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소재 대학은 이름 지우고 지방대학은 수도권 이름 넣고
학생들이 자부심 가질 수 있도록 특성화된 교육과 투자 해야
야당 대표에 대한 테러로 사회가 어수선했다. 목숨이 위중한 상황까지는 아니어서 다행이었지만 불똥은 예상치 못하게 정치인들의 지방 의료에 대한 홀대를 성토하는 방향으로 번졌다. 그동안 지방 의료를 강화한다고 지방의대, 공공의대를 공약으로 걸면서 지방 유권자의 표심을 구하던 정치인이 막상 자신이 치료를 받아야 할 상황이 되자 응급의료체계를 따르지 않고 119헬기를 불러 부산대병원을 뒤로 하고 서울대병원으로 날아간 것이다. 이 모습이 지방을 무시하는 모습으로 비쳐져 전국의 각 지역 의사회에서는 규탄성명을 이어 나갔다.
그런데 이와 같이 지방 발전을 명분으로 내세우면서 실상은 이와 다른 모습이 대학들의 분교 운영방식에서도 눈에 띈다. 국내에 대학 분교가 등장한 것은 1970년대 후반이다. 당시 수도권 인구 분산 정책의 일환으로 대학의 지방이전을 구상하던 정부는 대학들의 큰 반대에 부딪혔다. 그러나 대학들의 정원확대요구와 맞아 떨어지면서 절충점으로 10여개 대학들이 지방에 분교를 설립한 것이다. 당시 분교 설립현황을 나열하면 연세대는 원주, 고려대와 홍익대는 조치원, 한양대는 안산, 경희대는 수원, 중앙대는 안성, 건국대는 충주, 동국대는 경주, 한국외대는 용인에 분교를 설립했다.
그런데 수도권 인구 분산이 실효적으로 달성되려면 이에 걸맞은 투자로 지방 고등교육 기회를 확충하여 지방발전이 이루어졌어야 했다. 그러나 각 대학들은 서울 본교에 투자를 집중하면서 지방 분교에는 소홀히 하여 분교 설립을 등록금 수입 증대방안으로만 생각한 것 같았다. 기숙사, 학생회관과 같은 기본적인 시설도 없는 열악한 상태가 오랫동안 지속되어 분교 학생들이 본교로 상경해서 투쟁하는 일까지 있었다. 게다가 이들 분교는 명문대 이름이 무색하게 교육부 평가에서도 부실등급으로 평가받았다. 상황이 이러하니 지방 분교에 대한 세간의 평가는 좋을 수가 없었고 학생들도 자부심을 가질 수 없었다. 결국 경희대와 중앙대는 분교를 없애고 본교와 통합했다.
그러면 다른 대학들은 어떻게 하였는가. 기껏 생각해 낸 것이 이름을 바꾸는 일이었다. 고등교육법에서 사용하는 공식 명칭인 분교라는 용어를 버리고 캠퍼스라고 바꾸었다. 구체적으로 보면 연세대 원주분교→연세대 미래캠퍼스, 고려대 조치원분교→고려대 세종캠퍼스, 건국대 충주분교→건국대 글로컬캠퍼스, 동국대 경주분교→동국대 와이즈캠퍼스, 한양대 안산분교→한양대 에리카캠퍼스로 바꾸었다. 결국 학교 명칭에서 지방 지명을 빼고 그럴듯한 영어식 명칭을 넣으면서 지방색을 뺀 것이다.
그런데 이와 정반대의 모습도 있다. 교육부는 수도권 집중을 억제한다고 하면서도 지방대학들의 수도권 캠퍼스를 인가해 주는 자기모순적인 정책을 집행했다. 2010년 이후 10여 곳이 넘는 지방대가 수도권에 캠퍼스를 개교한 것이다. 강원도 고성군 소재 경동대학교와 전북 임실군의 예원예술대학교는 경기도 양주에 캠퍼스를 만들었다. 충남 금산의 중부대학교는 경기도 고양시에, 대전의 을지대학교는 경기도 성남시에 캠퍼스를 만들고 충남 홍성의 청운대학교는 인천에 캠퍼스를 만들었다. 이들 대학의 본교가 있는 지자체에서는 우릴 배신했다고 원성이 높았지만 이들 대학은 앞서의 사례와는 반대로 한결같이 캠퍼스 명칭에 수도권 지명을 넣어 지방이 아닌 점을 강조하는 것 같다. 경북 영주의 동양대의 경우에는 동두천에 캠퍼스를 만들면서 이름을 동두천캠퍼스도 아닌 북서울캠퍼스로 명명하면서 ‘서울’을 끼워 넣는 무리수까지 두었다.
분교 학생들이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특성화된 교육과 투자를 해야 할 텐데 많은 대학들이 지방을 부정하는 데에만 급급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 같아 씁쓸하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분교를 운영하는 대학들도 스스로를 돌아보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