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을 즐기는 자국 정상을 이유없이 비난하는 나라는 없다
공익을 위해 가난 때문에 음주운전을 한다는 나라도 없다
국가(國家)를 대표하는 국가(國歌)가 사실은 애주가(愛酒歌)이고 건국의 아버지는 애주가(愛酒家)인 나라가 있다. 미국 이야기다. 미국 국가 '별이 빛나는 깃발(The Star Spangled Banner)'은 1766년부터 1792년까지 영국에 있었던 아마추어 뮤지션 모임인 'Anacreontic Society'라는 단체의 회원들끼리 술자리에서 불렀던, 술을 권하는 노래다. 1814년 시인인 프랜시스 스콧 키가 쓴 ‘맥헨리 요새의 방어’라는 제목의 시를 이 권주가의 선율에 가사로 얹은 것이 미국 국가의 시원이다. 미국의 역사는 술로 시작됐다.
건국의 아버지이자 초대 대통령인 조지 워싱턴은 위스키와 맥주를 즐겨 마셨다. 그는 “강한 주류의 온건한 사용으로 인한 이점은, 모든 군대에서 경험되었으며, 이는 논쟁의 여지가 없다”고 술을 예찬했으며 선거 유세 중에는 사과로 만든 술과 맥주를 청중에게 돌렸다. 건국 대통령 조지 워싱턴과 첫 흑인 대통령 버락 오바마의 공통점은 술을 자신이 직접 제조해서 마셨다는 점이다. 워싱턴은 자신의 후견인이었던 이복형 로렌스의 뒤를 이어 군 생활을 하던 1757년 홉과 당밀로 만드는 맥주에 대한 기록을 남겼다. 그의 고향 마운트 버논에는 1797년에 그가 대통령에서 물러난 뒤 만든 위스키 브랜디 증류장이 지금도 남아 미국 위스키의 역사 현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미국 독립선언서를 기초했으며, 초대 국무장관, 2대 부통령을 거쳐 미국 3대 대통령을 지낸 토머스 제퍼슨은 와인을 진심으로 사랑했다. 그는 대통령이 된 후로도 개인적으로 프랑스로부터 연간 400병이 넘는 고급 와인을 수입했다. 물론 사비(私費)였다. 퇴임하던 해인 1809년, 그의 와인 외상값은 현재 가치로 치면 약 16만 달러(약 2억 원)에 달했다. 와인 때문에 파산했지만 그의 와인에 대한 열정은 자신의 농장에 포도나무를 심어 유럽산 와인에 버금가는 와인을 미국에서 생산하고자 했던 것에서도 알 수 있다. 미국은 현재 이탈리아, 프랑스, 스페인에 이어 세계 4위의 와인 생산국이다. “와인에 사치품과 같이 무거운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큰 잘못이다. 이는 국민의 건강에 세금을 부과하는 것과 같다.” 그가 남긴 '와인 예찬론'이다.
1868년 당시 47세의 나이로 최연소 대통령이 된 율리시즈 그랜트는 남북전쟁을 승리로 이끈 주역으로 미국 역사상 최초 4성 장군 출신이다. 그는 육군사관학교인 웨스트민스터를 하위권으로 간신히 졸업했는데 이유는 술을 너무 좋아했기 때문이었다. 남북전쟁 중 그랜트를 시기하던 사람들이 그의 과도한 음주에 관해 일러바칠 때마다 링컨 대통령은 “그랜트 장군이 먹는 위스키를 알아낼 수 있다면 전장의 모든 장군에게 그것을 보내겠다”고 하면서 그를 감쌌다. 그랜트야말로 부하들을 사려깊게 배려하고 그들의 경험과 기술에 자신의 명령을 조율할 줄 아는 사람으로 남북전쟁을 끝낼 적임자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링컨은 안목이 있었다. 그랜트는 평소 전장에서 당번병도, 야영 막사도, 담요도 없이 병사들과 함께 땅바닥에서 잠을 자곤 했다. 오직 칫솔 하나만 들고 다녔다. 그리고 그는 임무를 완수했다.
