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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현의 종횡무진]먹사니즘의 출발은 노란봉투법 폐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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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현의 종횡무진]먹사니즘의 출발은 노란봉투법 폐지다
  • 매일산업뉴스
  • 승인 2024.07.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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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조남현 시사평론가

민생 외면한 채 정쟁으로 정부를 코너로 몰겠다는 정치적 셈법
대립적인 노사관계는 그동안 외국인 투자 유치에 가장 큰 걸림돌
지난 16일 오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고용노동법안심사소위원회가 열리고 있다. 이날 소위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이 당론으로 정한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연합뉴스
지난 16일 오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고용노동법안심사소위원회가 열리고 있다. 이날 소위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이 당론으로 정한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연합뉴스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 3조 개정안)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민주당의 낮은 지력과 통찰력 부재를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민주당의 눈에는 정녕 노란봉투법의 역설이 안 보이는 건가. 그들이 신주 모시듯 받드는 노동자에게 도움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해를 입힐 게 빤히 보이는데도 노란봉투법을 밀어붙이는 까닭이 무어란 말인가.

이 법안은 직접적인 계약 관계에 있지 않은 하청기업 노동조합이 원청기업을 상대로 근로조건 개선을 위한 교섭을 요구하고 파업을 벌일 수 있게 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는데, 이는 노사관계의 기본 틀을 왜곡하는 것이며 노사관계의 개념 자체를 바꾸는 것이다. 기본 질서가 무너지면 혼란은 불가피하다. 그리고 그 혼란은 기업에 큰 위험일 수밖에 없다. 당연히 투자는 위축되고 기존의 사업을 접으려는 기업도 늘 것이다. 그건 당연히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에 기존 근로자는 물론 노동시장에 진입하려는 젊은이들의 일할 기회를 빼앗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가 여론조사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하여 종업원 100인 이상 제조업 주한외국인투자기업(외투기업) 538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해 지난 22일 발표한 ‘한국 노동시장 인식조사’ 결과는 노란봉투법의 역설을 확인시켜준다. 이 조사에서 한국에 투자한 외국기업의 과반(53.0%)이 한국의 노동시장이 경직적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으며, 63.0%가 한국의 노사관계를 댜립적이라고 평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한국에서의 기업 운영에서 노사관계의 불안정성이 가장 큰 리스크라는 점을 말해준다.

조남현 시사평론가
조남현 시사평론가

외투기업들은 한국의 노사협력 수준을 100으로 했을 때 독일은 124.8, 미국은 121.4, 일본은 116.2, 중국은 89.7이라고 응답해 한국의 노사협력 수준을 낮게 평가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주목할 건, 외투기업 68.0%가 중장기 사업계획 수립 시 한국의 노사관계, 노동규제 등 노동환경을 중요하게 고려한다고 답했다는 사실이다. 투자유치에서 노동환경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얘기다. 한경협은 이에 대해 한국의 경직적인 노동시장과 대립적인 노사관계가 외투기업의 경영 불확실성을 가중시켜 다른 주요 국가들에 비해 사업계획 수립 시 중요한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외투기업들은 한국의 노동시장이 G5국가(미·일·독·영·프) 수준으로 개선될 경우 투자 규모를 평균 13.9% 늘릴 것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이와 관련, 한경협은 “한국의 노동시장 유연성이 미국, 영국 등 선진국 수준으로 개선되면 산술적으로 27억1000만 달러 규모(2023년 기준)의 외국인 투자 유입을 추가로 촉진할 수 있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정부와 국회는 외국인 투자 활성화를 위해 노동규제 개선에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고 논평했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한국의 경직적인 노동시장과 대립적인 노사관계는 그동안 외국인 투자 유치에 가장 큰 걸림돌 중 하나로 지적되어 왔다”며 “경제 블록화로 인한 탈중국 외국 자본의 국내 유치를 위해서라도 근로시간·해고 규제 완화 등을 통해 노동경직성을 해소하고 산업현장의 노사갈등을 부추길 수 있는 노조법 개정안(노란봉투법) 입법을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나 지금이나 국민 삶에 가장 중요한 것은 일자리다. 특히 질 높은 일자리를 얼마나 많이 만들어 내느냐가 국민 삶의 질을 결정한다. 그런데 민주당은 이 기본적인 사실조차 외면하고 있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와 재의를 통과하지 못해 폐기된 노란봉투법을 다시 꺼내든 것은 민주당이 그토록 강조해 온 민생을 외면한 채 정쟁으로 윤석열 정부를 코너로 몰아붙이겠다는 정치적 셈법의 소산이 아닌가 한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계속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안 될 상황을 연출해 냄으로써 정치적으로 이득을 볼 거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거부권이 빤히 내다보이는데도 노란봉투법 등 입법 폭주를 계속하는 건 달리 설명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국민은 노란봉투법의 실체에 대한 정보를 더 많이 갖게 될 것이고, 민주당은 정치적으로 이득이 아니라 손해를 볼 것이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18~19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하여 22일 발표한 정당 지지도 조사 결과 국민의힘이 1주일 전에 비해 4.1% 포인트 오른 42.1%를 기록한 데 반해 민주당은 1.8% 포인트 하락한 33.2%에 그쳤다는 사실은 민주당의 행보가 국민 눈에 곱게 비치지 않았다는 걸 말해준다. 물론 정청래 법사위원장의 막무가내식 위원회 운영 등 다른 요인이 작용했을 수 있겠지만 최소한 민주당의 입법 행보가 긍정적인 결과를 낳지 못했다는 점은 분명하다.

국민은 문재인정부 시절 임대차 3법 등 민주당의 입법 실패를 경험했다. 입법의 의도가 선하다 해서 결과가 선한 것으로 나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몸으로 느꼈다. 사회적 약자를 위한답시고 만든 법들이 오히려 사회적 약자를 곤경에 빠뜨렸다는 사실을 깨달은 국민도 많을 것이다. 비록 기억이 희미해질 수는 있어도 사실 자체는 사라지지 않는다. 민주당 지지율이 우하향하거나 답보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민주당의 입법 실패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민주당이 기존 질서를 무너뜨려 노동시장에 대혼란을 초래할 것이 분명한 노란봉투법에 ‘올인’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민주노총 등 과격한 노동계의 지지를 얻는 데는 도움이 되겠지만 대다수 국민으로부터는 외면당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그런데 노동계는 어차피 민주당의 우군이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민주당은 손해 보는 장사를 하는 셈이다.

대중은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이치를 따져서 민주당의 입법 행보가 옳다 그르다고 하지 않는다. 하지만 누구나 직관은 갖고 있다. 복잡하게 설명할 수는 없어도 ‘이건 아니다’는 걸 직관으로 간파한다. 노란봉투법이 시행되기 이전이라도 대중이 그 결과를 내다볼 수 있는 건 그런 직관의 힘 덕분이다. 그런데 이 법이 시행되어 그 결과가 현실로 나타났을 때는 직관이 아니라 경험이 된다. 그래서 대중은 민주당을 질타할 것이다. “일자리 없애지 못해 그렇게 안달했느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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