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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희영의 서비스경영·39]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투자에 불로소득이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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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희영의 서비스경영·39]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투자에 불로소득이란 없다
  • 매일산업뉴스
  • 승인 2021.11.2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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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부 교수

원샷 투자보다는 포트폴리오 분산투자가 맞고
경제가 어려울 땐 시장과 반대로 가는 투자가 최선
ⓒi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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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실이나 해로움을 뜻하는 위험(危險). 이 사전적 의미가 비즈니스에선 리스크(risk)로 통한다. 경영에선 위험이 ‘현금흐름의 불확실성’으로 정의되기 때문일까, 사망·부상·손상처럼 나쁜 일을 뜻하는 위험(danger)과는 뉘앙스도 다르고 실제 의미도 달라진다. 합리적인 인간이라면 불확실한 건 피하는 게 본능이지만 위험회피적인 행동, 한계효용체감의 이 당연한 원리가 투자의 행태에선 종종 반대로 나타난다. 경제학 이론의 대전제인 위험회피 성향이 일부 투자자에겐 맞지 않는다는 얘기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시장은 위험회피적인 행동이 지배하고 이끌어간다. 불확실한 게 싫은 투자자라면 누구나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지 않듯이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분산투자를 하는 게 맞다. 본래 월가에서 여러 증권(‘folio’)을 담아 운반(‘port’)하는 가방의 의미를 바꾼 건 마코위츠(Harry M. Markowitz)다. 그는 자신의 박사논문 ‘Portfolio Selection(1952)’에서 이 용어를 처음으로 투자이론에 사용했다. 여러 자산에 나눠 투자하면 같은 수익률로 위험만 줄어드는 걸 수학적으로 증명하면서 포트폴리오란 용어는 위험 분산의 의미로 바뀌어 투자원리로 활용되기 시작했다.

오늘날 공격적 투자의 대명사인 헤지펀드 역시 위험을 회피하기 위한 목적에서 출발했다. 부채와 공매도를 섞어 위험 노출을 줄이고 안정적인 수익을 만들기 위해 울타리(hedge)를 치는 보수적 투자의 개념이 오히려 먹잇감을 찾는 기업사냥꾼 벌처펀드로 진화한 건 아이러니다. 세상엔 여전히 저평가된 투자대상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교수
허희영 한국항공대 교수

투자에서 위험은 간단치 않다. 여기엔 회피 가능한 위험과 회피 불능인 위험이 있다. 개별기업이나 특정 산업의 위험은 종목과 업종을 분산하면 제거되지만, 경기변동이나 유가, 코로나 팬데믹 등의 거시변수는 포트폴리오를 아무리 잘 짜도 피할 수 없는 베타(β)리스크다. 시가총액에 비례해서 모든 주식에 분산하는 이상적인 포트폴리오에서는 β리스크만 위험으로 남는다. 정상적인 시장에서 더 높은 기대수익률이란 그래서 β위험에 대한 프리미엄이다. 하나만의 투자안을 선택할 때 얻는 높은 수익 대신에 그만큼의 위험에 대해선 시장이 보상하지 않는다.

어떻게 해야 포트폴리오의 효과를 극대화할까. 이론적으론 시장 전체의 수익률과 정반대로 움직이는 수익률을 내는 주식에 투자하는 게 답이다. 코스피가 상승할 때 하락하고, 하락할 때 상승하는 종목이라면 똑같은 기대수익률에서 투자의 성과는 극대화된다. 반반의 승률인 한일 축구게임을 놓고 이기는 쪽에 10만원을 거는 것보단 지는 쪽에 10만원을 걸어야 하는 분산투자의 원리다. 이겨서 기분 좋은 만큼 10만원 손해는 가볍고, 져서 기분 나쁠 땐 10만원의 이득으로 위안받는 이치다. 이겨서 좋은 기분에다 돈도 벌면 좋지만 잡친 기분에 돈까지 잃는 상황을 피하는 게 우선이기 때문이다. 한계효용체감의 법칙이 작용하는 원리가 여기에 있다.

증권이든 부동산이든 원샷 투자보다는 포트폴리오 분산투자가 맞고, 경제가 어려울 땐 시장과 반대로 가는 투자가 최선이다. 최근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지자 투자를 미루고 확실하게 유동성을 쌓은 기업의 판단은 그래서 현명하다. 밴드웨건을 따라가는 묻지마 투자는 시장의 효율적인 작동원리를 가볍게 보는 판단이다. 효율적인 시장일수록 남보다 더 나은 정보, 빠른 정보의 효과란 없다. 현재의 정보는 물론 미래의 정보까지 순식간에 반영되는 자본시장, 부동산시장에선 밤낮으로 시장흐름과 정보를 분석하는 기관투자자, 전문투자자도 초과이윤을 내기 어렵다. 대충 고른 종목과 전문가가 추천한 종목 간에 수익률의 차이가 없다는 효율적 시장가설(EMH)이 성립하는 배경엔 치열한 투자자 간의 경쟁이 있다. 낡은 틀을 깨는 고통과 혁신이 있어야 기업이 성공하는 것처럼 투명하고 공정한 경제에서 손쉽게 돈 버는 일은 어렵다.

전 세계적인 코로나19의 재확산, 유가와 환율의 상승, 통화 긴축과 물가의 불안으로 β리스크가 점차 커지고 있다. 국내외의 금리 인상을 앞두고 ‘영끌’, ‘빚투’의 뒤끝이 우려된다. 남의 돈으로 레버리지를 높인 투자로 재미를 보는 만큼 위험도 뒤따르는 투자의 원리를 생각했어야 했다. 부담한 위험만큼 수익으로 보상되는 시장에선 어느 투자이건 불로소득이란 없다. 수익을 더 내려면 그만큼 위험을 많이 부담해야 하고, 위험이 싫은 만큼의 수익률도 포기해야 한다. 위험과 수익률의 비례적 관계는 투자의 기본이고, 이게 세상의 이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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