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등 5개 지역 26개 지부 30여개 대학 참여
[매일산업뉴스] ‘2025년 탄소배출 50% 이상 감축하라!’ ‘2030년 국내 모든 석탄발전소와 핵발전소 폐쇄하라!’
가을을 재촉하는 비가 내리던 지난 6일 오전11시, ‘2050 탄소중립위원회’가 있는 서울 광화문 콘코디언 빌딩 앞. 몇몇 청년들의 목소리가 빗소리를 반주삼아 울려 퍼졌다. ‘대학생기후행동’이 ‘기후위기에 맞선 대학생 반란 선포 기자회견’에서 외친 구호들이다. ‘기후정의 실현을 위한 체제 반란을 시작하자’를 주제로 가진 이날 기자회견에서 회원들은 현재 상황이 ‘기후위기’를 넘어서 ‘기후재앙’임을 강조했다.
기자회견이 끝난 뒤 ‘대학생기후행동’ 최재봉(인천대) 대표와 김하종(강원교대 졸) 강원지역 대표, 하지연 이화여대 지부장을 만났다,
최 대표는 “탄소배출을 줄이지 않으면 2030년 제가 다니는 학교도 물에 잠길 수 있다는 그린피스의 영상을 보고 지난해 7월 기후위기를 경고하는 1인 피케팅을 했다”면서 “이것을 본 젊은 친구들의 폭발적인 호응이 단체 결성으로 이어졌다”고 소개했다. 2020년 10월 31일 발족한 대학생기후행동은 현재 서울 인천 강원 등 5개 지역 26개 지부에서 30여개 대학이 참여하고 있다.
대학생기후행동의 강점은 각 대학을 거점으로 하고 있어 전국적으로 게릴라식 시위가 동시 다발적으로 가능하다는 점이다.
강원교대를 졸업한 김 대표는 “제가 가르칠 미래세대들에게는 저도 기후위기에 일조한 세대라는 생각을 하면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고 활동이유를 밝혔다. 그는 “우리에게는 시간이 없다”면서 “잔여탄소예산은 4년, 산업화 이후 지구평균온도 1.5도 상승까지 10년도 채 남지 않은 시점인데 우리나라의 대응 수준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라며 안타까워했다. 나라살림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따져봐야 할 국정 감사에서조차 거대 양당은 각자 상임위원회와 전혀 무관한 내용으로 이전투구하며 기 싸움만 하는 기성세대를 향한 따끔한 일침으로 들렸다.
하 지부장은 “취업이 중요하다고들 하지만 기후는 생존이 걸린 것으로 젊은이들이 외면해선 안되는 문제”라고 말했다. 하 지부장은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는 지난해 선언에서 진전된 것이 없다”면서 “기업책임을 명확히 하지 않은 탄소중립 시나리오는 어떠한 가치도 없다”라고 강조했다.
이들이 시위 장소로 ‘2050 탄소중립위원회’가 있는 건물 앞을 선택한 것은 이 위원회가 기후위기 해결보다는 일부 전문가 집단과 기업의 이윤보장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위원회의 비민주적이고 폐쇄적인 운영에 반대해 청소년, 종교계 민간위원 6명이 위원직을 사퇴한 상태다.
이들이 가장 걱정하는 것은 내년 3월 선출돼 ‘대한민국호’를 이끌어갈 대통령의 기후정책이다.
최 대표는 “각 정당에서 진행하는 경선과정을 지켜보면서 어떤 대선후보도 기후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지 않다”면서 “기존의 정치세력은 기후위기 해결의지도 없고 능력도 없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일상생활에서 할 수 있는 실천방법을 묻자 하 지부장은 “국민 개개인의 참여도 중요하지만 시스템이 바뀌어야 한다”면서 “개인에게 부담을 주는 지금의 상황은 외려 개선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거리로 나와 기후위기를 알려야 할 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대표도 고개를 끄덕였다.
대학생기후행동은 신규 석탄화력발전과 신공항계획을 중단하고 분명한 온실가스 감축 행동을 시작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탈탄소와 탈핵을 선언했지만 국내 에너지 생산의 40%를 석탄발전에 의존하며 아직도 7기의 신규 석탄발전소를 짓고 있다.
최 대표는 "제대로 된 기후정의법을 제정해 식량 보건 에너지의 공공성을 강화하고, 대기업의 이윤만을 채워주는 지원 정책 대신 노동의 정의로운 전환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기후위기의 진짜 원인인 불평등 해소와 기후위기 최전선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지난 여름 ‘기후원정단’을 꾸려 강원도 삼척과 홍천, 경상북도 울진에 위치한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건설현장과 동해안~신가평 송전선로 건설예정지, 신한울 원전 등을 방문해 경고장을 전달했다.
최 대표는 “핵 마피아들은 SMR(소형모듈원자로) 등의 새로운 핵기술을 선전하며 탈석탄 이행과 정전 사태 해결에 탈원전은 도움이 안 된다는 거짓 논리로 핵발전소 건설을 주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학생기후행동은 오는 30일 오후 1시, ‘기후위기에 맞선 대학생 반란’을 진행한다. 300여 명의 대학생들이 서울에 모여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실제적인 정책 마련과 기후정의 실현을 위한 변화를 촉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