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위의 나이 계산법 통일을 반기는 이유 ... 민원과 법정 분쟁 해소 갈등비용 절감
정보비대칭 폐해 ... 지번주소 없애고 국제표준은 도로명 주소 통일해야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나이 계산법을 통일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기사를 보니 대선공약에 포함된 내용이었다고 한다. 물론 이것을 보고 표를 준 사람들은 없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결코 가벼운 주제는 아니라고 본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사용되는 나이는 세 가지나 있다. 한국식 나이, 연 나이, 만 나이가 그것이다. 한국식 나이는 태어나면서 1살이 되고 해가 바뀌면 2살이 된다. 12월 31일 밤 11시 59분 59초에 태어난 아기는 2초만에 2살이 되지만 1월 1일 0시 0분 1초에 태어난 아기는 1년(3053만6000초)이 지나서 2살이 된다. 수리적 개념이 없던 옛날에 나이를 세던 방식이지만 지금도 이러한 셈을 쓰니 외국인들의 웃음거리가 되곤 한다. IT국가로서 면목이 없는 일이다.
그리고 연 나이는 현재 연도에서 출생 연도를 차감한 값이다. 한국식 나이보다는 낫지만 이 방식도 생일은 무시하기 때문에 1월 1일에 태어난 사람이나 12월 31일에 태어난 사람의 나이가 같게 된다. 역시 과학적이지 않다.
이에 비해서 만 나이는 생일까지 고려한다. 현재 시점이 생일이 지났으면 연 나이가 곧 만 나이가 되지만 생일이 지나지 않았으면 연 나이에서 1살을 더 뺀 값이 만 나이가 된다. 과학적이고 합리적이기 때문에 국제표준이 되어 있다.
인수위원회는 법적·사회적 나이를 만 나이로 통일할 계획이라고 한다. 나이에 대한 통일된 값이 없어서 의료행정이나 노사관계에서 민원과 법적 분쟁이 많은 점을 생각해보면 이번 조치는 말 그래도 생활정치라고 할 수 있겠다. 계속 이념정치에만 시달리다보니 신선하다는 느낌까지 든다.
나이체계 못지않게 주소체계도 혼란스럽다. 지번 주소와 도로명 주소가 그것이다. 조선시대에는 건물을 중심으로 주소를 표기했다고 한다. 그런데 일제 강점기에 토지마다 번호를 부여하면서 지번 주소가 도입된 것이다. 지번 주소를 쓰는 나라는 우리나라, 일본, 태국 정도라고 하는데 토지에 번호를 부여하다보니 하나의 토지에 여러 집을 지으면 주소가 복잡해지고 여러 토지가 합쳐져서 큰 건물이 들어서면 어떤 번호를 사용해야 하는가의 문제도 생긴다. 그래서 지번에 연속성이 없어 주소를 갖고 집을 찾아가기가 어렵다. 대부분의 국가들이 찾아가기 쉬운 도로명 주소를 쓰고 있으니 국제표준은 도로명 주소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도 국가경쟁력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김영삼 정부가 1995년부터 도로명 주소를 사용하는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IMF 외환위기와 정권교체로 사업이 지지부진했는데 재정비해서 박근혜 정부가 2014년부터 전면적으로 도로명 주소체계를 시행했다.
그런데 이렇게 도로명 주소가 전면적으로 시행되면 종전보다 편해져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것 같다. 우선 주소 이름을 지자체들이 제각각 붙이다보니 통일성이 없다. 방향을 나타내는 동서남북과 숫자가 뒤섞여서 무슨 암호같기도 하고 많은 역사적 의미를 담느라고 이름이 길어져서 부르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영어로 표기된 주소를 보면 외국인이 저것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싶다.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이용자의 편의성이 뒤로 밀린 것 같다. 전문가가 통일성을 갖고 체계적으로 도로명을 붙였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크다.
그러나 이보다 더 큰 불편한 점은 도로명 주소가 도입되었으면 지번 주소는 퇴장해야 하는데 아직도 건재하다는 점이다. 도로명 주소의 전면적 시행이 8년이 되었는데도 어떤 경우에는 도로명 주소, 어떤 경우에는 지번 주소를 선택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IT기술 덕분인지 매일 받는 우편물을 보면 아예 지번 주소가 괄호 안에 항상 병기되어 있다. 내비게이션에 목적지를 입력할 때에도 두 개가 다 사용되고 있다. 잉크나 메모리 용량의 불필요한 낭비뿐만 아니라 중복된 정보로 인한 피로감도 만만치 않은 것 같다.
정보비대칭으로 인한 폐해는 경제학에서 이미 증명된 바 있다. 그런데 정보비대칭은 정보의 부족에서만 생기는 것이 아니다. 불필요하게 중복된 정보 역시 혼란으로 폐해를 준다. 그렇게 오랜 시간과 많은 예산을 들여서 도입했으면 그 효과를 제대로 누려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