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에 정경유착 발생시 즉시 탈퇴 권고 ... 복귀 최종결정은 삼성 이사회와 경영진이 판단"
"전경련 인적 구성과 운영, 정치권이 개입해선 안돼"
[매일산업뉴스]삼성 준법감시위원회(준감위)의 이찬희 위원장은 18일 삼성의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복귀 문제와 관련해 “전경련이 정경유착의 고리를 확실하게 끊을 수 있을지 (회의에서) 근본적인 우려를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이날 오전 서울 삼성생명 서초사옥에서 열린 준감위 임시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전경련이 혁신안을 실제로 실천할 의지가 있는지 현시점에서는 우려스럽다"며 이같이 밝혔다.
준감위는 회의에서 삼성이 전경련 복귀를 결정할 경우 정경유착 발생 시 즉시 탈퇴해야 한다고 권고하며 전경련의 혁신 의지에는 우려를 나타냈다.
삼성 준감위는 삼성의 전경련 복귀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지난 16일 임시회의를 열었으나 위원들간 이견으로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이어 이날 두번째 임시회의를 갖고 2시간가량 심도깊은 논의끝에 만장일치로 삼성의 전경련 복귀를 사실상 승인했다.
앞서 전경련은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로의 명칭 변경, 권력의 부당한 압력 차단, 싱크탱크형 경제단체로 전환 등을 골자로 한 혁신안을 지난 5월 발표했다. 이어 삼성을 비롯한 4대 그룹에 한경협 동참을 요청했다.
4대 그룹은 2016년 국정농단 사태 당시 전경련이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자금을 기업들에 요청한 사실 등이 드러나자 잇따라 탈퇴했다.
◆다음은 이찬희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삼성의 전경련 가입 또는 미가입 여부를 어떻게 결정했나.
=가입 또는 미가입을 확정적으로 권고를 하지는 않았다. 우리 우려를 먼저 전달하고, 만약 최종적으로 회사에서 (가입을) 결정했을 경우 어떠한 조건 하에서 활동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여러 조건을 제시한 것을 보면 조건을 전제로 한 사실상 승인이라고 이해해도 되는가.
=그것은 회사에서 이사회와 경영진이 구체적으로 판단할 것이다. 다만 우리는 현시점에서 전경련 혁신안이 정경유착의 고리를 확실하게 끊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근본적인 우려를 표명했다. 그리고 전경련의 인적 구성과 운영에 어떤 명목이든 정치권이 개입해도 안 된다는 점을 분명하게 권고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우려가 나왔나.
=정경유착의 고리를 정말 완전히 단절할 수 있는지가 가장 큰 논의 대상이었다. 전경련의 인적 구성 및 운영에 정치권이 개입해서는 절대로 안 된다는 점을 가장 크게 우려했다. 그래서 그 부분에 대해, 전경련의 혁신안에 대해 위원회에서 여러 차례 검토했고 최종적인 우리 의견을 낼 때까지 숙고했다.
그러나 전경련의 혁신안은 단순히 선언에 그칠 뿐이고, 실제로 실현될 가능성과 실천할 의지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현시점에서 위원회로서는 우려스러운 입장이라는 데에 위원들의 의견이 모였다.
▲삼성 계열사 이사회에서 어떤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전달했나.
=전경련에 가입했을 경우 정경유착 행위가 지속되면 즉시 탈퇴할 것을 비롯해 운영 및 회계의 투명성 확보 방안 등에 대한 철저한 자체 검토를 거친 후에 결정할 것을 권고했다.
▲구체적인 가입 승인을 전제로 제시한 권고도 있을 것 같은데, 회의에서 어떤 이야기가 오갔나.
=정경유착 행위가 있을 경우 즉시 탈퇴 권고 이외에 다른 조건들도 권고했다. 다만 그 내용을 이 자리에서 말씀드리면 이사회와 경영진의 자유로운 의사 결정에 오히려 구속이 될 수 있다. 이사회의 독립적 판단을 위해 우리가 권고안을 보냈지만, 그 내용을 미리 말씀드릴 수는 없음을 양해해 주시기를 바란다.
▲삼성 계열사들이 전경련을 탈퇴할 당시와 지금을 비교하면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는 것과 관련해 전경련이 달라진 점이 별로 없다고 판단했나.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을 수 있는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철저한 준법 감시라고 생각한다. 삼성이 과거처럼 정경유착에 개입하는 일은 최소한 준감위의 통제와 감시 하에서는 쉽게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다.
또 전경련에서도 준감위에 준하는 독립적 기구를 통한 운영이 쇄신안에 담겨 있었고 그 부분에 대해서도 심도 있게 검토했다.
▲위원들 의견을 찬반으로 나누면 어떻게 나왔나.
=모든 위원이 합의점을 찾아서 전체적으로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만장일치를 이루는 과정에서 다소 격론이 벌어지고 이견이 좁혀지는 데 시간이 많이 소요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