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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위기'에 승부수 띄운 최태원 ...10.3조에 인텔 낸드 사업 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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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위기'에 승부수 띄운 최태원 ...10.3조에 인텔 낸드 사업 인수
  • 김혜주 기자
  • 승인 2020.10.20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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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M&A 규모 중 사상 최대 ...D램 이어 낸드까지 경쟁력 강화
반도체시장 지각변동 ... 단숨에 낸드 세계시장 2위로 우뚝
최 회장 "낯설고 거친환경, 성장의 계기로 삼아야"
최태원 SK그룹 회장. ⓒSK그룹
최태원 SK그룹 회장. ⓒSK그룹

최태원 SK회장이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또다시 ‘통 큰’ 승부수를 던졌다.

SK하이닉스는 20일 인텔의 NSG 사업부문에서 옵테인을 제외한 낸드플래시(전원이 공급되지 않아도 저장된 데이터가 지워지지 않는 비휘발성 메모리) 사업 전체를 90억달러(10조3104억원)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지난 2012년 SK하이닉스 인수, 2018년 도비사 메모리 지분 인수에 이은 세 번째 베팅이다. 이는 지난 2016년 삼성전자가 미국의 하만을 인수했을 때 쓴 80억달러(약 9조원)를 뛰어넘는 국내 M&A(인수합병) 사상 최대 규모다. 앞선 SK하이닉스 인수와 2018년 도시바 메모리 지분 인수는 모두 성공한 베팅으로 업계는 평가하고 있다.

인수 대상은 인텔의 SSD 사업 부문과 낸드 단품 및 웨이퍼 비즈니스, 중국 다롄 생산시설을 포함한 낸드 사업 부문 전체다. 다만 옵테인 사업부는 포함되지 않는다.

SK하이닉스는 인텔의 솔루션 기술 및 생산 능력을 접목해 기업용 SSD 등 고부가가치 중심의 3D 낸드 솔루션 포트폴리오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018년 CTF(Charge Trap Flash) 기반 96단 4D 낸드, 지난해 128단 4D 낸드플래시를 세계 최초로 개발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번 인수합병(M&A)은 D램(전원이 켜져 있는 동안에만 정보가 저장되는 휘발성 메모리)에 비해 열세인 낸드플래시의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SK하이닉스와 시스템반도체 집중하려는 인텔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로 풀이된다. 

ⓒ시장조사기관 옴니아
ⓒ시장조사기관 옴니아

◆D램 이어 낸드도 삼성 추격자 되나

SK하이닉스는 글로벌 D램 시장에선 매출액 기준 점유율이 삼성전자의 뒤를 이은 2위를 기록 중이다. 하지만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낸드플래시 분야에선 지난 상반기 말 기준 점유율 11.4%로 삼성전자(33.8%), 웨스턴디지털(17.3%), 웨스턴디지털(15.0%), 인텔(11.5%) 등에 이어 5위에 머물렀다. 낸드 부문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점유율 차이가 22%p가 넘어 격차 극복이 쉽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이번 인수로 SK하이닉스는 D램과 마찬가지로 낸드플래시에서도 단숨에 삼성에 이은 글로벌 2위로 올라설 것으로 예상된다. SK하이닉스와 인텔 양사의 낸드플래시 매출과 시장점유율을 산술적으로 더하면 22.9%가 돼 삼성과의 점유율 격차를 10%p가량으로 좁힐 수 있다.

특히 이번 인수합병 배경에는 평소 '코로나19라는 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구성원에 강조해 온 최태원 회장의 과감한 결단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최태원 회장은 최근 구성원에 보낸 이메일에서 "코로나19에서 비롯된 예측하기 어려운 경영환경 변화와 새로운 생태계의 등장은 피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면서 "이 낯설고 거친 환경을 위기라고 단정 짓거나 굴복하지 말고 우리의 이정표였던 딥체인지에 적합한 상대로 생각하고, 성장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독려했다.

SK하이닉스는 이번 인수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AI(인공지능) 시대를 맞아 급성장하고 있는 낸드플래시 분야에서 기업용 SSD 등 솔루션 경쟁력을 강화해 글로벌 선두권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방침이다.

이석희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은 이날 임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안정적인 성과를 내고 있는 D램 사업만큼 낸드 사업이 성장한다면, 기업가치 100조원이라는 목표 달성은 반드시 앞당겨질 것"이라며 "D램과 낸드라는 든든한 두 날개를 활짝 펴고 4차 산업혁명의 중심으로 함께 비상해 나가자"고 밝혔다.

◆위기에서 성공의 아이콘으로 ...SK그룹, 잇단 투자 행보

특히 이번 M&A 규모는 SK그룹은 물론 국내 기업 중에서도 가장 큰 규모여서 특히 주목받는다. 2016년 삼성전자가 미국 전장기업 하만을 인수할 때 쓴 80억달러보다도 10억달러가 많고, 2012년 2월 SK그룹이 하이닉스를 인수할 때 투자한 금액의 3배가 넘는다. 하이닉스 인수 당시 최태원 회장은 그룹 경영진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 3조4000억원을 들여 하이닉스 지분 21%를 인수한 바 있다. 정유와 통신과는 또 다른 반도체 사업영역에 진출한 SK는 2011년 16조원으로 시가총액 순위 13위에 머물던 SK하이닉스를 현재 61조원의 시총 2위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그래서인지 재계에선 최태원 회장의 ‘통큰 투자’에 주목하고 있다. SK그룹은 2012년 SK하이닉스 인수 이후 2015년 SK머티리얼즈, 2017년 SK실트론을 인수해 반도체 수직계열화를 완성했다. 2018년 도시바 메모리 지분 인수에 성공하며 안정적 사업환경을 구축했다. 이번에 인텔 낸드 사업까지 인수하며 D램 반도체와 함께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양대 축으로 경쟁력을 강화시키면서 몸집을 더욱 불리게 됐다.

이에 힘입어 SK는 최근들어 공격적 투자를 진행 중이다. 2019년 한해에만 총 11건, 126조원을 투자했다. 작년 2월 SK하이닉스는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사업에 120조원을 투자하기로 했고, 3월엔 스마트에너지센터 건설에 1조6800억원을 투자했다. 작년 5월엔 SK그룹 차원에서 베트남 빈그룹에 1조1800억원을 투자했다. 작년 9월엔 SK실트론이 미국 듀폰 SiC웨이퍼 사업부를 5400억원에 인수하기도 했다.

한편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낸드플래시 시장은 2019년부터 2024년까지 연평균 13.2%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낸드 기반의 저장장치인 SSD 시장도 꾸준한 성장세가 예상된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SSD 시장은 2019년부터 2024년까지 연평균 18%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 중 기업용 SSD가 연평균 23.9% 성장해 전체 SSD 시장의 확대를 견인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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