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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춘의 Re:Think]'영국 총리 사임' 법인세 인하는 죄없다, 문제는 재정 건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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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춘의 Re:Think]'영국 총리 사임' 법인세 인하는 죄없다, 문제는 재정 건전성!
  • 매일산업뉴스
  • 승인 2022.10.3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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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김용춘 전국경제인연합회 팀장/법학박사

아무리 좋은 정책도 재정건전성 뒷받침되어야 적극 추진
법인세 인상은 주식투자자, 근로자, 소비자 부담으로 귀결
리즈 트러스 전 영국 총리가 지난 20일(현지시간) 총리실 앞에서 사임을 발표하고 있다. ⓒ런던AFP=연합뉴스
리즈 트러스 전 영국 총리가 지난 20일(현지시간) 총리실 앞에서 사임을 발표하고 있다. ⓒ런던AFP=연합뉴스

지난 20일 영국 리즈 트러스 총리가 44일만에 사임하면서 역대 최단명 총리라는 불명예를 얻었다. 성급한 감세안이 트러스 총리를 사임으로 몰았다고들 한다. 지난 9월말 법인세율 인하안을 포함한 70조원 규모의 감세안을 발표하자 영국 금융시장이 대혼돈에 빠졌기 때문이다. 

일각에는 영국의 사례를 근거로 현 정부가 추진 중인 법인세율 인하 등 감세정책을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영국사태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성급한 주장이다. 영국 사태의 본질은 바로 재정 건전성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성급한 감세안을 발표했기 때문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당시 영국의 국가부채 비율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154.1%에 달할 정도로 재정건전성이 악화된 상태였다. 정부 빚이 많은데 아무런 대안없이 당장 세수를 줄이겠다고 하니 금융시장의 신뢰가 무너질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게다가 고금리·고물가 등 글로벌 경기침체에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변수도 많은 상황이었으니 금융시장은 패닉으로 흐를 수밖에 없었다.

김용춘 전경련 팀장/법학박사
김용춘 전경련 팀장/법학박사

사실 낮은 법인세율은 기업의 투자 유치와 경제 성장에 큰 도움이 된다. 아일랜드의 법인세는 12.5%로 세계 최저 수준이다. 특허 등에 따른 소득에 대해서는 법인세율이 절반(6.25%)으로 뚝 떨어진다. 싱가포르는 17%다. 여기에 첨단기술 선도기업으로 인정되면 법인세를 최대 15년간 면제해 준다. 그러니 화이자, 노바티스와 같은 세계적인 기업들이 투자보따리를 싸 들고 그 나라들을 찾는 것이다. 생각해보자. 아일랜드나 싱가포르가 자원이 많은 나라도 아니고 내수가 큰 나라도 아니고 인건비가 싼 나라도 아니지 않은가. 오직 낮은 법인세율 등 기업 친화적 환경이 만들어낸 성과다. 그 결과는 국민 풍요로 돌아왔다. 싱가포르와 아일랜드의 국민소득은 약 8만 달러에 달한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정책도 재정건전성이 뒷받침되어야 적극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 나라 곳간이 비었는데 어떻게 복지정책을 하고 기업투자 지원을 하고 감세카드를 꺼내들 수 있겠는가. 마치 보약도 기본 체력이 받쳐줘야 먹을 수 있듯 국가 정책도 재정건전성이 확보되어야 추진할 수 있다. 관광대국이던 그리스의 경제가 무너진 것도 무분별한 지출확대가 부른 참사였다. 더 안타까운 부분은 한번 재정중독증에 걸리면 치료가 매우 어렵다는 점이다. 국가 재정이 어려우면 국민모두가 허리띠를 졸라매야 극복할 수 있지만, 다들 정부가 더 베풀라며 오히려 아우성이니 말이다.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아직은 GDP대비 국가부채비율이 47% 수준으로 나른 나라들에 비해 양호한 편이다. 물론 지난 정부에서 지출을 확 늘리는 바람에 그 증가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것이 좀 문제이긴 하지만, 그래도 지금 당장은 나쁘지 않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법인세 인하카드는 아직 유효하다고 봐야 한다. 자원도 없고, 내수시장이 큰 것도 아니고, 노동력이 싼 것도 아닌데, 여기에 법인세율마저 높으면 누가 한국에 투자하려 하겠는가. 실제 법인세 부담이 1%p 낮아지면 설비투자가 6.3% 늘어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법인세율 인하를 반대하는 측에서는 부디 이를 부자감세로 호도하지 마시라. 법인세는 형식적으로는 기업에게 부과되지만 실질적으로 일반 국민들에게 귀착된다. 이는 경제학 교과서에도 나와 있는 상식이다. 오죽 답답하면 얼마전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도 법인세 감세가 부자 감세라고 하는 것은 단순한 정치구호라고 하지 않았겠는가. 법인세를 올리면 결국 일반 주식투자자, 근로자, 소비자의 부담으로 귀결된다는 점을 다시 한번 경제학적으로 확인했다.

이제 우리의 선택지는 자명하다. 부디 죄없는 법인세율 인하를 반대하지 마시고, 국가와 국민의 미래를 위한 선택을 해주시기 바란다. 죄가 있다면 재정건전성이니 과거의 재정 낭비 사례를 잘 살펴보고, 향후 선거에서 포퓰리즘 정책을 남발하지 않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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