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 2차 심의를 하루 앞둔 14일 윤석열 검찰총장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각자의 심경을 에둘러 표현한 메시지를 남기는 등 조용하면서도 날선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윤석열 총장은 사상 초유의 징계 위기를 맞아 장기 소송전까지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다졌고, 추미애 장관은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하며 윤 총장의 중징계 포석을 깔았다는 해석이다.

◆카톡 프로필 바꾼 尹…심경 변화 여부 주목

윤석열 총장은 전날 카카오톡 프로필에 'Be calm and strong(침착하고 강하게)'라는 메시지를 공개적으로 게시했다.

이는 미국 작가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소설 '노인과 바다'에 나오는 대사로 바다에서 청새치와 사투를 벌이는 노인이 자신을 격려할 때 한 말이다.

이 프로필 메시지는 사상 초유의 징계 위기 상황을 맞은 윤석열 총장이 소설 속 주인공의 상황에 빗대 자신에게 한 다짐이라는 해석이다. 향후 장기 소송전까지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이라는 관측도 뒤따르고 있다.

프로필에는 메시지와 함께 검찰 로고 앞에서 뒷짐을 지고 있는 윤석열 총장의 캐리커처도 함께 게시됐다. 총장직에서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라는 후문이다.

일각에서는 윤석열 총장의 메시지를 15일 징계위 직접 출석 여부와 연관 지어 해석하기도 한다.

◆秋 '검찰' 관련 책·다큐멘터리 감상평 올려

추미애 장관은 이날 새벽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검찰과 관련된 책과 다큐멘터리에 대한 감상평을 올리며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책 '내가 검찰을 떠난 이유'를 소개하면서 "검찰이 일그러진 자화상 보기를 회피하는 한 갈 길이 멀다는 아득한 생각이 들었다"고 비판했다. 

윤석열 총장에 대한 징계를 추진하면서 밝힌 징계 혐의를 '검찰의 자화상'으로, 이에 대한 검찰의 반발을 '검찰의 회피'로 지목한 것으로 보인다.

이 책은 추미애 장관이 지난 9일 법안 처리가 이어진 국회 본회의장에서 탐독하는 장면이 포착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추미애 장관은 다큐멘터리 '위기의 민주주의'도 소개했다. 브라질 세르지오 모로 연방판사가 이른바 '세차작전'을 통해 정·재계 인사를 감옥에 보낸 페트로브라스 사건을 비판적으로 조명한 작품이다.

그는 "검찰권과 사법권도 국민을 배반하고 민주주의를 찬탈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며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고 썼다. 

또 "언론에 길들지 않고 오염되지 않은 '깨시민(깨어있는 시민)'의 냉철한 판단과 감시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실제로 추미애 장관은 윤석열 총장에 대한 징계 청구를 한 뒤로는 윤석열 총장을 겨냥한 직접적인 언급은 가급적 자제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지난 9일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한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의 성명,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공수처법) 개정안 통과 등을 인용하면서 윤 총장의 징계 필요성에 우회적으로 힘을 싣기도 했다.

징계위 하루 전날 SNS에서 검찰권 남용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인 것은 윤 총장에 대한 중징계 의지를 우회적으로 알린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양측의 운명을 가를 법무부 징계위원회는 15일 오전 10시에 열릴 예정이다. 지난 10일 채택된 증인은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심재철 법무부 감찰국장,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 정진웅 광주지검 차장검사, 류혁 법무부 감찰관, 박영진 울산지검 부장검사, 손준성 대검 수사정보담당관, 이정화 검사 등 8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