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ㆍ일 공동선언, 21세기를 향한 새로운 파트너십' 2.0시대 인식 같이해
상호 무비자입국제도 부활에 공감대 형성
[매일산업뉴스]코로나19 팬데믹으로 중단됐던 한·일 재계회의가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 주도로 3년만에 재개됐다. 특히 이번 회의에는 삼성, SK, 현대자동차, LG 등 국정농단 사태로 전경련 회원사에서 탈퇴했던 4대그룹이 참석하는 등 문재인 정권에서 부침이 심했던 전경련이 윤석열정부 들어 과거 위상을 조금씩 회복하는 모양새다.
특히 한·일 재계는 양국 관계개선과 상호 무비자 입국제도 부활을 통한 인적교류 확대 등을 촉구했다.
전경련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일본 경제단체연합회(이하 경단련)과 제 제29회 한일재계회의를 개최했다.
1983년 시작된 한·일 재계회의는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2년간 중단됐다. 특히 이번 회의에는 허창수 전경련 회장을 비롯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김윤 삼양홀딩스 회장, 이장한 종근당 회장, 조현준 효성 회장,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등 20여명이 참석했다.
특히 2016년 국정농단 사태 이후 전경련에서 탈퇴한 4대 그룹의 주요 계열사 사장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이인용 삼성전자 사장, 공영운 현대자동차 사장, 조주완 LG전자 사장, 이용욱 SK머티리얼즈 사장이 참석했다.
전경련 관계자는 "오랜만에 열리는 한·일 재게회의라 요청을 했다. 회원사가 아니라 뜸했는데, (이전엔) 당연히 왔던 행사"라고 말했다.
전경련과 일본 경단련은 이날 회의에서 ▲상호 수출규제 폐지 ▲상호 무비자 입국제도 부활 ▲한국의 포괄·점진적 환태평양 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필요성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발전을 위한 협력 필요성 등의 안건을 논의했다.
또한 1998년 한·일 공동선언(김대중-오부치 선언) 정신을 존중하고 미래지향적 관계를 구축하는데 경제계가 앞장서자는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한·일 공동선언은 당시 김대중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 일본 총리가 두 나라의 불행한 역사를 극복하고 미래지향적 관계를 발전시키자는 취지로 합의한 11개항의 공동선언이다.
허창수 회장은 “한일관계 개선은 '김대중-오부치 선언'에 답이 있다. 과거가 아닌 미래를 보고, 모든 분야에서 협력을 강조한 이 선언을 지금에 맞게 업그레이드해야 한다”며 "이 선언의 취지에 따라 한·일 정상회담이 조속히 열려 상호 수출규제 폐지, 한일 통화스와프 재개, 한국의 CPTPP(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가입 등 현안이 한꺼번에 해결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도쿠라 마사카즈 일본 경단련 회장도 “한일관계가 어려울수록 98년 한일파트너십 선언의 정신을 존중하고, 한일이 미래를 지향하면서 함께 전진하는 것이 소중하다”면서 “일본 경제계에서도 한일 정상과 각료 간의 대화가 조기에 재개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일본 경단련 대표단은 이날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을 찾아 윤석열 대통령을 접견했다.
한국 측에서는 전경련 허 회장과 권태신 상근부회장, 김봉만 국제본부장 등 재계인사와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김태효 1차장, 최상목 경제수석 등 대통령실 참모진이 참석했다.
일본 측에서는 도쿠라 마사카즈 경단련 회장과 사토 야스히로·야스나가 타츠오·히가시하라 토시아키 부회장, 구보타 마사카즈 사무총장 등이 참석했다.
윤 대통령은 "반갑습니다"라며 경단련 인사들과 차례로 악수했다. 이어 접견은 비공개로 진행됐다.
대통령실은 보도자료를 통해 "윤대통령은 양국은 미래지향적인 협력관계를 만들고자 함께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한다. 특히 앞으로 있을 경제안보 시대에 협력 외연이 확대될 수 있도록 양국 기업인들이 계속 소통해 줄 것을 당부했다"고 전했다.
이어 "양국 관계의 현안해결을 위해 한일 양국 정부가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면서 "윤 대통령은 한일 재계회의가 3년 만에 재개되어 경련단 대표단이 방한한 것은 양국간 실질적 교류 활성화로 이어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고 덧붙였다.
대통령실은 "도쿠라 회장은 한국과 일본은 중요한 이웃국가로서, 정치·경제·문화 등 모든 면에서 긴밀하고 호혜적인 관계라며, 일본 경제계도 한일 양국 경제분야에서 우호관계를 유지·발전시킬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해 나가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 일정을 소화하면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를 향해 "한일의 현안들을 풀어가고 양국의 미래 공동이익을 위해 양국 관계를 발전시킬 수 있는 파트너가 될 수 있다고 확신하게 됐다"고 말하는 등 한일 관계 개선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