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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춘의 Re:Think]무산된 HMM 매각 불발, 그게 최선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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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춘의 Re:Think]무산된 HMM 매각 불발, 그게 최선입니까
  • 매일산업뉴스
  • 승인 2024.02.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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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김용춘 한국경제인협회 팀장/법학박사

7조원이라는 천문학적인 국민 세금이요 투입된 공적 사안
잔여 영구채 주식 전환, 적극적 주주권 행사하는 방법도 있었다
HMM 누리호 ⓒ연합뉴스
HMM 누리호 ⓒ연합뉴스

국내 1위, 세계 8위 해운사인 HMM 매각 협상이 지난 주 최종 결렬됐다. 매각자인 산업은행·해양진흥공사와 인수 우선협상대상자인 하림그룹·JLK 컨소시업간 팽팽한 줄다리기를 했으나, 결국 원점으로 돌아간 것이다. 

인수합병(M&A)를 둘러싼 주주간 협상은 워낙 많은 쟁점과 사연이 있기에, 제3자가 왈가왈부하는 것이 한계가 있긴 하다. 하지만 이번 사안은 일반적인 M&A와는 다른 점이 있다. 무려 7조원이라는 천문학적인 공적 자금이 투입된, 어찌보면 공익적 성격마저 포함된 사안으로 보인다.

협상 결렬의 결정적인 사유는 경영권 문제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세한 내용이 공개되진 않았지만 매각 측에서 중요한 경영 사항에 대해서는 사전 협의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매각측이 보유한 1조6800억원 어치의 잔여 영구채 주신 전환 유예는 일찌감치 인수측이 양보를 했기에 큰 걸림돌이 되진 않았다. 만일 매각측이 잔여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하면 인수자의 지분율은 58%에서 39%로 낮아지는 상황이었음에도 인수자 측이 통 크게 양보한 것이다.

김용춘 한경협 팀장/법학박사
김용춘 한경협 팀장/법학박사

매각 측에서 안전장치를 위해 중요사항에 대한 경영권을 확보하고 싶은 사정이야 충분히 이해한다. 게다가 정부부처인 해양수산부까지 관여하는 사안이다보니 헐값에 HMM을 넘ㅇ겼다는 식의 정치적 리스크도 최소화하고 싶었을게다. 

그러나 모든 협상이 그렇듯 자신만의 요구를 전부 관철할 수는 없다. 따라서 협상의 우선 순위를 충분해 감안했어야 하지 않나 싶다. 가장 최우선적으로 고려했어야 할 사안은 빠르게 공적자금을 최대한 회수하는 것이 아니었을까. 사실 금번 매각은 타이밍상으로는 나무랄데 없이 좋았다.

만성적자에 시달리던 HMM이 코로나 팬데믹 특수에 힘입어 2020년 적자에서 탈출했다. 무려 9년 만이다. 2022년에는 영업이익만 10조원을 기록하면서 사상 최대 실적까지 기록했다. 이런 우량 HMM을 작년에 매물로 내놨으니 이번 매각 시도 타이밍은 기가 막혔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협상이 결렬된 지금의 타이밍은 그리 좋지 못하다. 팬데믹 당시 치솟았던 해운 운임이 지금은 급락했다. HMM은 가만히 있었는데 시장 환경이 악화된 것이다. 여기에 머스크, 하파그로이드와 같은 글로벌 해운사들이 해운 동맹 재편을 통해 덩치를 키웠다. 같은 시기 HMM은 매각 협상에 발목 잡혀 제자리에 있었을 뿐이다.

그렇다면 이번 협상 결렬이 과연 매각 측에 더 나았던 결과일지 곱씹어봐야 한다. 예를 들어 보자. 아파트 가격이 급등할 때는 협상이 결렬되어도 매도자 측에 오히려 이득이 될 수 있지만 하락기에는 오히려 더 큰 손해로 이어질 수 있다. 그렇다면 이번 결렬에 따른 타격은 매각자 측에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도 이에 동조하는 분위기다. 지금은 시장 상황이 안 좋을 뿐만 아니라 잔여 영구채가 주식으로 전환되면 회사 주식 규모가 더 커져 매각이 더 어려워 질 것 같다고들 한다.

결국 매각자 측에서 주요 사항에 대한 경영권을 이렇게까지 고집할 필요가 있었을까 싶다. 한 언론 기사에 따르면 정부 관계자가 “HMM이 보유한 현금이 해운업에 재투자될 수 있도록 여러 안전장치를 마련하려 했는데, 협상이 잘 안 됐다”고 한다. 

하지만 이는 욕심이 과한 것이 아니었을까. 물건을 제 값 받고 팔았다면, 그 다음부터는 인수자가 권한과 책임을 갖는 것이 바람직하다. 더욱이 매각 측에서는 잔여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하여 적극적 주주권을 행사하는 방법도 충분히 있었던 상황이었다. 

숙변같은 HMM 매각이 최종 무산된 것이 못내 아쉽다. 물론 이번 일이 전화위복이 되어 더 큰 이익이 되어 돌아올 수도 있다. 그러나 굳이 이번 일만이 아니더라도 앞으로도 이와 같은 일은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 부디 이번 일을 반면교사로 삼아 모든 것을 얻으려다 모든 것을 잃는 우를 범하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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