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는 거짓말 마당 펼쳐주고 전현희는 응원하고
여소야대 핑계로 이재명 지키려 야당이 폭거 자행
지난 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검사 탄핵소추 사건 조사 청문회는 이 나라 민주주의가 얼마나 타락했는지 적나라하게 드러낸 ‘사건’이다. 쌍방울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1심에서 9년 6개월의 중형을 선고받은 피고인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마음껏 거짓 주장을 펼 수 있는 장을 국회가 마련해준 것이니 이런 나라, 이런 국회가 어디 또 있을까. 오죽하면 검찰이 “탄핵 청문회와 같이 국회로 법정을 옮겨 제2의 사법부 역할을 하도록 하면, 우리 헌법이 정한 3심제를 무너뜨리고 4심제, 5심제로 뒤바꾼 것과 다름없다”고 비판했을까. 이번 청문회는 명백한 사법 방해다.
기가 막히는 것은 민주당 소속 법사위원장을 필두로 민주당 의원들이 이 전 부지사의 변호인 역할을 했다는 점이다. 정청래 위원장은 국민의힘 의원들의 반발을 제지하면서까지 이 전 부지사가 일방적으로 검찰의 회유 압박 주장을 펴도록 했다. 그의 주장은 이미 1심 법원에서 탄핵된 바 있다. 정 위원장은 심지어 이 전 부지사가 감옥에서 썼던 비망록을 꺼내 6분가량이나 그대로 읽어내렸다. 그러면서 “이재명 대표를 엮으려 했던 전형적인 검찰의 조작 사건”이라고 했다. 이 대표에 대한 충성을 과시하려는 의도가 역력했다. 정 위원장은 자신의 부당한 위원회 운영에 항의하는 국민의힘 곽규택 의원에게 “오늘 곽 의원 발언권을 중지한다”는 횡포를 부리기도 했다.
전현희 의원은 “이화영 증인 많이 힘드실 텐데 힘 내시라”고 응원하는 듯한 발언을 해 보는 이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이화영이 무슨 독립운동가라도 된단 말인가.
과거 여소야대 정국에서 야당이 다수 의석만 믿고 이런 폭거를 자행한 적은 없었다. 민주당이 이러는 것은 이 대표가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 공범으로 기소된 데다가 유죄판결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이 전 부지사는 이 대표에게 보고했다고 자백한 뒤 진술을 뒤집은 것을 정당화하기 위해 검찰의 회유 압박 때문이었다는 주장을 되풀이해 왔는데, 민주당은 그걸 기정사실로 만들려 한 것이다.
청문회가 처음엔 민주당 의도대로 흘러가는 듯했다. 하지만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이 이화영과 변호인 간의 대화 녹취록을 틀면서 갑자기 상황이 반전된다. 녹취록 중 이 전 부지사의 “법원 로비” 발언은 수사가 진행 중인 권순일 전 대법관에 대한 로비는 물론 1심 재판부터 법원 로비를 통해 재판 거래가 있었을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녹취록을 보면 이 전 부지사는 더 휘발성이 크다고 했다. 그만큼 사안이 중대할 뿐만 아니라 로비가 실제 있었던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는 뜻으로 읽힌다.
실소를 금할 수 없었던 것은 주 의원이 녹취를 재생하자 이 전 부지사가 “어디서 구했냐?”고 따져 물은 사실이다. 국회의원의 질의에 답변할 뿐인 증인이 거꾸로 국회의원에게 질문을 하는 모습은 민주당이 국회를 얼마나 희화화하고 있는지 보여주었다. 이화영은 한발 더 나아가 “녹취록을 짜깁기하는 게 검찰과 똑같다”라며 정치공세까지 퍼부었다. 1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중대 범죄 피고인이 국회에서 국회의원을 상대로 이럴 수 있다는 게 상상으로라도 가능한일인가. 민주당 의원들은 자신들이 지금 무슨 짓을 벌이고 있는지 깨닫지 못하고 있다.
