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평화·생태·참여 중심가치 전국 54개 지역조직 아시아 최대 환경단체
[매일산업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C’,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F’,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F’.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국 권우현 활동가가 내놓은 2022 대선 후보들의 '기후위기' 과목 학점이다. 윤 후보는 기후위기 과제에 원전(原展) 관련 리포트를 제출했고, 안 후보는 리포트를 내놓지 않았다. 이 후보는 탄소중립, 감(減)원전이라는 방향성을 제시해 그나마 낙제를 면했다.
서울 종로구 환경운동연합 사무실에서 지난 6일 만난 권 활동가는 “현안인 기후위기 관련 정책을 내놓지 않는 대선후보들은 '기후범죄자'”라고 말했다. 죄목은 ‘배임’이다.
1993년 출범한 환경운동연합은 기후위기 시민운동의 구심점 역할을 해오고 있다. 2019년부터 기후위기를 사회문제화하고 관련 정책을 이끌어낸 기후위기비상행동의 산파역도 맡았다.
환경운동연합은 생명·평화·생태·참여를 중심가치로 전국의 54개 지역조직을 갖추고 있다. 200여명의 상근 활동가를 중심으로 3만여명의 회원들이 참여하고 있는 아시아 최대 환경단체다. 2002년에는 세계 3대 환경단체 중 하나인 ‘지구의 벗’ 회원단체로 정식 가입해 국제적인 활동도 강화하고 있다.
권 활동가는 문재인 정부의 기후정책에 대해서도 짠 점수표를 제시했다. “정부가 제시한 목표치 자체가 낮은데다 실행수단이 안 보인다”는 것이 그 이유다.
정부는 2050년까지 국내 탄소 순배출량을 '0'으로 줄이는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또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이상 줄이겠다는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제시했다.
2018년 10월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에서 승인한 ‘지구온난화 1.5℃ 특별보고서’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0년까지 2010년 대비 최소 45% 이상 감축해야 한다고 했다. 우리나라 NDC는 2010년이 아닌 2018년을 기준으로 하고 있어 50% 이상 줄여야 목표치에 근접할 수 있다.
권 활동가는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예산 확보가 안 돼 있고, 국내 온실가스의 30%를 내뿜는 화력발전소와 산업 부문 감축 정책이 없는 것도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2018년 환경운동연합에 합류한 권 활동가는 ‘에너지기후국’에서 활동하면서 초심을 버렸다고 털어놨다. “뉴스에서 무수히 지는 환경단체를 보면서 의미 있는 패배로 우리 사회에 메모리얼을 남기는 일에 참여하고 싶어서 환경운동연합을 선택했다”고 했다.
NGO와 시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4대강에 보가 건설되고, 밀양에 송전탑이 세워지고, 강정마을에 해군기지가 건설되었다. 환경단체의 활동은 우리 사회가 어떤 걸 짓밟고 이런 것들을 세웠는지 기념비를 세우는 일이라 여겼다. 그래서 같이 패배할 수 있는 사람이 많아지길 바랐고, 자신도 그 중의 하나이고 싶었다고 했다. 그러나 에너지기후국에 배치되면서 권 활동가는 “절대로 질 수 없다, 져선 안 된다”고 생각을 바꿨다. 기후위기를 부채질하는 것들과의 싸움에서 진다면 인류의 미래는 없기 때문이다.
그는 올해도 절대로 져서는 안 될 싸움에 나서기 위해 마음을 다잡고 있다. 권 활동가는 “대선 관련 정책제안 이벤트를 기획하고 있으며, 건설 중인 석탄 화력발전소 4기의 중단과 노후 석탄발전소 조기 폐쇄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 9기의 화력발전소 건설이 예정돼 있었다. 충남 당진에 건설 중이었던 2기의 발전소는 진보와 보수 단체가 하나가 되어 저지했다. 그러나 경남 고성 2기, 충남 서천 1기는 완공되었다. 현재 강릉 2기, 삼척 2기는 공정률이 30~80% 진행된 상태다.
권 활동가는 “적절한 비용보전으로 발전사업 허가를 취소할 수 있는 에너지전환지원법 제정 운동을 통해 기업의 포기를 이끌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재생에너지만으로 화력발전소와 원자력발전소의 빈자리를 채울 수 있을까? 권 활동가는 “가능하다”고 단언했다. 특히 태양광은 패널 효율이 높아지고 있고 저장시스템 등 관련 기술이 발전하고 있어 기대할 만하다는 것이다. 환경운동연합 옥상에는 서울 시내 1호 태양광 발전시설이 있다. 21년 전 설치한 패널은 아직도 '열일' 중이다. 이 발전설비는 9㎾ 용량이지만 현재 기술로는 같은 면적에 40㎾ 용량까지 가능하며, 설치비용도 외려 저렴해졌다. 권 활동가는 “현재 화력과 원자력 발전에 주는 세제혜택을 재생에너지로 돌린다면 가격경쟁력도 생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후위기의 피해자는 일반시민들이다. 하지만 원인제공자들이기도 하다. 이들에게 권 활동가는 다음과 같은 당부를 했다.
“ 대선과 지자체 선거에서 기후관련 정책을 살펴 투표해주세요. 기후위기, 에너지전환, 채식 등을 소모임, 독서모임 등을 통해 일상의 토픽으로 만들어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