역대 미국 대통령 중 전무후무하게 무려 네 번이나 대통령에 당선돼 12년간(1933~1945) 재임한 프랭클린 루스벨트도 '헤비 드링커'였다. 금주법 폐지 공약을 들고 대통령 후보가 된 그는 취임 5일 만에 '금주법 철폐 검토를 위한 의회 특별위원회'를 만들었고 결국 그해 12월 5일 미국 내 맥주 판매를 허용하는 수정헌법 12조를 발효시킴으로써 애주가와 주류업체의 환호 속에 금주법을 역사 속에 묻어버린다. 그는 백악관을 찾은 세계적인 주당(酒黨) 처칠 영국 총리와 밤새워 술을 마시고 회복을 위해 사흘 동안 10시간 이상 수면을 취했다는 일화도 있다. 루스벨트는 마티니를 매우 사랑해 거의 매일 즐겼고, 스탈린 소련 서기장과의 정상회담에서도 그 자신이 바텐더가 돼 직접 마티니를 만들어 권한 것으로 전해진다.
오바마도 위에 언급한 것처럼 맥주를 직접 만들어 마셨다. 그는 본인이 애주가라는 것을 선거 전에 활용했다. 그는 2018년 8월 재선을 위한 아이오와 선거 유세 도중 한 커피숍에서 만난 지지자에게 자신이 만든 맥주라며 술 선물을 했다. 이 장면이 언론에 보도된 후 대통령이 만드는 맥주 제조법을 공개하라는 청원이 빗발치자 9월 백악관 주방장이 유튜브 동영상을 통해 '오바마식 술 제조 비법'을 공개하며 인터넷 상에서 화제를 계속 몰고 갔다. 모르몬 교도라 술을 못 먹는 롬니를 제치고 재선에 성공한 오바마는 술을 외교에 적극 활용했다. 독일의 메르켈 총리와의 회동에서는 소세지와 무알코올 맥주를 마시며 친밀감을 나타냈고 하퍼 캐나다 총리와의 아이스하키 내기나 캐머런 영국 총리와의 축구 내기에 맥주를 걸었다.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동훈 전 장관을 경시하는 당내 분위기를 우려하면서 “한 전 장관은 평생 술을 입에 대지 않은 사람으로 술을 좋아한다는 윤석열 대통령과 다르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과 술을 엮는 프레임은 한동훈의 비대위원장 수락을 ‘한나땡’이라고 비웃는 저급한 인식과 다를 바 없다. 윤 대통령은 주사로 유명한 보리스 옐친처럼 음주벽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처럼 음주로 인한 범죄를 저지른 적도 없다. 더구나 벌금 150만원 형을 선고받은 이재명의 음주운전을 지난 대선 때 온갖 해괴한 이유를 들어 반성은커녕 ‘칭송’했던 민주당이다. 송영길은 당시 당 대표로서 자당 대통령 후보 이재명의 음주운전이 ‘공익적인 이유’로 인해 벌어진 일이라고 옹호했고 박진영 대변인은 몇 만원의 대리비도 아끼고 싶은 마음을 몰라준다며 “가난이 죄”라고 변명했다.
술을 즐기는 것은 흠결이 아니다. 술을 먹고 남에게 민폐를 끼치는 것을 경계해야 하며, 술을 먹고 저지르는 범죄 행위를 단죄해야 하며, 내 편이 하는 모든 행위는 무조건 감싸고 미화하는 행위를 지탄해야 한다. 내선남악. 음주운전을 공익을 위해서 했다고 하고, 자신의 조카의 끔찍한 살인 행위를 심신미약이라고 변호하며, 보복운전을 하고도 내가 안했다고 하면서 외려 상대를 술로 엮어 비난한다. 가난하지도 않으면서 가난을 핑계삼고 술을 이유로 온갖 악행을 덮으려한다면 그건 범죄행위다. 술은 죄가 없다.
*이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