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법 유예 연장 안하면 애꿎은 근로자들 실직 속출
사회적 약자 위한다며 사실은 귀족노조 밥그릇 지키기
지난 15일 발표된 여론조사(에너지경제신문 의뢰 리얼미터 조사) 정당 지지율에서 더불어민주당(민주당)이 42.4%로 국민의힘 39.6%에 앞섰다. 그나마 민주당 지지율은 직전 조사 결과보다 2.1% 포인트 낮아진 반면 국민의힘 지지율은 3.0% 포인트 오른 것이 이 정도다. 이 결과 외에도 그간 나타난 여러 여론조사기관의 조사 결과를 보면서 드는 생각은 ‘도대체 국민은 무얼 기준으로 판단하는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짐작되거나 세간에 오가는 이야기, 언론이나 여론조사기관의 분석을 모르지 않지만 그렇더라도 불가사의하다고 할 정도로 이해하기 어렵다는 게 솔직한 생각이다.
이번 국회는 사실상 민주당의 놀이판이다. 정략적인 법안도 맘대로 처리할 수 있다. 국회법의 제한도 얼마든지 피해 나갈 수 있다. 자당 출신 무소속 의원을 활용하면 안건조정위원회에서도 일사천리로 처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도와줄 제3당이나 무소속 의원이 없으면 자당 의원 한 명을 탈당시켜 조건을 충족시키면 그만이다. 민형배 의원의 예에서 보았듯 민주당은 그야말로 자유자재이며, 그래서 무소불위다. 여론의 눈치도 살피지 않는다. 아니 그럴 이유를 느끼지 못한다. 대중은 민주당의 횡포나 폭주가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인지 정확한 진실을 모르니 말이다.
민주당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에 따른 국회 재투표에서 최종 부결된 양곡관리법 개정안과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 안정에 관한 법률(농안법) 개정안을 15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안건조정위원회에서 자당 출신 무소속 윤미향 의원을 비교섭단체 몫으로 포함시켜 여당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사실상 단독 처리했다. 이런 사실은 언론이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아 대중은 그 사실조차 잘 모르기도 하지만, 안다고 해도 그 의미를 이해하기 어려워 민주당은 농촌지역의 표심을 사는 동시에 윤석열 정부를 코너로 몰아붙일 기회로 악용하는 데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처음 발의되었을 때 이미 설명한 바 있지만, 이 법안은 농민을 돕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농민을 구속하는 법이다. 별 수익을 올리지 못하는 쌀농사에서 하루빨리 벗어나 새로운 작물을 재배하며 혁신적인 농법 도입이나 경영 개선을 위한 길을 찾아 나서지 못하게 강제하는 게 양곡관리법 개정안이다. 농민들은 그 사실을 모른 채 정부가 사주도록 해준다니 그게 좋은 일 아니냐고 여길지 모르지만 그건 마약에 중독되는 것만큼이나 해로운 결과를 낳을 뿐이다. 게다가 매년 천문학적인 예산을 초과 생산된 쌀 구매과 관리에 써야 한다는 점에서 재정부실의 원인만 제공하는 것이다.
농안법 개정안은 시장경제의 근간을 허무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이 법안은 정부가 최저가 보장을 해주던 품목을 쌀에 한정했던 데 반해 배추, 무, 고추, 마늘, 양파 등으로 크게 넓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럴 바에야 시장경제를 할 이유가 무어란 말인가. 차라리 정부가 재배 농산물 품목과 수량을 정해 농민들에게 할당하고 수확량을 전량 구매하여 정부 고시가격에 시장에 내놓을 일 아닌가.
이처럼 민주당은 지금 만들어서는 안 될 법안을 밀어붙임으로써 대통령의 거부권을 유도하면서 정치적 잇속을 챙기면서 정작 시급한 일은 나 몰라라 하고 있다.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은 오는 27일부터 중대재해처벌법이 상시근로자 50인 미만 사업장에도 적용된다는 점이다. 2021년 법 공포 당시 50인 미만 사업장은 3년간 법 적용을 유예하기로 했었는데, 그 시한이 다 한 것이다. 이 때문에 지금 중소기업들은 안절부절하고 있다. 대상 사업장이 무려 83만 곳이나 된다고 한다. 법 적용에 앞서 복잡한 법규에 맞춰 안전관리 전문인력을 고용해야 하는데 중소기업들은 인건비 부담을 감당하기 어렵다. 그래서 유예기간을 연장해달라고 아우성들인데 민주당은 애써 외면하고 있다. 이렇게 가면 문을 닫는 사업장이 속출할 수 있다. 그 경우 애꿎은 근로자들이 실직하게 된다.
민주당이 이처럼 사회적 약자인 소규모 사업장과 그곳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을 외면하는 것은 민주노총 등 노동계를 의식해서다. 노동계는 법 적용을 유예해주면 ‘버티면 된다‘는 인식이 확산된다며 유예를 한사코 반대하고 있는데, 소규모 사업장 경영자들은 그게 아니라 아직 대비할 여력이 없을 뿐이라고 호소하고 있다. 이런 장면을 보면 노동계가 강자로서 약자인 영세사업자들 위에 군림하고 있음이 역력하다.
민주당은 지금 그간 대기업의 협력업체들을 위하는 척 대기업을 압박해왔지만 그게 대기업 때리기였을 뿐 진정한 의미에서의 약자를 위한 게 아니었음을 스스로 자인하고 있다. 그게 아니라면 만사 제쳐두고 중대재해처벌법 유예기간 연장을 위한 입법에 나서야 한다. 거듭 말하지만 중대재해처벌법은 ’법의 지배‘에 어긋나는 법이니만큼 폐지가 정답이지만, 이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최소한 우리 사회에서 가장 약자라 할 수 있는 영세기업 근로자들이 실직하는 사태는 막아주기 바란다. 한시가 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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