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경제 위기 신호에다 총선 다가오자 개혁 동력 위축
혹시 또다시 퍼주기 경쟁에 근시안적 정책 쏟아질까 걱정
지난해 말 윤석열 정부는 2027년까지 1인당 국민소득(GDP) 4만 달러 달성을 목표로 내세우면서 그 실행방안으로 5대 구조개혁과제를 제시했다. 노동, 연금, 교육, 금융, 서비스 개혁이 그것이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고질병을 제대로 짚은 것이기에 정책방향에 대해서는 크게 이의가 없다.
5개 중에 하나만 성공해도 대박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거대담론이건만 윤석열 대통령은 아주 강력한 의지와 자신감을 표현했다. “인기없는 일이지만 우리나라의 지속가능성장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제이므로, 피하지 않고 반드시 해내겠다”고 말했다. 무모한 도전같아 보이지만, 가야할 길을 가겠다는 정부에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일까. 1년 가까이 지났는데, 5대 개혁과제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감감무소식이다. '코스피가 2300선이 무너졌다', '기업들이 무너진다', '자영업자 어렵다', '가계·기업 대출이 증가하고 있다', '기업체감경기가 악화하고 있다'는 등 위기 소식은 넘쳐나는데, 이를 극복할 정책 수단에 대한 소식은 눈에 띄는 것이 거의 없다. 오히려 연예인 마약범죄, 유명인의 결혼 사기 등과 같이 어찌보면 민생과 동떨어져 있는 소식들로만 기사가 채워져있는 것 같아 안타까울 뿐이다.
올해 3월 노동개혁의 첫 관문이라던 노동시간 개혁 정책이 타격을 입으면서 개혁 동력이 상당히 위축된 상태다. 노조와 근로자들의 극심한 반대에 부딪혔기 때문이다. 물론 최근 노동조합의 회계투명성 개선 과제는 어느 정도 성과가 있었지만 현 정부에서 말한 노동개혁이 이 정도 수준은 아닐 것이다.
교육개혁은 글쎄. 킬러문항 배제, 일부 대규모 학원 조사와 같은 작은(?) 방안들을 간간히 보이긴 했지만 근본적인 정책방향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도통 보이는 것이 없다. 오히려 사교육비만 늘어가고 있다는 소식만이 들려올 뿐이다. 연금개혁, 금융, 서비스 개혁도 별반 다르지 않다. 국민들이 체감하거나 혹은 ‘아 이렇게 달라지겠구나’라고 생각할만한 정책은 보이지 않는다.
더 안타까운 것은 시간이 지날수록 개혁의 동력이 점점 약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내년 4월 총선이 다가오기 있기 때문이다. 알겠지만 개혁정책은 정치적으로 인기가 없다. 당장의 고통이 따르기 때문이다. 독일에서도 2000년대 초 하르츠 개혁이라 불리는 노동개혁을 추진해 대성공을 거두었지만, 당시 집권당이었던 사회민주당과 슈뢰더 총리는 선거에서 패배한 바 있다. 그러니 선거를 앞둔 집권 여당이 정권의 명운을 걸고 추진하기란 여간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국민들이 현 정부에게 정권을 맡기 이유를 잊지 않아야 한다. 정권 초반 거창한 구호만 나열했다가 용두사미로 흐지부지 끝나길 예상하면서 5년 만에 민주당 정권을 교체한 것이 아니다. 서슬퍼런 문재인 정권 하에서도 강단있게 할 말은 하고 지킬 것은 지키던 현 대통령의 모습을 기억했기에 국민들이 뽑아준 것이다.
우리 국민들도 정권을 세심하게 감시해야 한다. 당장의 퍼주기 정책이나 특정 계층의 표를 위해 포퓰리즘 정책, 장기 성장동력을 갉아먹는 근시안적인 정책, 화려한 정치적 쇼만 하거나 입으로만 민생을 외치면서 실제로는 나몰라라하는 행태에 대해서는 따끔하게 지적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나라를 위해 필요한 정책에 대해서는 당장 손해가 있더라도 대승적 차원에서 양보하고 박수를 보내주어야 한다. 유독 프랑스의 정치철학자 조지프 드 메스트르의 “모든 국민인 자신의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가진다”는 말이 와 닿는 10월의 마지막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