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2024-09-21 16:35 (토)
[조남현의 종횡무진]왜 김건희 여사가 논란 중심에 있나
상태바
[조남현의 종횡무진]왜 김건희 여사가 논란 중심에 있나
  • 매일산업뉴스
  • 승인 2024.07.18 06: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글ㆍ조남현 시사평론가

민주당 공세 배경엔 김 여사 자신이 꼬투리 잡히는 모양새
육영수 여사가 어떻게 했는지 깊은 사유와 함께 살펴보길
김건희 여사가 지난 1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민주주의진흥재단(NED)에서 열린 북한인권간담회에서 북한 억류 피해자와 유족, 북한인권 개선 활동 중인 탈북민, 북한 전문가 등을 만나 북한의 인권문제와 개선 방향에 대해 의견을 나누며 메모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건희 여사가 지난 1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민주주의진흥재단(NED)에서 열린 북한인권간담회에서 북한 억류 피해자와 유족, 북한인권 개선 활동 중인 탈북민, 북한 전문가 등을 만나 북한의 인권문제와 개선 방향에 대해 의견을 나누며 메모하고 있다. ⓒ연합뉴스

심상치 않다. 잘못돼도 한참 잘못되었다. ‘여사가 만사’인 나라가 아닌가 할 정도로 고비 고비마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 이름이 등장하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비정상이다. 사회의 어두운 곳을 보살피는 일과 같이 과거 대통령 부인들이 소리 없이 활동하던 일과 관련해서도 아니고 정치적 파장이 큰 사안과 관련하여 김 여사 이름이 거론되는 건 참으로 불길하다. 민주당이 집요하게 김 여사를 공격하여 국격을 떨어뜨리는 것도 볼썽사납지만 김 여사 자신이 꼬투리를 잡히는 모양새도 개운치 않다.

국민의힘 당 대표 경선이 과열되면서 불거져 나온 이른바 ‘읽씹(읽고 무시)’ 논란은 당권 주자들은 물론 당 전체의 지력을 의심케 하는 사건이다. ‘읽씹’은 결코 테이블에 올려서는 안 될 사안이었다. 논란이 커질수록 당이 안아야 할 리스크가 커지기 때문에 보통 상식으로라면 그런 사실이 있더라도 감출 법한데도 온 세상이 들으라고 큰 소리로 떠들었으니 이런 자해가 따로 없다.

보도에 따르면 김 여사는 지난 1월 19일 당시 비대위원장이던 한동훈 후보에게 “최근 저의 문제로 물의를 일으켜 부담을 드려 송구하다. 몇 번이나 국민께 사과를 하려고 했지만 대통령 후보 시절 사과를 했다가 오히려 지지율이 떨어진 기억이 있어 망설였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에서 필요하다면 대국민 사과를 포함해 어떤 처분도 받아들이겠다. 사과하라면 하고 더한 것도 요청하시면 따르겠다”는 텔레그램 메시지를 보냈다.

혹자는 김 여사가 자신 때문에 당이 곤경에 빠졌으니 고심 끝에 결자해지 차원에서 선거를 총괄하는 비대위원장에게 ‘디올백’과 관련하여 대국민 사과를 할지에 대해 판단을 구한 것이며, 이는 자연스럽고 지극히 상식적이라고 김 여사 역성을 들며 아무 답변도 하지 않은 한 후보가 잘못했다고 주장한다. 다른 당권 주자들은 당시 한 후보가 대국민 사과를 요청했다면 총선에서 유리한 결과를 낳았을 거라고 주장한다. 넌센스다. 김 여사는 이런 메시지를 비대위원장에게 전해서는 안 되었다. 메시지를 전한 순간 김 여사는 ‘정치’를 한 것이 되기 때문이다. 대국민 사과가 필요한지는 남편인 대통령과 의논해야지 왜 당의 판단을 구한단 말인가. 김 여사가 대통령인 남편을 제쳐두고 당과 직접 소통하는 건 대통령을 무시한 채 직접 판단하고 의사결정을 한 것이다. 그래서 윤 대통령 부부의 관계에서 김 여사가 우위에 있는 게 아닌가, 나아가 김 여사가 상왕이나 섭정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낳는다.

