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살릴 방안 첫번째는 무조건 싱가포르 수준의 '규제 완화'
국회나 정부에 경험 많은 기업인들이 많이 진출해 자산 활용을
나이가 들어서 골프를 치다보면 비거리가 조금씩 줄어드는 것이 보인다. 분명 예전과 똑같이 치는 것 같은데, 날아가는 공이 힘이 없다. 조금 날아가다가 뚝 떨어진다. 그나마 굴러가기라도 많이 하면 좋겠지만 매가리 없는 공은 그마저도 없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대책을 마련한다. 누구는 레슨을 받으며 스윙 메카니즘을 개선하고, 누구는 장비를 교체하며, 누구는 줄어든 비거리 대신 정확도를 높이는데 집중한다. 나름의 방식으로 대안을 찾아가다보면 비록 비거리는 줄었지만 오히려 스코어는 더 좋아지는 결과를 얻기도 한다.
경제도 마찬가지다. 늘 아름다운 성장만 하면 좋겠지만 그런 경제는 없다. 고도성장을 하다보면 자연스레 성장통이 찾아오고, 일정 수준의 경제에 올라서면 성장엔진이 낡아 저성장이 만성화되는 현상이 생기곤 한다. 그래서 각국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는 것이다.
지난주 한국은행이 약 93만개 기업의 지난해 실적을 분석했는데, 매출이 전년 대비 무려 1.5%나 감소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영업이익이 아니라 매출이다. 영업이익은 경기에 따라 늘었다 줄었다 할 수 있지만 매출액은 인플레이션 때문에라도 어지간하면 늘어난다. 그런데 기업들의 전체 매출액이 1.5%나 감소해 2010년 통계 작성 후 최악이니 이는 꽤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지표다.
그렇다고 영업이익이 좋은 것도 아니다. 영업이익은 지난해 대비 무려 3.5%나 감소해 매출액 감소율을 넘어섰다. 더구나 영업이익은 3년 연속 감소세라니 이 정도면 기업 경기는 최악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기업들은 한국을 버리고 떠나고 있다. 지난해 해외로 떠난 기업이 3000개 가까이 되고, 해외에 투자한 규모도 600억 달러가 넘는다. 외국인이 우리나라에 투자한 금액의 2배가 넘는 엄청난 규모다.
한국 경제도 분명 때가 왔다. 이미 비거리 줄어드는 골퍼가 된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변화를 줘야 한다. 채를 바꾸던, 체질을 바꾸던, 장점에 집중하던 변화하지 않으면 그 끝은 뻔하다. 경제는 배를 타고 역류하는 것과 같아서 노를 젓지 않으면 후퇴하게 되어 있다.
이제 기업이 살릴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기업이 살아야 일자리가 생기고, 내수가 살고, 세금이 들어오고, 나라도 지킬 수 있다. 지금 기업들이 어려운 이유를 잘 살펴야 한다. 글로벌 경기처럼 우리가 제어하기 어려운 요인도 있겠지만, 우리 스스로 얼마든지 관리할 수 있는 요소도 많다.
대표적인 것이 규제다. 우리나라의 규제는 다른 나라의 규제와 그 영향력이 다르다. 미국이나 일본, 유럽처럼 풍부한 자원, 큰 내수시장을 갖고 있는 나라는 다소 부담스런 규제가 있더라도 충분히 다른 장점으로 보완이 가능하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아니다. ‘규제도’ 강하면 굳이 한국에 투자할 이유가 없다. 싱가포르나 아일랜드 같은 국가가 낮은 규제 수준을 유지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그렇다면 적어도 선진국보다 규제 부담이 낮아야 한다. 같은 수준이이어도 우리나라는 경쟁력이 없다. 그런데 정치권에서는 규제개혁은 고사하고 늘 ‘듣보잡’ 같은 규제나 도입할 생각을 하고 있으니 황당할 따름이다. 특히 정치인이나 공무원들은 경제 상황에 너무 둔감한 것 같다. 마치 남일 보는 듯 하다. 경제성장률에 따라 국회의원 정원, 보좌관 수나 급여를 조정하는 제도라도 도입해야 좀 피부로 느낄까 생각이 들기도 한다.
기업인에 대한 우대 분위기도 중요하다. 형식적인 포상이나 립서비스 말고 실질적으로 국가 사회에 기여한 사람으로서 존중해야 한다. 미국은 기업인을 우대하고, 그들을 배우려고 한다. 그러나 우리는 잠재적 범죄자처럼 취급을 하거나 사농공상의 순서로 이해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얼마 전 끝난 국정감사만 봐도 바쁜 기업인을 수시로 불러다 혼내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앞으론 기업인을 한국 경제를 일으킨 영웅으로 교과서에도 정확하게 가르칠 필요가 있다.
경험있는 기업인의 자산도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 예를들어 국회나 정부에 기업인들이 많이 진출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국회엔 기업인은 희귀하고 노동조합 출신만 즐비하다. 월급을 줘본 경험과 받기만 해본 경험은 천지 차이다. 그러니 정치인들이 국가 예산을 마치 하늘에서 당연히 떨어진 것 마냥 미래를 위한 투자보다 표퓰리즘식 복지에 배정하는 것이다. 하다못해 장관도 시키기 어렵다. 기업인은 사실상 기업을 포기해야 장관이라도 할 수 있는데, 낭비도 이런 낭비가 없다.
이 외에 수많은 방안이 있겠지만 변화의 출발은 마음먹기다. 혹 ‘지금도 충분히 괜찮은데 뭘’이라고 생각한다면 그 결과는 실기(失期)다. 그리고 우리네 서민들의 고통이다. 무엇을 하던 적어도 지금보다는 더 나은 대한민국을 위한 고민을 해주길 바란다. 이제 올해 국감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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