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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현의 종횡무진]양지만 쫓던 기회주의자 이종찬의 추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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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현의 종횡무진]양지만 쫓던 기회주의자 이종찬의 추태
  • 매일산업뉴스
  • 승인 2024.08.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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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조남현 시사평론가

민정당 창당 주도한 자가 김대중 때 국정원장
이회영 선생의 후광으로 큰 자가 역사논쟁 중심?
이종찬 광복회장 ⓒ광복회
이종찬 광복회장. ⓒ연합뉴스

이종찬 광복회장이 지난 10일 광복회 학술원이 운영하는 청년헤리티지아카데미 특강 인사말에서 자신이 광복절 기념행사에 참석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표명한 이유를 길게 설명했는데, 이해하기 어려운 논리적 비약과 비논리, 그리고 실제와 환상의 차이로 인한 인지 부조화가 보여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이 회장은 윤석열 대통령과 ‘전전 일본과 전후 일본을 혼동하지 말자’는 내용의 대화를 나눈 바 있다고 설명한 뒤 “그런 기조가 유지되는 것으로 믿어 왔는데 일어나는 일련의 행동을 보니 이거는 아니다. 한국에 있는 반역자들이 일본 우익과 내통하여 오히려 전전 일본과 같이 가고 있다는 위기감이 들었다”고 했다. 한국의 반역자들이라니 대체 어떤 사람들이 반역자들이란 말인가. 거기다가 그들이 일본 우익과 내통하다니 어떻게 이와 같은 현실 인식이 가능한지 모르겠다.

이 회장은 이들, 곧 한국에 있는 반역자들의 음모를 몇 가지로 나눠 설명하겠다며 “제일 중요한 것이 독립기념관장을 포함한 국책기관의 일련의 인사사태는 이 정부가 1948년 건국절을 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독립기념관장과 한국학중앙연구원장 등 국책기관장에 임명된 사람들의 역사 인식이 문제이며, 이들을 임명한 것은 1948년 8·15를 건국절로 만들기 위한 음모라는 게 이 회장의 주장이다. 이는 어불성설이다. 국책기관장 몇 사람이 바뀐다고 한국 사회의 역사 인식이 바뀔 수도 없고 건국절 제정과 같은 논란이 있는 사안이 결정될 수 있는 것은 더더욱 아니기 때문이다.

조남현 시사평론가
조남현 시사평론가

이 회장이 알아야 할 게 있다. 그가 비난해 마지않는 이른바 ‘뉴라이트’ 계열(사실 이러한 정의가 타당한지는 의문이다) 학자들의 학문적 주장이나 의견에 대해 지금까지 한국 역사학계의 학문적 비판이나 반박은 없었고, 그저 기존 인식과 어긋난다는 이유로 비난만 있었다는 사실이다. 이를테면 김낙년 한국학중앙연구원장이 공동저자로 참여한 ‘반일종족주의’에 대해 한국 역사학계는 학문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거나 과거의 인식을 되풀이하는 데 그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언론, 특히 좌파 언론이나 개념 없는 언론인들도 덮어놓고 비난만 하기 일쑤다. 이 회장은 그와 같이 학문적 근거 없는 비난을 자기 의견으로 받아들인 듯한데, 이는 매우 무책임한 일이다.

이 회장의 말을 들으면 1948년 8·15를 건국일로 보는 건 임시정부와 독립운동의 역사를 부인하는 결과를 낳는 매우 잘못된 일인 듯 여겨지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그건 논리의 비약이다. 1948년을 건국 시점으로 본다고 해서 임시정부가 부인되는 것도 아니며, 독립운동의 역사가 부인되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이 회장은 48년 건국론을 마치 종교에서 이단 대하듯 한다. 그뿐 아니라 그는 48년 건국론이 일제 식민지배를 정당화·합법화해주는 일이라고까지 단언하고 있다. 이러한 주장은 논리의 비약이 아니라 비논리다. 48년 건국론이 논리적으로 어떻게 일제 식민지배를 정당화·합법화해주는 것으로 연결되는지 이해할 수 없다. 물론 그 나름의 설명을 하고 있지만, 학문적으로는 물론 상식적으로도 납득하기 어렵다. 그런데 좌파 진보 언론이 독립기념관장이나 한국학중앙연구원장의 인사 문제를 비난하는 근거로 이 회장의 주장을 마치 사실인 양 제시한다. 이 회장이 그런 주장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 주장이 사실인 건 아님에도 좌파 언론은 마치 이 회장 주장의 내용이 사실인 듯 다루고 있는 것이다. 이 회장이 학자가 아니라 해도 역사에 대한 발언의 책임이 무거운 이유다.

