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장 이내 의견서 중심으로 부의 여부 결정
검찰, '수사 공정성' 강조 vs 이재용 측 심의위 필요성 강조
다수결 결론…의견 모이면 대검에 소집 요청
'불법 경영승계 의혹'을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측과 검찰이 또다시 격돌한다.
'구속영장'을 놓고 벌였던 1차전에서는 법원의 기각결정으로 이재용 부회장의 승리로 끝났다. 이번에는 이재용 부회장의 기소여부를 놓고 양측이 물러설 수 없는 치열할 공방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이재용 부회장 측이 기소 여부 등을 판단해달라며 소집을 요청한 검찰수사심의위원회(수사심의위) 개최 여부가 11일 결정된다.
검찰과 삼성 측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은 이날 오후 이재용 부회장 등의 수사심의위 소집 신청에 따라 '부의(附議) 심의위원회'를 개최한다. 결과는 오후 늦게 나올 것으로 보인다.
수사심의위가 개최되려면 신청서를 접수한 중앙지검이 먼저 무작위 추첨을 통해 선정한 15명의 일반 시민들로 부의심의위를 구성해야 한다. 교사와 전직 공무원, 택시기사, 자영업자 등 15명의 시민은 비공개회의에서 양측 주장을 검토하게 된다. 부의심의위는 이재용 부회장 등 사건을 수사심의위에 올릴지 여부를 결정하는 만큼, 첫 관문으로 볼 수 있다.
부의심의위가 수사심의위에 이 사건을 넘기기로 결정하면 윤석열 검찰총장도 이를 따라야 한다. 수사심의위는 2주 안에 이재용 부회장 기소가 적절한지 여부에 대해 결론을 내리게 된다.
부의심의위는 구두 의견 진술이 허용되지 않고 양측이 제출한 의견서를 중심으로 부의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관련 지침이 의견서를 30장 이내로 제한하고 있는 만큼, 양측은 법원에 제출된 수사기록만 20만쪽이 넘는 이 사건 압축에 적지 않은 애를 먹은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위원들이 참여하는 만큼, 이해를 돕기 위한 표현 하나하나에도 고심을 거듭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측은 수사를 담당한 경제범죄형사부(이복현 부장검사) 30쪽, 신청인 측은 이재용 부회장이 30쪽, 김종중(64) 옛 미래전략실 전략팀장(사장)이 30쪽, 삼성물산이 30쪽 등 총 120쪽 분량의 의견서로 시민 설득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다만, 수사심의위가 아닌 부의심의위에서 양측이 별도로 의견을 진술하는 절차는 없다.
검찰 측은 의견서에서 수사심의위를 소집해 기소 여부를 따질 필요가 없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의 적정성과 공정성에 문제가 없기 때문에 수사팀이 법적 절차에 따라 결정해도 충분하다는 입장으로 보인다.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작업 전반과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방안 등 현안을 이재용 부회장에게 보고한 옛 미전실 문건 등 기소 근거가 될 물증이 다수 있다는 내용도 의견서에 포함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의견서에서 수사 과정에서 불리한 피의자들이 수사심의위 제도를 악용하거나 남발할 가능성도 있어 부의심의위가 충분히 고려해 신중하게 판단해달라는 내용도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이재용 부회장 등의 구속영장을 기각하며 "책임 유무 및 그 정도는 재판과정에서 충분한 공방과 심리를 거쳐 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힌 부분을 내세워 기소가 필요하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이재용 부회장 측은 의견서에서 이 사건이 수사심의위 심의대상에 해당한다는 점을 부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 내용과 쟁점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게 그림과 도표도 담은 것으로 전해졌다.
또 이 사건은 '국민적 의혹이 제기되거나 사회적 이목이 집중되는 사건'이고, 2018년 초 검찰 수사의 정당성을 외부 전문가의 시각에서 평가받고자 검찰이 스스로 도입한 수사심의위 제도 취지와 맞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수사심의위 심의대상에 해당하는지를 살필 때 국민의 알 권리, 인권 보호 필요성, 사안의 중대성 등을 고려하게 돼 있다는 규정을 근거로 이 사건은 수사심의위 소집이 필요하다고 의견서에서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세조종과 회계사기 등 혐의와 관련해서는 이재용 부회장이 보고받거나 지시한 사실이 전혀 없다는 점을 강조하며 충분히 혐의가 입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기소는 부당하다는 의견도 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