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가장 큰 장점 스피드였지만 성장 대응 정책 모두 느려져
공산국가 중국은 ‘896' 아침 8시부터 9시까지 주6일 일한다는데
지난주까지 참 많이 쉬었다. 당초 공휴일이던 목요일 개천절에, 화요일 국군의 날 임시공휴일까지 더해지니 많은 사람들이 샌드위치 휴가를 사용해 연휴를 즐겼다. 사실 그 2주 전에 이미 추석이라는 장기 연휴가 있었는데 또 연휴가 이어지니 근로자 입장에서 분명 기분 좋은 연휴다.
쉬어도 너무 오래 쉰 탓일까. 많은 사람들이 “내일 한글날이 지나가면 더 이상 쉬는 날이 없어서 낙이 없네”, “앞으로 어떻게 주5일 근무하냐”라며 벌써부터 걱정하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자주 쉬는 것이 당연한 것인양 생각하는 듯하다.
휴일을 싫어할 사람은 별로 없다. 국민의 건강과 행복, 일과 가정의 양립 차원에서 적절한 휴일은 분명 필요하다. 안 그래도 위축된 내수 진작을 위해서도 휴일은 필요하다. 그러나 아무리 필요한 일도 과하면 안 된다. 시기와 상황과도 맞아야 한다.
최근 미국 모건스탠리에 이어 맥쿼리도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50%나 하향 조정했다. 한마디로 삼성전자의 미래가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비록 많은 사람들이 연휴에 대한 설레임에 많은 관심을 받진 못했지만 분명 우리가 주목해야할 보고서임에는 분명하다.
미국의 증권사들이 대한민국의 간판기업인 삼성전자를 견제하기 위해 저런 보고서를 낸 것이 아니다. 나름의 수긍할만한 근거를 갖고 분석한 것이다. 최근 삼성전자의 실적만을 본다면 그렇게 나쁘지 않지만, 분명 조금씩 틈도 보이고 있다. 경쟁사인 SK하이닉스보다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 반도체(HBM3E) 양산이 늦었을 뿐만 아니라,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공장 가동이 연기되는 등 파운드리 사업도 지연되고 있다. 세계 1위 D램 부문에서도 경쟁사의 추격이 매섭다. 이대로면 1위 자리도 위태로울 수 있다는 것이 맥쿼리 측의 분석이다.
분명 과거의 삼성과는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다. 삼성은 늘 경쟁자들을 앞서 나갔다. 일처리는 깔끔했다. 어느 하나 실수를 찾는 것이 더 어려웠을 정도니. 스피드는 예술이었다. 어쩌다가 경쟁사보다 늦는 일이 있더라도, 밤새 영혼을 갈아넣은 듯 금방 추격하고 곧이어 추월하기 일쑤였다.
비단 삼성전자의 예를 들긴 했지만, 이는 현재 대한민국의 모습과 닮아있다. 대한민국의 가장 큰 장점이 사실 스피드였다. 그런데 지금은 많이 느려졌다. 성장속도도 느리고, 대응속도도 느리다. 정책 속도는 말할 것도 없다. 오히려 브레이크 잡는 정책만 줄줄이 내고 있으니 답답할 따름이다.
이에 비해 경쟁국들은 빠른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은 ‘896(아침 8시부터 9시까지 주6일 일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고, 세계에서 가장 잘 나가는 미국도 엘리트들은 밤낮 구분없이 맘껏 일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적어도 9월 중순부터 10월 초까지 대부분의 기업에선 낮에도 휴일과 휴가를 즐기는데 여념이 없었다. 평일임에도 샌드위치 휴가를 쓰느라 불꺼진 사무실들이 많았다. 이러니 우리나라의 성장속도가 점점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장시간 근로를 옹호하는 것은 아니다. 장시간 근로는 당연히 지양해야 한다. 노동시간 착취는 더더욱 안된다. 그것은 범죄로 다스려야 한다고 본다. 그러나 근로자도 일하고자 하고, 국가발전에도 필요한 부분이 있는데, 이를 획일적 잣대로 국가가 나서서 금지하는 것 또한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세상 모든 실패는 방심과 나태에서 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 우리는 과연 어떤 상태일까. 많이 쉬었으니 이제 잠시 한발짝 물러나서 지금 대한민국의 미래에 진정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고민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그래야 우리의 자녀들이 지금의 대한민국이 전성기였다는 교육을 안 받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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