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모니터링 강화" 정부 대책은 언제나 손에 칼 쥔 규제 일색
'시장의 경제기능' 소비자에 선택지 늘려주는게 최고의 해결방안
여름휴가는 온 국민들이 손꼽아 기다리는 축제다. 1년에 한 번 있는 여름휴가 때문에 1년을 버틴다는 직장인들도 많다. 특히 아이들있는 직장인들은 학교와 학원 일정 탓에 여름휴가가 거의 유일한 가족 여행 기간이다. 때문에 자녀있는 직장인들은 다소 비싼 값을 치루더라도 웬만하면 여름휴가를 다녀오는 편이다.
그러나 올해 분위기는 심상치 않다. 치솟은 관광지 물가 탓에 1년을 기다린 여름휴가마저 포기한 사람들이 많아진 것. 국내 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0%가 올 여름 휴가계획이 없다고 했다. 일정 조율의 어려움과 함께 비용 부담이 가장 큰 이유로 꼽혔다.
특히 국내여행을 계획했던 사람들 중에도 국내 관광지 물가가 너무 부담된다는 경우가 많다. 국내여행의 경쟁력 중 하나가 비용인데, 요새 국내관광 비용을 비교해 보면 해외여행과 별반 차이가 없는 경우가 많다. 오히려 여행상품을 잘 고르면 해외가 더 싼 경우도 부지기수다. 그러다 보니 최근 국내 여행에 대한 외면으로까지 이어지는 분위기다.
물론 바가지 물가에 대해 상인들도 할 말이 있을 것이다. 3년이나 지속됐던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너무나 힘든 시기를 겪었으니 이에대한 보상도 필요할 것이고, 세계적인 고물가로 인한 비용 증가 문제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을 감안하더라도 소비자 입장에서는 가격이 올라도 너무 올랐다는 생각은 피할 수 없다. 오죽하면 1년에 한 번 있는 여름휴가도 포기하겠는가. 이러다 내수 위축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걱정이다.
이에 정부가 ‘칼’을 빼들었다. 가격에 대한 현장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그 결과에 따라 지역 축제 지정 심사에 반영키로 했다. 경우에 따라서는 지역 축제에 대한 지원을 아예 배제하기로 했다. 지역 축제 먹거리 사진과 가격도 미리 공개하기 시작했다. 나쁘진 않은 정책이다. 그러나 ‘역시 공무원은 공무원인가’하는 생각이 드는 것은 나뿐일까. 정책이 주로 규제나 감시 위주다. 위에서 정책이 아니라 ‘칼’을 빼들었다고 표현한 이유다.
일부 성과는 있겠으나 국민들이 얼마나 체감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또 얼마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지도 잘 모르겠다. 정부의 감독이 느슨해지거나 규제의 사각지대에 대해서는 여전히 바가지 요금이 지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당장 정부의 정책만 봐도 “옛날 과자 한봉지 7만원 사건”의 발원지였던 지역 축제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지 않은가. 여름 휴가철 바가지 물가에 대해서는 별다른 대책이 보이지 않는다.
차라리 소비자에게 대안을 늘려주는 방안을 고민해 보면 어떨까. 예를들어 지역 축제 장터 한켠에 관광객 쉼터를 설치하여 그 곳에서 자유롭게 도시락이나 컵라면을 먹을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에 더해 간이 편의점 입점을 허용하여 간편식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럼 관광객들이 지나치게 비싼 요금의 식당을 이용할 이유가 없지 않겠는가.
잘 생각해보면 바가지 물가에 대한 관광객들의 불만이 폭발하는 이유는 관광객들에게 식당 외 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연인이나 아이들과 함께 온 가족이라면 울며 겨자 먹기로 비싼 식당을 이용할 수밖에 없으니 그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나마 양이 많거나 맛이라도 있으면 좋겠지만, 양 적고 맛없는 경우가 태반이다. 필자도 먹성 좋은 아들 세 명을 키우다 보니 여행 식비 부담에 주춤주춤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스트레스 풀러 갔다가 가끔 스트레스 받기도 하고. 만일 소비자들에게 다른 대안을 준다면 상인들이 저 가격을 받지 않았을텐데, 그럼 좀 더 즐거운 여행이 될텐데 하는 생각이 종종 들곤 했었다.
지금까지 시장경제의 역사가 말해주듯 물가 안정은 정부의 규제ㆍ감독이나 상인들의 양심만으로는 달성하기 어렵다. 오히려 시장경제의 역사는 소비자에게 선택지를 늘려주는 것이 가장 좋은 해결방안이라고 말하고 있다. 즉 '시장의 경쟁 기능', 만능은 아니지만 그래도 지금까지 인류가 찾아낸 방안 중에선 꽤 괜찮은 녀석이니 정부가 적극적으로 활용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