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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한의 글로벌 스탠더드]금메달 딴 대기업에는 왜 박수 안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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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한의 글로벌 스탠더드]금메달 딴 대기업에는 왜 박수 안치나
  • 매일산업뉴스
  • 승인 2024.08.0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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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박철한 한양대학교 경영대학 겸임교수

올림픽 출전 국가대표 못지않게 글로벌 무대서 피땀 흘려
아직도 반기업 정서 선동 때문에 정당한 인정 못받아
필자는 30년 이상 전경련(현 한경협)에서 우리나라 경제 발전을 위한 정책을 제안하고, 기업과 함께 일을 하면서 기업의 애로를 함께 느끼고 부대낀 경제·경영 전문가이다. 연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일본 히토츠바시대학 국제기업전략연구과 MBA과정을 밟았다. 1992년 전경련에 입사한 후 미국 전경련 워싱턴DC사무소 소장을 맡았다. 이후 전경련 홍보실장과 경제교육실장을 거쳐 전경련중소기업협력센터 소장을 역임한 뒤 현재 한양대학교 경영대학 겸임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잘 사는 나라에는 기업이 있고, 기업이 없는 나라는 빈곤하다. 빈곤한 나라일수록 빈부격차가 크고 민주주의 대신 독재와 포퓰리즘이 자란다. 필자는 잘 사는 나라, 민주주의가 건전히 자리잡아 자유와 인권이 존중되고 기업활동이 왕성한 나라를 꿈꾼다. 칼럼은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각에서 자유와 인권, 기업활동에 대해 그간의 축적된 경험과 혜안으로 통찰해 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파리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안세영(대한민국, 배드민턴) 선수가 지난달 25일(현지시간) 2024 파리 올림픽·패럴림픽 선수촌 내 삼성 올림픽 체험관에서 '갤럭시 Z 플립6 올림픽 에디션'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삼성전자
파리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안세영(대한민국, 배드민턴) 선수가 지난달 25일(현지시간) 2024 파리 올림픽·패럴림픽 선수촌 내 삼성 올림픽 체험관에서 '갤럭시 Z 플립6 올림픽 에디션'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삼성전자

파리 올림픽이 한창이다. 애초 5개 정도의 금메달을 기대했다는 우리 선수단은 연일 금메달 소식을 전하며, 선수들의 일거수 일투족과 그들이 메달을 따기까지 흘렸던 피눈물 나는 과정들을 생생히 전달하고 있다. 우리 국민들도 그들이 흘린 땀방울에 박수를 보내며, 그들이 승전보를 보내올 때마다 함께 감격하고 기뻐한다. 더욱 고무적인 것은 예전에는 금메달이 아니면 마치 최선을 다하지 않은 것처럼 여기던 때도 있었지만, 요즘은 은메달과 동메달, 아니면 심지어 메달권에 들지 않더라도 선수들이 보여준 투혼에 박수를 보낸다. 비록 1등이 아니더라도 세계적 수준의 선수들과 맞서 주눅들지 않고 당당히 맞선 것에 박수를 보내는 것이다.

여기에는 기본적으로 선수들에 대한 신뢰가 전제가 되어 있다. 국가대표가 되기까지의 과정도 험난했을 것이고, 국가대표가 되고서도 세계 1등이 되기 위해서는 남보다 체력훈련을 더 열심히 하고, 상대방을 이기기 위한 전략을 수립하고, 또 상대방을 제압하기 위한 본인의 필살기를 개발하고 다듬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했을 것으로 믿기 때문이다.

신유빈(대한민국, 탁구), 빅토르 악셀센(덴마크, 배드민턴), 알레한드라 오로즈코 로사(멕시코, 다이빙) 선수가 지난달 24일(현지시간) 2024 파리 올림픽·패럴림픽 선수촌 내 삼성 올림픽 체험관 포토존에서 셀피를 찍고 있다. ⓒ삼성전자
신유빈(대한민국, 탁구), 빅토르 악셀센(덴마크, 배드민턴), 알레한드라 오로즈코 로사(멕시코, 다이빙) 선수가 지난달 24일(현지시간) 2024 파리 올림픽·패럴림픽 선수촌 내 삼성 올림픽 체험관 포토존에서 셀피를 찍고 있다. ⓒ삼성전자

스포츠뿐만 아니다. 음악이나 미술을 잘 해서 세계적인 콩쿠르에 입상을 하거나, 춤을 잘 춰서 유명 콘테스트에서 이름을 날릴 때도 우리는 마찬가지로 박수를 보낸다. 주변에서 공부를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에 가거나, 연구를 열심히 해서 세계적인 학술지에 논문을 발표할 때에도 마찬가지다. 그런 성과를 낸 사람들을 존경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부러워 하기도 한다.

