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 성장 원한다면 노랑봉투법부터 폐기하라
입점 업체들에 독이 될 플랫폼규제법도 마찬가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가 지난 10일 당 대표 선거 출마 선언에서 “‘먹사니즘’이 유일한 이데올로기가 돼야 한다”며 “성장의 회복과 지속 성장이 ‘먹사니즘’의 핵심”이라고 선언해 놀라움을 주었다. 당 대표 여부를 떠나 그는 사실상 유일 체제 민주당의 ‘수령’이라는 점에서 그가 성장 담론을 꺼냈다는 사실은 매우 중요하다. 민주당의 기존 정체성까지 바꿀 수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 전 대표는 진짜 ‘먹사니즘’을 모르는 것 같다.
이 전 대표는 “인공지능(AI)으로 상징되는 과학기술의 신문명 시대가, 기후 위기에 대응한 에너지 대전환의 시대가 새롭게 열리고 있다”며 과학기술과 연구·개발 투자 확대와 이를 통한 기술 인재 양성, 에너지 고속도로, AI 기반 지능형 전력망 건설 등을 제시했는데, 그와 같이 지당한 ‘부처님 말씀’보다 중요한 건 지속 성장을 위한 실질적인 정책을 생산해 낼 수 있는가이다.
이 대표가 정책 생산과 관련하여 꼭 생각해야 할 것은, 어떤 목적을 갖고 법을 만들었을 때 기대한 것과는 다른 결과가 나타난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법은 함부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 그런데 무한 정쟁에 여념이 없을 듯한 민주당 의원들이 이 혼돈의 와중에서도 여러 가지 규제 법안을 발의하거나 준비 중이라는 사실을 이 전 대표는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 법은 반드시 입법원칙에 부합하도록 만들어야 하는데 민주당 의원들은 입법원칙이라는 걸 알지 못하는 듯하며, 아예 법철학이 없어 보이는 데 이 전 대표는 이에 대해 한 번이라도 심각하게 생각해 보았을까.

누차 강조한 바 있지만 입법원칙에 부합하게 하려면 법은 ‘일반적인 규칙’이어야 한다. 왜 그러냐면 우리는 미래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으며 그런 전제에서 세세하게 미리 알 수 없는 상황에서도 작동할 수 있도록 제정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지 않는다면 사람들이 삶을 영위할 수 없다. 법을 어기지 않으려면 일일이 모든 법 규정을 알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살면서 모든 법 조항을 다 알고 기억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시장의 상인들은 상법이며 민법 등에 대해 알지 못하지만 장사를 하는 데 아무 어려움도 느끼지 않는다. 그게 가능한 것은 ‘일반적인 규칙’을 알기 때문이다. 일반적이라는 말은 보편적이라는 말이고, 누구나 알고 있는 규칙이라는 것은 그것이 상식이라는 의미다. 그래서 입법은 상식으로서의 일반적인 규칙안에서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다. “법은 상식의 최소한”이라는 말은 단순히 법의 특징이나 본질에 대한 설명을 넘어 입법원칙을 담고 있는 경구로 이해해야 한다.
프리드리히 하이에크는 “법의 지배는 입법의 범위를 형식적 법으로 알려진 것과 같은 종류의 ‘일반적 규칙들’로 제한하며, 특정한 사람들을 직접 목표로 둔 입법이나 혹은 누구든 그와 같은 차별을 위한 목적으로 국가의 강제력을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입법은 배제해야 한다”고 했다. 법은 탈목적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심지어 그는 “그래서 특별법은 법의 지배에 손상을 입힌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런데 민주당 의원들은 자동판매기에서 상품을 배출하듯 입법원칙에 어긋나는 법안을 마구잡이식으로 쏟아내고 있다.
