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간 원활한 협조위해 장관 3명 조직위장으로? 책임 떠넘기기 딱 좋은 구조
1년중 가장 뜨겁다는 8월 초 새만금 간척지에서 야영시키겠다는 무대포 정신
새만금 잼버리 사태로 우리나라, 아니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안타깝게도 좋은 의미의 이목은 아니다. 153개국 4만3,000명이나 참석한 글로벌 축제인데, 더위에 쓰러지고, 모기에 뜯기고, 화장실은 더럽고, 샤워 시설은 엉망이고, 얼음물 값은 비싸고, 여기에 성추행 사건까지 터졌다. 온갖 불만과 사건 사고 소식이 인터넷을 타고 실시간으로 중계되었으니, 망신도 이런 망신이 없다.
어쩌다가 이 지경이 되었을까. 우리나라가 행사를 한두번 개최해 본 나라도 아니고, 잼버리 행사가 처음 있는 일도 아닌데 말이다. 여기에는 집행부 측의 무능, 준비 부실, 방심, 태만, 외유성 출장 등이 직접적인 원인일 것이다. 하지만 이린 것들은 나중에 차차 점검할 일이니 여기서는 다루지 않겠다.
우선 구조적으로 컨트롤 타워 부재를 지적하고 싶다. 잼버리 사태가 불거진 후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이 기자회견을 하는 장면을 보면 가관이다. 기자들 질문에 김 장관은 “그건 전라북도에서 답변해야 하는 일이다”, “이건 세계연맹에서 답해야할 것 같다”, “이건 행안부....” 도대체 이런 기자회견을 왜 하는지 모를 정도로 책임회피 일변도의 모습을 보였다. 국민들 눈에는 참 속이 터질 수밖에 없는 노릇이었다.
이런 책임회피적 발언이 가능했던 이유는 2023년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조직위원회 위원장이 무려 5명이나 됐기 때문이다. 그것도 올해 2월 갑자기 2명에서 5명으로 늘렸다. 아마 중요한 국제행사이니 서로 협조하여 잘 준비하라는 취지였을 터다. 얼핏 보기에는 이상적인 구성이다. 그러나 결과는 협조가 아니라 책임 떠넘기기 모양새로 돌아왔다. 실무를 해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구성원이 5명 정도 되면 명확한 업무분장과 총괄 책임자를 정했어야 한다. 안 그러면 쉽고 생색나는 일은 서로 하려고 하고, 어렵고 귀찮은 일은 서로 미루는 참사가 벌어지기 때문이다. “협동농장은 필망(必亡)한다”는 모 경제인의 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장소 선정도 효율성보다는 정치적인 판단이 앞섰다. 물론 새만금으로 결정된 이유가 지역 경제 활성화, 국토 균형발전, 경제적 효과 6조원 추정 등이라는 점은 충분히 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한반도에서 1년 중 가장 뜨겁다는 8월 초에 허허벌판 간척지에서 야영을 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게다가 가끔은 태풍도 올라오는 시기다. 때로는 폭우가 내릴 수도 있다. 따져보면 위험요인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럼에도 추진해야 했다면, 몇 배는 더 철저하게 준비했어야 한다.
물론 난관을 극복하는 것이 잼버리 정신이라고는 하지만, 재앙적 폭염, 해충 속에서 생존을 건 위험을 감수하라는 것이 잼버리 정신은 아닐 것이다. 앞으로는 부디 시작 단계부터 합리적인 검토와 준비를 하기 바란다.
불행 중 다행인지 그래도 많은 기업, 지자체, 중앙정부가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나섰다. 이런 걸 보면 참 저력의 대한민국이라는 생각이 든다. 덕분에 불만 가득했던 잼버리 단원들의 표정도 많이 밝아진 듯하다. 물론 이에 대해 “역경을 이기는 게 잼버리 정신인데, 한국이 너무 과도하게 배려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지만, 현재로써는 불가피한 측면도 있어 보인다.
그렇다고 자화자찬이나 자기합리화를 하진 말자. 분명 이번 잼버리 대회는 정상 운영되지 않았고, 사후 수습책도 잼버리 정신에 부합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더욱이 153개국 4만3000명을 통해 국가 이미지를 제고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는데 이를 허무하게 날려버렸다. 참 안타깝지만 지금 중요한 것은 이런 참사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번 기회에 짚을 것은 철저하게 짚고, 관련 매뉴얼도 잘 정리하기 바란다. 제2의 잼버리 사태는 더 이상 용인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