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 보수규제법안을 제정하라는 요구가 있다. 낮은 실적의 금융회사 임원에게 과다 지급한 보수가 금융위기의 한 원인으로 지목되면서다. 지난 20대 국회에서는 회사 임원의 보수를 강력하게 규제할 것을 요지로 하는 법률안들이 제출된 바 있다. 그러나 법적 성격이 불명확한 방안을 차용하여 회사임원의 보수를 무조건적인 규제 대상으로만 취급하는 것은 위험하다.
개별 회사가 지급하는 보수를 정부가 관리 감독한다는 것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그 합법성이다. 적법한 절차를 거쳐 결정된 이사의 보수는 회사와 이사 쌍방을 구속하는 계약이다. 일반적으로 상장기업 이사보수의 결정은 주주총회나 정관에서 총액을 정하고, 이사회에서 임원 개인별 보수를 결정하는 방식을 따른다. 일단 이와 같은 적법절차를 거쳐 결정된 보수는 위임계약에서의 회사와 이사 사이의 계약으로 이해된다. 그러므로 규제 법안대로 이사의 보수를 감액하거나, 지급하지 않거나, 또는 사후적으로 환수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효력이 없을 뿐만 아니라 개인의 재산권을 심각하게 침해할 가능성이 있다.
임원의 책임을 정부의 통제대상으로 삼으면 유능한 인재 유입과 적극적 경영전략 마련에 소홀해지는 것도 문제다. 이사의 보수를 적극적으로 보장하는 것은 다름아닌 기업의 성과와 혁신을 독려하기 위함이다. 이사의 경영 판단은 원래 전문적이고 가변적이며, 때론 모험적인 것이다. 그 결과만으로 임원에게 과도한 책임을 묻는다면, 과감한 판단과 도전을 기반으로 하는 기업가 정신은 당연히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러한 규제 법안은 불필요한 제도다. 이사의 책임을 보수 감액이나 환수로 묻자는 주장은 현재의 상법조항만으로는 보수 규제가 불충분하다는 문제제기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실제로 이사의 직무나 회사 재정상태를 고려할 때 보수가 과다한 것이라면 이와 같은 보수 결정은 무효가 된다. 충실의무에 반하는 것으로 배임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또한 보수가 부당이득이나 불법행위에 해당한 것이라면 회사는 지급 거절, 부당이득반환, 손해배상청구 등의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다. 그러니 현행 상법이 정한 규정만으로도 충분한 문제 예방이 가능하다.
기업이 충분히 자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을 정부의 손에 맡기는 방식은 옳지 않다. 정부가 가져간 선택권이 개인의 정당한 권리와 기업의 발전을 가로막는다면 더더욱 그렇다. 대신 기업의 자율적인 권한을 보장해야 한다. 성급한 입법을 통한 이사의 보수 규제는 보수의 본질적 기능과 역할을 왜곡하여 결과적으로는 회사의 혁신을 저해할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