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부인의 옷값 의혹 증폭, 청와대 5년 불통의 결과
가장 건강한 나라는 정부와 국민의 소통이 잘 되는 국가
2022년 5월 10일, 새로운 정부가 탄생된다. 대통령으로 선출된 윤석열 당선인은 공약실천으로 청와대를 국민에게 개방하고,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으로 이전하겠다고 직접 발표했다. 이유는 국민과 진정으로 소통하는 세상을 열겠다는 취지다. 그동안 역대 대통령들은 ‘자신은 진짜 국민과 소통하겠다’며 취임사를 통해 강조했다. 이번 윤석열 정부는 자신의 공약이기도 한 청와대 개방을 통해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는 ‘찐 소통 대통령’이 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사회갈등의 궁극적인 원인 중 하나가 소통의 부재다. 가장 건강한 나라는 정부와 국민이 소통이 잘 되는 국가일 것이다. 정치인들이 중요한 정책을 만들고 이끌어갈 때 그 중심에는 국민의 목소리가 반영되어야 한다. 또, 정책에 반대하는 여론이 있다면, 시간이 걸릴지라도 설득하는 과정도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한다. 너무도 당연한 얘기다. 국가의 주인은 국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동안의 정치는 어땠는가? 주객이 전도된 꼴이다. 국가의 주인이 국민이 아니고 권력이 주인행사를 하니 말이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의 ‘옷값’ 논란에 국민여론이 들끓고 있다. 한국 납세자연맹이 대통령 내외의 의전비용 공개요청을 요구했다가 청와대가 공개할 수 없다고 결정하자, 납세자연맹은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그 결과 법원은 극히 일부를 제외한 전체를 공개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이에 청와대는 불복해 항소를 제기했다. 이렇게 되면 대통령 퇴임 시 옷값 등 의전비용은 ‘대통령 지정기록물’로 남게 되고 향후 15년동안은 비공개가 된다. 이 과정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수많은 국민들은 이 사안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한 언론에서 김여사의 옷값논란에 대해 설문조사를 했는데 과반수가 넘는 59.7%가 공개해야 한다고 응답했다(쿠키뉴스 2022년 3월 28일 보도).
국민들은 한 개인의 옷값의 사치성에 의문을 제기한 것이 아니다. 사비로 구매했다면 문제될 게 전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단돈 십원이라도 국민세금이 들어갔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김정숙 여사는 대통령의 부인일 뿐이기에 개인관광이나 옷 구매 목적으로 공금을 사용해선 안 된다. 김혜경씨의 법인카드 사적 사용 논란도 마찬가지 맥락이다. 이 문제를 단순히 옷을 많이 샀네 안 샀네의 초점으로 바라봐선 안 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한 네티즌이 김여사의 옷을 ‘사진으로 전수조사 한 것만으로도 178벌이나 된다’고 지적한 것도 그 의중엔 국민의 세금이 들어갔는지 의문을 제기한 것이라고 생각된다.
청와대가 이 문제에 대해서 국민들과 투명하게 소통했다면 어땠을까? 논란이 끊이지 않고 더 커진 이유는 이 문제의 당사자가 아닌 청와대 참모진들의 이구동성도 한 몫을 했다.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은 처음엔 카드로 샀다고 했다가 현금으로 산 게 밝혀지자, 현금영수증을 받았다고 해명했다. 그런데 업체에선 현금영수증을 요구하지 않았다고 했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참모진들이 법을 어겨서라도 공개하자’’고 한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러나 이미 법원에선 공개하라고 판결이 난 상태다. 지금이라도 법원판결대로 투명하게 공개하면 될 일이다. 전혀 어렵지 않다.
지금 대한민국의 가장 큰 화두는 소통이다. 소통이 되지 않으니 불신만 쌓이고 국민들의 피로감은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이번 옷값 논란이 단순한 해프닝으로 끝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동안 문재인 정부 5년은 소통보다는 불통에 가까운 정치였다. 어쩌면 이번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감이 생각치도 못한 김정숙 여사의 옷값에서 튀어나와 거센 후폭풍이 불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한다. 그게 거대 권력자이든 평범한 직장인이든 다 마찬가지다. 인간관계에 예외가 어디 있겠는가? 문제가 발생했을 때 사과와 반성은 당연한 것이다. 중요한 것은 같은 실수가 반복되지 않는데 있다. 그 실수를 반면교사 삼아 앞으로의 문제들을 잘 해결해 나가는 것이 건강한 사회로 가는 첩경이 될 것이다. 또, 과거에 잘잘못에만 발목 잡혀 앞으로 전진하지 못하는 것도 지혜롭지 못하다. 이제 새 시대가 열린다. 대한민국은 새로운 시도를 시작할 것이다. 여러가지 문제와 갈등을 이번 윤석열 정부는 어떻게 풀 것인가 지켜보자. 건강한 소통문화가 자리잡길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