암튼 주 의원의 녹취록 재생은 상황을 전혀 다른 국면으로 이끌었다. 녹취록에서 이 전 부지사는 변호인에게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이 변호사비 대납 의혹이나 대법원 로비 의혹 등 이미 공개된 것들 외에 더 중대한 ‘팩트(fact)’를 폭로할 것이 두렵다며 “법원 로비”라고 말했다. 그가 두렵다며 변호인에게 더 중대한 사안이 있음을 슬쩍 이야기한 것은 검찰의 회유와 압박 때문에 이 대표에게 보고했다는 진술을 한 것이라는 허위 주장을 펴는 가운데서도 은근히 이 대표를 압박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즉, ‘나를 구해내지 않으면 검찰에 사실대로 밝힘으로써 이 대표가 유죄판결을 받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이 대표에게 보낸 것이라는 얘기다.
이 전 부지사의 의도가 무엇이든 이 대표는 더 큰 위기로 몰리게 되었다. 그의 인지 하에 법원 로비가 벌어졌는지 검찰이 수사에 나설 수 있고, 그게 아니더라도 이 전 부지사의 ‘법원 로비’ 발언으로 인하여 사법부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고 있는 상황에서 민주당의 사법 방해에 이 대표 사건을 맡은 재판부가 민감하게 반응하여 이 대표가 재판에서 오히려 궁지에 몰릴 소지가 크다. 특히 지난 8월 27일 한 차례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한 수원지법 형사 11부(신진우 부장판사)는 이 대표에게는 공포의 대상이라는 게 법조 전문기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이 전 부지사에게 징역 9년 6개월을 선고한 신 부장판사는 이 대표에게 ‘저승사자’로 읽힐 법하다. 이 대표 혐의와 이 전 부지사의 혐의가 별개의 것이 아니며, 신 부장판사가 사건의 전말을 꿰고 있는 가운데 이 전 부지사에게 중형을 선고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민주당이 법정을 국회로 끌어들인 것은 효과가 없을뿐더러 오히려 강직한 신념의 소유자로 알려진 신 부장판사를 자극만 하지 않을까 짐작된다. 그러잖아도 법원의 신뢰 상실을 우려하는 상황에서 온 국민의 이목이 쏠린 사건을 신 부장판사가 정치적으로 판단할 리 없을 것이다.
이 대표 측이 지난달 30일 법원에 재판부 재배당을 요청하는 의견서를 제출한 사실은 이 대표가 신 부장판사를 얼마나 두려워하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재판부 기피 신청이 받아들여질 것 같지 않자 재배당 요청을 한 것으로 추측되는데, 법조계에서는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법원이 행정적인 차원에서 재배당하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피고인이 재배당 의견서를 낸 것은 상식 밖이라는 얘기다. 그만큼 이 대표 측이 몸이 달아 있다는 의미다.
민주당 이건태 의원이 이날 대표 발의한 형사소송법 개정안도 황당하기는 마찬가지다. 이 법안은 공범에 대해 유죄를 선고한 재판에 관여한 법관을 의무적으로 배제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는데, 신 부장판사는 이 전 부지사 판결에서 이 대표를 공범으로 적시하기는 했어도 혐의에 대해서는 판단을 하지 않았기에 제척 대상이 될 수 없자 법 개정까지 시도하는 것이다. 국회의원의 입법권이 이렇게 남용되는 것이야말로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가장 큰 요소다.
재판부 재배당 요청도 모자라 형사소송법까지 개정해 신 부장판사를 배제하려는 이 대표와 민주당의 시도는 재판부, 특히 신 부장판사를 자극해 역효과만 초래할 게 빤하다. 이 대표로서는 혹 떼려다가 혹 하나를 더 붙인 꼴이니 자업자득이다. 이 대표가 몸부림을 칠수록 올가미가 더 바싹 조여오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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