그런데 유독 예외적인 분야가 하나 있다. 기업이다. 기업의 성과는 매출액이나 순이익, 시장점유율 등으로 평가하는데, 유독 우리나라 기업은 성과를 낼수록 존경보다는 비난을 받는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2021년에 발표한 ‘반기업 정서 기업 인식조사’에 따르면, 전체 109개 기업 중 응답 기업의 93.6%가 반기업정서가 있다고 답했다고 한다. 게다가 응답 기업 4분의 3이 반기업 정서가 심화되거나 이전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답해 반기업정서가 개선되기는 요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왜 그럴까? 여러 해석이 가능하겠지만, 스포츠 등 다른 분야에서는 선수들이 흘린 땀방울이 다른 사람의 땀방울을 훔쳤다고 본다거나, 땀방울을 흘리지 않고 세계 1등이 될 수 있다고는 보지 않는 것 같다.  기업이 돈을 많이 번 것은 다른 사람의 기회를 빼앗았거나, 근로자들에게 정당한 임금을 주지 않았거나, 정부로부터 각종 혜택을 받아 다른 기업에 비해서 유리한 조건을 누릴 수 있었기 때문이라는 인식이다.

박철한 한양대 경영대학 겸임교수
박철한 한양대 경영대학 겸임교수

그런데 한 번 곰곰이 생각해 보자. 기회는 어떤 때 기회가 되는가? 기회는 모든 이에게 찾아오지만, 이것을 기회라고 생각해서 자신이 갖고 있는 자산을 총동원하고 제대로 활용할 줄 아는 사람에게만 기회가 된다. TV가 브라운관에서 액정표시장치(LCD)로 전환할 때, 이 기회를 제대로 활용한 삼성과 LG는 현재 세계 1, 2위를 다투는 선두기업이 됐다. 하지만 브라운관 TV시장에서 독보적이었던 소니는 현재 TV 시장에서 존재감이 없다.

근로자들에게 제대로 보상을 해 주지 않고 근로자의 몫을 기업이 가져갔다는 인식도 근거가 없다. 성과가 높은 직장일수록 근로자에 대한 보상도 많다. 업종별 차이가 있지만, 같은 업종내에서 성과가 1위인 기업이 급여도 1위다. 삼성전자, SK텔레콤, 포스코인터내셔널 등이 그 예이다. 필자가 예전 신입직원 면접을 보는데, ‘왜 어떤 기업은 급여가 많고 다른 기업은 급여가 적다고 생각하나’라는 질문에 응시자가 “사장님이 급여를 많이 줄 생각이 없어서”라고 답을 해서 놀란 적이 있다. 기업이 돈을 많이 벌어야 근로자들의 급여를 많이 줄 능력이 생긴다. 돈을 많이 번다는 것은 소비자가 그 회사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많이 구매한 결과다. 결국 사장님이 급여를 주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가 급여를 주는 셈이다.

정부로부터 기업이 특혜를 받았다는 것도 기업의 입장에서는 억울한 일이다. 과거 경제개발기에 조선 등 중공업 산업을 시작할 때 정부가 특정 기업에 투자를 유도하고 사업을 시작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을 한 것을 특혜라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사업 기회를 발굴하고 글로벌 시장에 참여해 세계적인 기업으로 우뚝 서게 하는 것은 오로지 기업의 몫이었다.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회장이 500원짜리 지폐로 조선산업을 시작할 수 있었던 것은 아무리 정부가 특혜를 준다 해도 정주영 회장이 아니었으면 해낼 수 없는 일이었다. 삼성이 반도체 사업을 하겠다고 나섰을 때 정부는 물론, 모두가 반대했다. 하지만 고(故) 이병철 창업회장의 결단으로 반도체 사업을 시작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이병철 창업회장은 1983년 도쿄선언을 통해 반도체 사업 진출을 선언했다.

인간의 사고는 특정 방향으로 편향되어 있다. 한 번 형성된 사고는 아주 큰 충격을 받지 않는 한 쉽게 바뀌지 않는다. 우리 국민들은 외국 공항에 도착한 후 삼성·LG의 광고판을 보고, 도로에서 현대자동차를 발견했을 때 자부심을 느낀다. 또한 외국인들과 대화할 때 우리 기업들에 대해 자랑스럽게 이야기한다. 그러다가도 반대로 인천공항에 내리는 순간 우리 기업에 대한 자부심은 사라지기 일쑤다. 

만약 경제에도 올림픽이 있다면, 우리 기업들이 금메달을 몇 개나 딸 수 있을까? 우리 기업이 금메달을 딴다면 국민들이 같이 기뻐하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을까? 경제올림픽은 4년마다 개최되는 것이 아니라 상시 개최된다. 우리 기업들은 글로벌 무대에서 1등을 하기 위해 지금 이 순간에도 피땀어린 노력을 하고 있다. 최고의 제품, 최고의 디자인, 최고의 서비스로 글로벌 소비자들이 1등 투표해 주기를 기대한다. 우리 국민들이 이런 기업들에게 국가대표 선수들에게 보내는 성원만큼 격려해 주기를 바라는 것은 무리한 요구일까? 기업도 국가대표다. 우리 기업들이 경제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많이 따 주기를 기대한다.

 

*이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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