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 자생력 강화 없는 제한 경쟁, 해외 기업만 이익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제도, 소비자 후생 위해 폐지해야
[매일산업뉴스]최근 중소기업 적합업종의 실효성 결과가 담긴 보고서가 발표되어 이슈가 되고 있다. 도입된 지 11년의 시간이 지난 시점에서 정책효과에 대한 재평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중소기업 양극화를 해소하고, 중소기업의 경쟁력 강화 등의 명분으로 동 제도가 도입되었지만, 당초 기대했던 효과는 불분명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반면, 경쟁제한으로 인한 피해는 모두 소비자들이 부담하게 되어 제도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는 상황이다.
이에 소비자정책 감시단체 사단법인 컨슈머워치(대표 양준모)는 15일 오전 10시 여의도 산림비전센터 열림홀에서 ‘소비자 입장으로 본 중소기업 적합업종’을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발제자로 나선 서강대학교 임채운 교수는 중소기업 적합업종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본 제도의 취지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전제 조건이 실행되어야 한다. 특히 적합업종의 혜택을 받고 있는 중소기업이 개별 기업의 자생력 강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 교수는 “중소기업의 안정적 사업영역 보호를 위한 고유 업종 제도가 정책 의도와 달리 부작용이 크게 나타나자 2006년 폐지됐었다"며 "적합업종 제도의 영향에 대한 평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적합업종제도는 고유 업종 제도와는 달리 정부가 아닌 민간이 선정 주체인 자율합의가 차이점이기는 하나 결국 중소기업의 사업영역 보호의 필요성에 의해 제한을 두기에 중소기업 성장기피 현상 등 시장 경쟁과 산업혁신 약화와 같은 부작용이 재발된다면 다시 논의 할 필요가 있다는게 임 교수의 생각이다.
임 교수는 “제도가 품목범위 등이 고정적으로 존속되는 것이 아닌 만큼 제도의 효과에 대한 평가를 제대로 하고, 그에 따른 유연한 대처가 필요하다”며 "소비자의 선택과 후생 증대를 위해 개별 기업은 다양한 제품의 품질을 향상시키며, 합리적 가격을 제공하기 위해 상생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서울여자대학교 노용환 교수는 “신산업과 신상품의 출현, 플랫폼 시장의 성장, 업종 간 융·복합화 촉진 등을 감안하여 새로운 ‘중소기업 적합업종’ 운영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노 교수는 “현재 지정된 적합업종품목과 동일한 품목을 생산하는 경쟁국의 반사이익 및 소비자 후생 실태를 점검하고, 중소기업이 보호의 틀에서 지대추구에 안주하지 않도록 유인책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토론에 나선 김영훈 경제지식네트워크 사무총장은 “특정 품목에 대해 신규 기업의 진입을 제한하거나, 중소기업의 사업영역으로 한정하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 찾아보기 어려운 제도”라고 지적했다.
김 총장은 “이 제도가 경제 약자를 지원한다는 취지가 아무리 좋아도 진입 제한 정책으로 인해 시장을 약화시키고, 투자가 줄어 산업 성장이 지체되며 질 좋은 일자리 창출도 어렵게 한다”며 "특히 소비자들이 좋은 제품과 서비스를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기회를 잃게 되니 가장 큰 피해자”라고 강조했다.
이어 김 총장은 “적합업종제도가 득보다 실이 많은 제도로 평가된 만큼 정부는 시장 경쟁을 촉진하면서 중소기업의 성장을 도울 실효성 높은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총장은 “대중소기업 동반성장을 위해서는 민간자율원칙에 기반을 둔 공정한 경쟁기반을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혁신기업이 등장할 수 있도록 차별적인 법·제도의 진입장벽을 낮추는 일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