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2년 상법 도입 당시 전세계 유일한 입법화
[매일산업뉴스] "기업활동 하는 것에 방해하는 요소들이 있다면, 제거해 나가는 것이 정부가 해야 될 일 아닌가 싶습니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3월 21일 경제6단체장과의 첫 오찬회동에서 한 말이다.
윤 당선인이 규제개선 의지를 피력하면서 곳곳에서 낡은 규제를 없애야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 중 하나가 대주주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3%룰’이다.
4일 재계에 따르면 2020년 상법 개정으로 감사위원 분리선출이나 다중대표소송 등 주주 권한을 강화하는 제도가 속속 도입된 반면, 투기자본 공격에 대비할 수 있는 경영권 방어수단이나 기업가정신을 고취시킬 수 있는 ‘경영판단원칙’은 여전히 반영이 안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1962년 상법 제정 당시 도입된 대주주 의결권 3% 제한 제도는, 지금까지 60년간 여전히 유지가 되는 상황이다.
유정주 전국경제인연합회 기업정책팀장은 “회사법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보다 기업 경영활동을 감시하고 규제하는 처벌법이 되고 있다”면서 “‘대주주 의결권 3%’ 제한 제도는 전세계 어디에도 없는, 한국 유일의 규정”이라고 꼬집었다.
대주주 의결권 3%제한 제도는 대주주 영향력을 차단한다는 명목으로, 발행주식 총수의 3%를 초과하는 주식은 의결권을 강제로 제한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주총에서 감사위원을 선출할 때 3%를 초과하는 주식은 의결권 행사가 금지된다.
이는 전세계 회사법의 모델이 되는 미국 델라웨어주의 회사법을 살펴봐도, 의결권을 제한하는 제도는 찾을 수 없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대주주는 의결권 3% 제한을 받는 반면 투기자본은 일명 ‘지분 쪼개기’를 통해 모든 의결권 행사를 할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외국계 펀드 소버린자산운용이 SK그룹을 공격했던 사건이다. 2004년 SK주식 14.99%를 보유한 소버린은 펀드를 5개로 쪼개 각 2.99%씩 보유하고, 모든 의결권을 행사하려고 시도하면서 경영권을 위협했었다. 반면 3% 의결권밖에 행사할 수 없었던 SK 최대 주주측은 경영권방어를 위해 약 1조원의 비용을 쏟아부었다. 1년 뒤, 소버린은 보유 주식을 전략 매각해 약 1조원(9459억원)의 시세차익을 거뒀다. 소버린 사건에서 알 수 있듯이. SK가 경영권 방어를 위해 쓴 비용은 소수주주가 아닌 외국인에 고스란히 바친 셈이 됐다.
지주회사 소속 대규모 상장회사에게 3% 의결권 제한이 적용되면, 감사위원 선출시 수십조원에 달하는 주식 의결권이 박탈당한다. 예를들어, 지주회사 SK(주)는 2022년 4월 현재 자회사 SK이노베이션 주식을 33.77% 보유하고 있지만, SK이노베이션 감사위원 선출시 3%만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고, 나머지 30.77%(약 6조원)의 의결권은 상실되는 것이다. 5월 3일 종가 기준 외국인 보유지분율은 21.38%이다.
이는 주식이라는 재산의 가장 본질적인 권리인 의결권을 제한한다는 점에서 위헌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헌법 제37조 2항 에 따르면 기본권을 필요한 경우에 한해 법률로 제한하는 경우에도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도록 돼 있다. 따라서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인 재산권(헌법 제23조 1항)을 제한하는 법률은 과잉금지의 원칙을 준수하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또한 주주는 회사에 대한 권리의무 관계에 있어 원칙적으로 그가 가진 주식의 수에 따라 평등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주주평등 원칙에도 위배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그런데 대주주 의결권 3% 제한제도는 최대주주의 경영권을 사실상 박탈하는 효과가 있는데다, 기관투자자 또는 외국계 헤지펀드가 주도하는 기업지배구조를 형성할 위험성마저 있다.
따라서 차등의결권과 포이즌필 등 경영권 방어제도가 없는 상황에서 적대적 M&A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어 경영권 방어에 과도한 자금을 투입하게 만든다. 무엇보다 경영권 방어에 과도한 자금 투입은 기업의 중장기 성장동력인 연구개발(R&D)ㆍ시설투자 및 고용 축소로 이어질 수 있으며 이는 주주의 손실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유정주 팀장은 “대주주 의결권 3% 제한 제도는, 한국 경제규모가 1인당 국내총생산(GDP) 100달러에 불과했던 시대(1962년)에 도입되었던 제도인 만큼, 지금 변화된 기업경영 활동에 맞지 않는 조항으로 시급히 폐지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