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40 기후 중립? 정부는 할 수 있는 목표를, 우리는 해야만 되는 목표를!”
[매일산업뉴스] 정부가 제시한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에 청년들이 반기를 들었다. 기후위기 대응을 촉구하는 청년단체’ 10곳은 ‘2040 기후중립 시나리오’를 주장하고 나섰다.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제로로 만드는 탄소중립의 시기를 적어도 10년은 앞당겨야 한다는 것이 청년들의 주장이다.
2040 기후중립 시나리오 선언에 참여한 기후변화청년모임 ‘빅웨이브’ 김민 대표를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시청앞 한 카페에서 만났다. 2016년 출범한 빅 웨이브는 기후 변화와 자신의 다양한 사회적 관심사를 연결해 토론하고 행동하는 청년네트워크다. 현재 회원은 300여명이다.
김 대표는 “정부는 할 수 있는 목표를, 우리는 해야만 되는 목표를 세운 것”이라면서 “한국에 허용된 탄소예산을 기준 삼아 역산한 것으로 기후위기 대응의 마지노선“임을 강조했다. 탄소예산은 기후변화로 인한 재앙을 막기 위해 배출이 허용된 온실가스의 총량이다. 이보다 더 많은 탄소를 배출할 경우 파리협정의 1.5℃ 목표를 지키기 어렵게 된다.
빅웨이브를 비롯한 청년단체들은 기후변화에 관한 국가간 패널(IPCC)이 제시한 탄소예산을 고려할 때 우리나라는 2030년에는 2018년 온실가스 총배출량에서 61%를 감축한 2억 8700만t 이하로 배출해야 하며, 2040년에는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0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온실가스 순 배출목표를 2030년까지 5억5200만t, 2050년까지 0t을 제시했다. 청년단체들은 2030년 모든 석탄발전소 가동 중단, 2035년 화석연료 사용중단, 2040년 폐기물 75% 감축 등 탄소 배출원에 대한 종결시점까지 제시했다.
기후중립은 파리협정의 1.5℃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이산화탄소뿐만 아니라 모든 인위적 온실가스으 순배출 제로를 달성하고, 그 과정에서 기후변화 적응, 생태계의 보전 및 회복탄력성의 증진까지 포괄하는 개념이다. 2015년에 체결된 파리협약은 지구 온난화로 인한 평균 기온상승폭을 2100년까지 1.5℃ 이내로 억제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김 대표는 “우리들의 시나리오가 탄중위에서 본격적으로 논의되지는 못했지만 부록으로 채택되었다”면서 “2040 기후중립 시나리오는 완벽한 해답이 아니라 우리 사회에 던지는 질문으로 계속 논의되어야 할 사항”이라고 밝혔다.
기업들은 산업경쟁력 약화를 이유로 정부의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도 버거워하는데 ‘2040 기후중립 시나리오’를 받아들일 수 있을까?
김 대표는 "기후위기는 더 이상 환경의 문제가 아니라 경제문제다. RE100. 탄소국경세 등 세계 시장 질서가 기후위기로 재편되고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지금 당장 힘들다는 이유로 천천히 가다가는 우리나라 기업들은 영원히 따라잡지 못할 수도 있다"고 김 대표는 경고했다.
상근활동가 없이 수평적인 모임으로 자율성을 강조하는 빅웨이브. 이에 대한 질문으로 말머리를 돌리자 딱딱했던 김 대표의 표정이 밝아졌다. 그는 “운영위원들이 있지만 어떤 운동이나 활동을 정해 주도하는 일은 거의 없다”면서 “회원들이 하고 싶은 일들을 자유롭게 올리고 뜻을 같이하는 회원들이 모여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김 대표는 빅웨이브의 대표적인 프로젝트로 ‘에너지내일로’를 꼽았다. 시즌1은 2018년 8월10일부터 16일까지 12명의 단원들이 충청권과 강원권, 경북권, 시즌2는 2020년 7월 25일부터 30일까지 20여명이 전라도와 제주도의 재생에너지 현장을 찾아 탐방하고 현장의 전문가와 지역주민들을 만났다.
김 대표는 “화석연료의 대안이 될 수 있는 풍력, 조력, 태양광 발전 현장을 찾았다”면서 “우리나라는 가정용 태양광 패널설치도 시설물로 봐서 이격거리를 요구하는 등 제한이 많은 점도 확인했다”고 말했다. 앞으로도 시즌3, 시즌 4를 계속 펼쳐나갈 계획이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김 대표는 “젊은이들이 기후위기에 대해 좀 더 관심을 갖고 활동할 수 있는 생태계 조성에 힘써 기성사회의 패러다임에 변화의 물결을 일으키고 싶다”고 밝혔다.
다른 단체들이 기후위기를 알리고 주장을 펼치는 퍼포먼스 등 행동 위주의 활동을 펼치고 있다면 빅웨이브는 청년들이 함께 성장하는 기후변화 활동의 플랫폼 제공을 제일 목표로 삼고 있다.
김 대표는 “기후운동이라고 해서 NGO 활동가만 하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회원들이 각자 학업이나 직장생활과 병행하며 기후활동가라는 자신만의 ‘부케’를 만들 수 있도록 적극 돕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