한 시민단체에 따르면 22대 국회는 개원 한 달간 규제 법안 283건을 발의했다고 한다. 당연히 민주당 등 야당 발의가 압도적이다. 그 법안들을 들여다보면 발의 의원들이 어떤 사고의 세계에 있는지 보인다. 민주당 신영대 의원은 기업이 AI 관련 기술을 활용해 직원을 채용하는 경우 구직자에게 AI의 평가 방식이나 알고리즘의 작동 방법을 미리 알리도록 하는 채용절차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기업의 채용 방식이나 절차까지 법으로 간섭하겠다는 발상이다. 같은 당 박상혁 의원은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구축할 때 인근 지역 주민의 의견을 수렴하도록 규정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기업에 대한 주민들의 지대 추구를 조장하자는 것이나 다름없는 법안이다.
오기형, 민형배, 김남근 등 민주당 의원들은 경쟁적으로 온라인 플랫폼 규제 법안을 발의했다. 이들 민주당 의원들은 플랫폼의 불공정 행위로부터의 입점 업체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지만 사적 계약에 국가의 강제력을 행사하여 개입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문제임을 전혀 의식하지 못하고 있다. 나아가 입법 목적과 달리 오히려 입점 업체들에 손해가 될 거라는 점을 모르고 있다. 규제는 필시 새로운 플랫폼 기업의 시장 진입에 악영향을 미칠 것인데, 그렇게 되면 플랫폼 기업 간 서비스 경쟁으로 입점 업체들이 누릴 이익이 사라지게 될 것이다. 또 다양한 플랫폼 기업이 등장해야 한국의 중소기업 제품이 국내와 해외의 판로를 찾을 수 있다는 점에서도 입점 업체를 위해 플랫폼 기업을 규제한다는 것은 넌센스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야당간사를 맡고 있는 민주당 김주영 의원을 비롯해 같은당 김태선, 이용우, 박해철 의원 등은 오기를 부리기라도 하듯 21대 국회에서 폐기된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을 다시 발의한 것은 민주당 의원들의 의식이 이 전 대표의 성장 회복 및 지속 성장 구상과 정면으로 배치됨을 말해준다. 21대 국회에서 대통령이 재의요구권을 발동한 것은 이 법안이 경제 성장에 역행함으로써 근로자들에게 도움이 되기보다는 오히려 피해를 줄 게 뻔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김 의원의 새 발의 법안은 지난 국회에서 발의했던 것보다 훨씬 더 강화된 규제를 담고 있다.
이 새로운 법안은 근로자가 아닌 자도 노동조합에 가입할 수 있고, 자영업자와 하청업체 근로자를 비롯한 모든 이가 노동조합을 결성할 수 있도록 하며, 그들이 원하는 상대에게 교섭을 요구하고 쟁의행위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과 함께 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을 원천 봉쇄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법이 시행된다면 시장 질서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모든 경제 주체에게 피해를 주게 될 것이다.
이 전 대표는 입으로만 성장을 말할 게 아니라 그를 따르지 않을 수 없는 민주당 의원들의 의식부터 바꿀 생각을 해야 한다. 민주당 의원들의 시선으로 보면 세상에는 강자와 약자, 또는 갑과 을 두 부류의 사람만 존재한다. 그리고 그들은 늘 약자 편을 자처한다. 하지만 세상은 그리 단순하지 않으며 약자를 위한답시고 만든 법이 약자에게 힘이 되어주기는커녕 되레 고통을 안긴다. 문재인 정부 시절 임대차 3법이 대표적인 사례다. 노란봉투법도 약자들에게 힘이 되어줄 것 같지만, 궁극적으로는 피해를 줄 게 분명하다. 플랫폼 규제법이 입점 업체들에 약이 아니라 독이 될 것임도 마찬가지다.
이 전 대표는 압도적 다수의 원내 제1당을 이끄는 리더다. 나아가 차기 민주당 대선 후보가 확실시되는 사람이다. 따라서 그가 어떤 리더십으로 민주당을 변화시킬 것인가 하는 것은 민주당 차원을 넘어 대한민국의 앞날을 좌우하는 사안이라 할 수 있다. 그가 진짜 ‘먹사니즘’을 깨닫는다면 그 이상 좋을 일이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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