깜짝 놀랄만한 일은 이 회장이 ‘뉴라이트’에 대해 ‘밀정’이라고 단정했다는 사실이다. 그는 “뉴라이트는 독립운동 과정에서 독립운동에 가장 큰 피해를 입히는 ‘신판 밀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 주변의 밀정들이 이 연극(일련의 사태)을 꾸몄다고 했다. 이런 발언은 설사 그것이 은유라고 해도 지나치지만 은유로 보이지도 않는다. 그는 실제로 대통령 주변에 밀정이 있다고 믿고 있는 듯한데 그건 환상이다. 상해 임시정부 시절 일제는 조선인 밀정을 풀어 독립운동가들을 살해하거나 탄압의 도구로 악용했다. 그러니 상해에서 태어나고 자란 이 회장이 밀정에 대한 인식이 어떠할지는 짐작할 만하다. 더욱이 그의 조부 이회영 선생이 일제의 밀정이 된 이 회장의 삼촌에게 살해당했으니 그가 밀정에 대해 악몽을 갖고 있을 법도 하다. 하지만 해방된 지 79년이 지난 오늘의 시점에서 일제의 밀정을 사실처럼 이야기한다는 것은 그가 현실을 환상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이는 그가 환상으로 인지 부조화를 해소하고자 하는 것임을 알 수 있게 한다.

이 회장은 또 요즘 화제와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책 ‘테러리스트 김구’라는 책이 출간된다는 소식을 듣고는 “김구가 테러리스트면 안중근도 윤봉길도 다 테러리스트라는 이야기”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책의 내용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채 비난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의 발언은 가볍기 그지없다. 교보문고 등 인터넷 서점 홈페이지에 실려 있는 ‘테러리스트 김구’에 대한 서평이나 리뷰 등을 보면 이 책이 단순하게 김구를 테러리스트로 몰아붙이는 게 아님을 알 수 있다. 이 책은 ‘테러리즘 있는 테러’와 ‘테러리즘 없는 테러’로 구분하며 과연 김구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테러리스트였는가를 묻는다. 테러리즘 있는 테러란 정치적·사상적 목적을 위한 테러를 뜻하며, 그런 목적이 없는 테러와 구분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안중근 의사나 윤봉길 의사의 거사는 테러리즘이 있는 테러지만 김구의 치하포 사건(일본 상인 쓰치다를 죽여놓고 국모 살해를 복수했다고 한 사건)이나 김립 암살 사건은 테러리즘이 없이 감정적으로 저지른 살해라는 것이다.

‘테러리스트 김구’에 대해 비판의 칼날을 들이대려면 정교한 논리와 근거자료가 요구된다. 따라서 이 책에 대한 온전한 비판은 상당히 긴 시일에 걸쳐 반박할 수 있는 근거를 찾아내고 논리적으로 이론의 뼈대를 세운 뒤 치밀한 교차검증을 거지고서야 비로소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학자들로서도 버거운 작업일 텐데 학자도 아닌 하나의 단체 대표인 이 회장이 그런 일에 직접 나서는 건 가당치 않다. 그런 점에서 이 회장이 역사투쟁의 투사로 나설 생각이라면 접는 것이 현명한 처사일 것이다.

이 회장은 자칫 조상 잘 만난 덕에 지금까지 양지만을 찾아왔다는 비판을 사기 쉬운 처지다. 그가 육사를 나와 정보기관에서 근무하다가 80년대 신군부가 등장할 때 민정당 창당을 주도했고, 원내총무를 지내며 5공화국 정권에서 권력의 상층부를 차지하고 있다가 이후 김대중 정부에서도 안기부장 및 국정원장을 지낼 수 있었던 건 할아버지 이회영 선생의 후광 덕이 아닌가 한다. 그런 그가 어느 날 갑자기 광복회장에 임명되자 갑자기 사람이 바뀐 듯 역사 전쟁의 중심에 서 있는 듯한 모습을 보는 건 참으로 불편하다.

 

*이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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