관 후보와 이재명 후보가 연설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직접민주주의가 정치 권력과 결합할 때 독재 권력이 된다는 걸 ‘나치’에서 봤다!”

이재명 후보가 90%가 넘는 절대적 지지를 이어가고 있는 요즘 민주당 대표 순회 경선 이야기가 아니다. 민주당 이원욱 의원이 2023년 12월 7일 자신이 속한 당과 당 대표를 향해 쏟아낸 독설이다. 이 의원이 자당을 ‘나치’에 빗대 극단적인 비판을 가한 것은, 민주당이 사실상 이재명 대표 사당으로 전락한 데 대한 개탄이었다. 하지만 이후 ‘이재명의 민주당’이라는 상황은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이재명 1인 지배체제는 더욱 견고하게 굳혀졌다. 그가 한마디만 거들어도 최고위원 후보 경선 판도가 달라지는 상황이 민주당의 현실이다.

김두관 당 대표 경선 후보가 “소수의 강경 개딸(개혁의 딸)들이 민주당을 점령했다”고 비판한 데 대해 최고위원 경선 후보들과 지지자들이 보인 반응은 민주당의 현주소를 정확하게 보여준다. 정봉주 최고위원 후보가 김 후보에게 사과를 요구하며 비난하자 지지자들이 환호한 것은 ‘이재명의 민주당’에 조금만치의 흠집이라도 가는 것은 용납하지 않겠다는 민주당 내 분위기를 웅변한다. 김 후보가 “그 정도 반대 목소리도 수용하지 못하는 민주당이 아니지 않나”라고 항변했지만 ‘수박’ ‘또라이’와 같은 거친 비난과 야유가 쏟아졌다는 사실은 김 후보가 지금의 민주당을 정확하게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확실히 지금의 민주당은 과거의 민주당과는 전혀 다르다. 특히 강성 지지자들의 행태는 맹목적이고 반문명적이며, 반이성적인 나치 친위대나 문화혁명 시기 중국 홍위병을 연상케 한다는 점에서 과거에는 볼 수 없었던 모습이다. 지지자들만이 아니라 민주당의 원내·외 정치인들도 이재명의 입, 호위무사를 자처한다. 그건 스스로 홍위병을 자임하는 것이건만 그들은 아무런 부끄러움도 느끼지 못하는 듯하다. 한국 정치사에서 일찍이 이런 일은 없었다. 민주당은 어느 시점에서부터인가 문화혁명을 겪고 있다.

민주당의 전체주의화는 국회의 풍경마저 바꿔놓았다. ‘정치’의 언어가 사라지고 그 자리를 증오와 저주가 대체하면서 각 상임위원회는 살벌한 전투장으로 변했다. 과거 국회의원들은 여야 간에 속으로는 경멸할망정 앞에서는 “존경하는 〇〇의원님!”이라는 최소한의 형식적 예의는 갖추었다. 그건 역겨운 위선이었지만, 그런 역겨운 ‘위선’이 일종의 완충장치의 기능을 했다. 그래서 이제는 오히려 그런 ‘역겨운’ 장면이 그리울 정도다. 그만큼 체면이고 예의고 없이 상대에게 저주를 퍼붓는 모습이 국회의 일상적인 풍경이 되어버렸다. 누가 더 격렬하게 상대를 저주하는지에 따라 지지자들의 평가가 달라지니 특히 민주당 의원들은 막말 쏟아내기 경쟁을 벌인다.

당 대표와 현역 의원들이 지지자들에 휘둘리니 이제는 극렬 지지자들이 스스로 무소불위의 힘을 휘두를 수 있다고 여기는 듯하다. 심지어 당 대표조차 그들이 그들의 뜻대로 움직이게 할 수 있다고 믿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건 착각이다. 중국 문화혁명 당시 홍위병들은 마오쩌둥의 의지에 따라 움직이는 집단이었다. 그들은 스스로 생각하여 마오쩌둥을 보위한다고 여겼겠지만, 사실은 스스로 생각할 줄 모르는 볏짚 인형들에 불과했다. 그런데 지금의 이재명 극렬 지지자들은 그들이 이재명을 조종할 수 있다고 믿는 듯하다.

중국의 문화혁명은 전근대적인 문화와 자본주의를 타파하고 사회주의를 실천하자는 게 명분이었다. 말하자면 대대적인 정신혁명운동이었던 셈이다. 그 배경은 대약진 운동의 실패로 수천만 명이 굶어 죽은 데 대해 이를 주도한 마오쩌둥이 국가주석직을 내려놓은 뒤 벌어진 권력투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공산주의자들의 권력투쟁에서 예외 없이 나타나는 게 사상투쟁이다. 그건 인간 개조 운동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는 개별자로서의 인격과 인간성을 파괴하는 것이다. 문화혁명 당시 수많은 공산당 지도자급 인사들이 홍위병으로부터 인간으로서는 견딜 수 없는 수모와 폭력을 당하는 현장의 모습이나 영상을 보면 인간 말살의 극단적 행태를 확인할 수 있다.

민주당의 문화혁명 역시 비슷한 성격을 띤다. 중국에서 문화혁명이 가능했던 것은 중국 ㄱㅇ산당이 마오쩌둥이라는 수령중심체제였기 때문이다. ‘당 중앙’이자 ‘수령’인 마오쩌둥은 절대적 권위를 지닌 존재였고, 그래서 대약진 운동의 참담한 결과로 실각하고 정치적으로도 수명이 끝났어야 했지만, 수령을 보위해야 한다는 우매한 대중 인민의 봉기로 마오쩌둥은 정적들을 제거하며 절대자의 자리를 지킬 수 있었다. 이재명의 민주당도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이재명은 당 대표(지금은 형식적으로 후보이지만 실질적인 대표다)라기보다는 수령에 가까워 보인다. 민주당 지지자들은 물론 일부를 제외하면 현역 의원들마저 그 권위 앞에 꿈쩍도 하지 못한다. 이 대표가 늘 너그럽고 관대한 태도로 반대자들을 쓰다듬는 듯한 모습을 보일 수 있는 것도 그가 수령으로서의 절대 권위를 인정받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에서의 문화혁명은 민주주의를 사실상 질식시키고 있다. 당내 민주주의의 숨통을 조이는 것은 물론이고, 민주당 지지자들의 정신마저 바꿔놓고 있다. 그리고 그 바람에 한국에서 정치가 실종되어 버렸다. 민주주의를 가능케 하는 관용의 정신이 사라진 탓이다. 당내에서조차 다른 목소리를 용납하지 않는 마당에 다른 정파와 대화하며 타협하는 정치를 이루어낼 수 있겠는가.

 

*이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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