조남현 시사평론가
조남현 시사평론가

김 여사가 정치평론가 진중권 광운대 특임교수에게 직접 전화해 무려 57분간이나 통화했다는 사실도 그가 ‘정치’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드러냈다. 대통령 부인이 평론가와 긴 시간 통화했다는 사실은 어떤 현안을 두고 속 깊은 의견을 나누었음을 뜻한다. 그리고 그건 정치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말해주는 것이자 그 자체로 정치적 행위다. 대통령이 정치 현안에 대해 공직에 있지 않은 그 누구의 의견을 듣든 아무 문제 될 게 없다. 하지만 대통령 부인이 그런 정치를 하는 건 그 자체로 문제이기도 하지만 대통령을 ‘바지사장’ 쯤으로 비치게 한다는 점에서 여간 큰 문제가 아니다.

김 여사는 진 교수와의 통화에서 “1월에 사과를 말린 사람들이 나를 이용해 이익만 추구하려 한다”고 토로했다고 한다. 이 말은 김 여사가 대통령인 남편을 좌지우지하는 힘을 가졌다고 믿는 사람이 많다는 추리를 가능케 한다. 출세하려면 대통령에게 잘 보이는 것보다 대통령을 움직이는 실제 권력자에게 인정받아야 한다고 믿는 사람이 많다면 그들이 어떤 파당을 짓고 어떤 일을 꾸밀지 누가 알겠는가. 그러니 국정 농단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 아닌가.

진 교수가 김 여사와의 통화 사실을 공개한 건 김 여사의 신뢰를 저버렸을 뿐 아니라 인격적으로 모욕을 주는 비겁한 행위라는 비판이 있고 그게 사실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김 여사의 잘못이 가려지지 않는다. 진 교수의 비겁하고 부도덕함은 전혀 별개의 사안이다.

진 교수와 장시간 통화했다는 사실이 보도되었을 때 대선 직전인 1월 공개된 ‘서울의 소리’ 녹취록의 악몽이 떠올랐다. 당시 저급한 유튜브 방송과 7시간 45분가량이나 통화했다는 소리에 깜짝 놀랐지만, 그 내용도 경천동지할 만한 것이어서 충격을 금치 못했었다. 김 여사는 “내가 정권 잡으면 거기(서울의 소리)는 완전히 무사하지 못할 거야”라고 했다. 정권 창출의 주체가 윤 대통령이나 국민의힘이 아니라 김 여사 자신이라는 인식이 담긴 말이다. 이쯤 되면 정권의 사유화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지경이니 국민의 외면을 초래할 뻔 했고, ‘서울의 소리’도 그걸 노려 함정을 파놓고 김 여사를 유인했을 거다. 그 바람에 자칫 좌파로부터의 정권 탈환이라는 역사적 사건은 벌어지지 않고 대신 범죄자가 호령하는 나라가 될 뻔했다.

김 여사는 그 녹취록에서 “우리 남편은 바보다. 내가 다 챙겨줘야지 뭐라도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도 했다. 어쩌면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지 모를 일이다. 어쩌면 윤 대통령도 그렇게 믿고 김 여사에게 의지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큰일이다. 음험한 유튜브 방송의 개미지옥에 끌려 들어가고, 목사인가 사기꾼인가 모를 사람이 파놓은 함정에 자신도 모르게 빠지는 낮은 수준의 지력을 지닌 사람이 정치를 주무르고 있다고 생각하면 등골이 오싹해진다.

채 상병 사건과 관련하여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구명 의혹에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공범 이 모 씨가 언급되고 있다는 사실도 사태가 어디로 흘러갈지 알 수 없게 만들고 있다. 일단은 구명 로비가 있었는지에 대중의 관심이 쏠리고 공수처 수사도 거기에 초점이 맞추어지겠지만 불똥이 어디로 뛸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여기에 또 김 여사 이름이 거론되고 확인되는 날에는 가뜩이나 취약한 윤석열 정부와 여당은 재기불능에 빠질 것이다. 지금 국민의힘 대표 자리를 놓고 각 후보가 악다구니를 쓰고 있지만, 그 잘난 당 대표가 되기 위해 당을 망치고 나라를 망치는지도 모르는 것 같아 한숨만 나온다.

김 여사는 대통령이 빛을 발하게 하려면 그 부인이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지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한다. 자신이 대통령의 보호자를 자처하며 윤 대통령이 자기가 챙겨주지 않으면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면 부부라는 사적 관계를 대통령과 영부인이라는 공적 관계와 혼동하는 것이다. 김 여사는 과거 박정희 대통령 부인 육영수 여사가 어떻게 했는지 깊은 사유와 함께 살펴보기 바란다. 거기서 성찰을 얻지 못한다면 그건 김 여사와 윤 대통령뿐 아니라 국민의 불행이 된다.

 

*이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