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팬더믹으로 돌봄노동 '독박'쓴 여성들 실업자 전락
[매일산업뉴스] 29개국 중 29위. 제114회 세계여성의 날에 우리나라가 받아든 '유리천장지수(Glass-ceiling Index)’ 순위입니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여성의 날을 맞아 8일 발표한 ‘유리천장 지수’에 따르면 한국은 100점 만점에 20점대를 기록했습니다. OECD의 평균점수는 약 60점입니다. 평균을 한참 밑도는 낙제점을 받은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29개국 중 꼴찌를 했습니다.
이코노미스트는 2013년부터 남녀 고등교육 격차, 소득격차, 여성의 노동 참여율, 관리직 여성 비율, 남녀 육아휴직 현황 등을 종합해 해마다 유리천장지수를 발표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그때부터 꼬박 10년째 끝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남녀 소득격차, 관리직 여성 비율, 기업 내 여성 이사 비율에서 최하점을 받았습니다. 특히 성별 임금격차는 창피한 수준입니다. 한국의 남녀 소득 격차는 35.1%로 OECD 평균인 13.5%의 3배에 가깝습니다. 28위인 일본 23.5%, 27위인 이스라엘 22.7%보다 격차가 훨씬 큽니다.
이코노미스트는 "한국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율은 고작 59%로 남성의 79%에 비해 현저히 낮다"고 지적했습니다.
관리직 여성 비율과 기업 내 여성 이사 비율 부문도 만만치 않습니다. 한국 상장기업 이사 98%가 남성입니다. 여성이 대표인 기업은 109곳 중 1곳에 그치고 있습니다. 여성 중간 관리자 비율도 15.6%밖에 안됩니다. OECD 평균인 31.9%에 절반도 안 됩니다.
꼴찌를 면한 부문도 오십보백보 수준입니다. 의회 여성 의석 비율은 27위를 차지해 꼴찌를 가까스로 면했습니다.
이코노미스트는 “문화적, 사회적 규범이 여전히 일터에서의 성평등에 걸림돌이 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아시아에서 많은 여성이 가족과 일, 둘 중 한 가지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이코노미스트는 가사노동의 성불평등을 지적했습니다. “한국이나 일본의 경우 여성은 가사와 장보기 같은 무보수 활동을 남성보다 5배 정도 많이 한다”고 했습니다.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21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에 따르면 2019년 기준 맞벌이 여성의 하루 평균 가사노동시간은 2시간 31분이었습니다. 남성은 고작 39분을 가사노동에 투자했습니다. 전업주부인 경우는 4시간 5분 가사노동을 한 데 비해 남편은 33분에 그쳤습니다. 반대로 여성만이 경제활동을 하는 경우에도 가사노동시간은 2시간 19분으로 집에 있는 남편(1시간 43분)보다 훨씬 길었습니다.
여성의 날 눈길 끄는 통계 조사 발표가 하나 더 있었습니다, 국내 회계법인 삼일PwC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3개국의 여성 고용성과를 측정한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삼일PwC에 따르면 지난 10년 동안 여성 고용은 꾸준히 성장해 왔지만, 코로나 이후 여성 실업률이 높아지면서 관련 지수도 하락했습니다. PwC는 “코로나 장기화에 따라 여성이 육아와 가사 등 돌봄노동에 대한 책임에 몰리면서 노동시장 이탈이 이뤄진 것이 주 원인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삼일PwC 추정에 따르면 코로나 발생 이전보다 여성 실업자는 510만명 더 증가했고, 노동 시장에 참가하는 여성의 수는 520만명 줄어들었습니다. 또한 팬데믹 기간 학교 또는 보육 시설이 폐쇄됨으로써 자녀 돌봄 의무를 여성이 전담한 비율이 남성보다 3배나 더 높았습니다.
PwC는 여성과 남성의 경제활동참가율 간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최소 30년이, 남녀 성별 임금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최소 63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PwC 영국의 수석 경제연구원인 라리스 스티로우는 "후퇴한 여성의 고용 환경 지표를 되돌리기 위해 정부와 기업이 여성·사회적 약자들을 고려한 정책을 효과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제20대 대통령 선거 날이 밝았습니다. 어느 정당이 정권을 잡든 귀담아 들어야 할 말입니다. 여가부 폐지를 공약하면서 '이대남(20대 남성)'에게 러브콜을 보낸 후보는 물론 "여성의 삶이 나아지는 건 우리 모두의 삶이 나아지는 것'이라고 말한 후보도 여성·사회적 약자를 고려한 정책에 우선순위를 두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