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2024-11-23 10:30 (토)
[조남현의 종횡무진]국민의힘, 선거패배보다 상상력의 결핍이 더 큰 위기다
상태바
[조남현의 종횡무진]국민의힘, 선거패배보다 상상력의 결핍이 더 큰 위기다
  • 매일산업뉴스
  • 승인 2023.10.19 06: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글ㆍ조남현 시사평론가

질서정연하게 차분히 할 수 있는 쇄신은 이 세상에 없다
국민의 공명을 받으려면 국민에게 큰 울림을 줘야만 가능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16일 국회 당사무실에서 최고위원회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16일 국회 당사무실에서 최고위원회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은 한마디로 정답이 없는 당이다. 서울 강서구청장 선거 참패 이후 당 안팎에서 쇄신과 개혁 요구가 쏟아지지만 국힘당(국민의힘) 스스로 쇄신하기를 기대하는 건 연목구어(緣木求魚)에 지나지 않는다. 어디서부터 실마리를 풀어나가야 할지, 어떻게 해야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지 문학적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어 보이지 않는다. 

의미없는 얘기지만 애당초 국힘당은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 후보를 내지 않았어야 했다. 공정과 상식을 중시하는 정권의 여당이라면 당연히 원칙과 ‘정치적 옳음’의 관점에서 판단했어야 하고, 따라서 보궐선거 원인을 제공한 정당으로서 마땅히 후보를 내지 않겠다고 천명해야 했다. 그것이 원칙에도 부합하고, 쓸데없이 지자체장 선거를 정권의 중간평가 선거로 만들 이유가 없다는 점에서 전략적으로도 그게 현명한 길이었다. 대체 용산 대통령실이나 국힘당에 이런 정도의 전략적 판단을 할 사람이 한 명도 없단 말인가. 

지금 국힘당은 고작 임명직 총사퇴만으로 수습하려는 데 대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김기현 대표는 수도권과 충청권 의원들을 당직에 전진배치하겠다고 했다. 영남당이라는 조롱을 의식한 결과이겠지만 그러면 국힘당이 심기일전하리라고 믿을 수 있을까. 아니 심기일전한다고 하자. 그러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 심기일전이라는 것은 마음 자세인데 그것이 밖으로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을까. 국민이 공감해줄 수 있는 모습, 그게 뭔지 스스로 생각하기나 해보았을까. 

조남현 시사평론가
조남현 시사평론가

김 대표는 또 “총선에 패배하면 정계 은퇴로 책임지겠다”고 했다. 어이없다. 총선에서 지면 윤석열 정부는 아무 일도 할 수 없다. 지금의 식물 정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말이다. 그런 상황이 온다면 김 표 자신이 정계를 은퇴하건 말건 그건 아무 의미도 가질 수 없다. 그런데 어떻게 책임을 진단 말인가. 지금 문제의 초점은 윤 정부가 단단한 기반 위에서 국정을 이끌어 갈 수 있느냐의 여부다. 그건 곧 대한민국의 성패가 걸린 사안이다. 김 대표의 정계 은퇴 여부가 아니라는 말이다. 김 대표는 착각하지 말기 바란다. 자신의 ‘존재감 없음’과 국힘당의 위기가 무관치 않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국힘당 안팎은 물론이고 주요 언론도 쇄신과 개혁을 요구하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한다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말이 없다. 그저 듣기 좋은 고담준론만 늘어놓을 뿐이다. 하나같이 공자님 말씀만 하고 앉아 있으니 문학적 상상력이 없는, 아니 머리 나쁜 국힘당이 뭘 어쩌라는 건지 가닥을 잡을 수 있을까. 아무리 봐도 어림없는 소리다. 

지난 강서구청장 재보궐 선거 참패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사람은 윤 대통령이다. 국힘당이 용산의 여의도 출장소라는 비아냥을 들으며 무기력한 모습만 보여온 것은 국힘당 지도부가 용산만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임은 세상이 다 아는 사실이다. 국힘당을 곧은 소리 하는 사람 하나 없어 존재감 없는 허수아비 당으로 전락시킨 장본인이 윤 대통령이다. 

윤 대통령은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는 소신으로 문재인 정권의 무도함에 맞섰고, 그 덕에 지금 대통령이 되어 있다. 본인 자신이 그런 소신으로 일관해 왔다면 권력자에게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는 소신 있는 인재를 가까이하고 여당 또한 그런 정당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게끔 운신의 폭을 넓혀주어야 했지만 그는 그러지 못했다. 그런 점에서 윤 대통령은 본인의 국정 수행 지지율이나 여당 지지율이 정체상태에 있는 지금까지의 상황에 무한책임을 지지 않을 수 없다.

그런 가운데 윤 대통령은 강서구청장 선거 이후 “선거 결과에서 교훈을 찾아 차분하고 지혜롭게 변화를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 말에서는 절박함은커녕 변화를 원치 않는다는 메시지마저 읽힌다. 여당이 지금까지와 같이 대통령에 고분고분하며 충성 경쟁만을 보이기를 바라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는 얘기다. 이래서는 내년 총선 결과는 빤하다. 

국힘당이 국민의 공명(共鳴)을 받으려면 큰 울림을 주지 않으면 단 된다. 길은 하나다. 반란! 국힘당이 살아날 수 있는 유일한 길, 그건 반란뿐이다.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고 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질서정연한 가운데 국민을 감동시킬 방법은 없다. 밑으로부터의 혁명, 곧 판을 뒤집는 반란이 아니고는 국힘당이 변했다고 느끼기 어렵다. 그래서 반란이 해답이라는 거다. 

문학적 상상력을 동원해 보라. 현역 의원이 중심이 되든, 대중에 호소력이 있는 원외 인사든, 누군가가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을 결집하여 이를테면 ‘국민 속으로’와 같은 조직을 만들어 지도부 총사퇴를 요구한 뒤 비상대책위원회와 같은 기구로 당을 장악한다면 ‘반란’은 성공하는 것이다. 그런 과정에서 ‘윤 정부의 정책 방향은 옳다. 다만 국민과의 소통방식이나 야당과의 협치 모습을 보이지 못한 그간의 일방통행적인 모습은 탈피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래야 윤 정부가 성공할 수 있고, 대한민국이 산다’는 메시지를 국민에게 보낸다면 충분히 울림을 줄 수 있지 않겠는가. 

이건 한 예를 든 것이다. 중요한 건 혁명과 같은 감동적인 드라마가 요구된다는 얘기다. 문재인 정부처럼 연출에 의한 쇼가 아니라 진정성과 진실을 담은 드라마를 써야 한다. 그리하여 실제로 당이 정부를 견인해 나갈 정도로 역할을 할 수 있을 때 국힘당도, 국민도 희망을 가질 수 있다.    

 

*이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