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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의경의 시콜세상]김정숙 사적 해외출장, 대리인의 특권적 소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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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의경의 시콜세상]김정숙 사적 해외출장, 대리인의 특권적 소비인가
  • 매일산업뉴스
  • 승인 2024.01.0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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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이의경 대진대학교 경영학과 교수/공인회계사

대리인인 공직자는 주인인 국민의 세금 공적 사용 마땅
사적 용도로 사용해 손실 초래하면 그만큼 처벌 받아야
문재인 전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 사진은 문재인 전 대통령 페이스북 캡처
산타 옷을 입은 문재인 전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 사진은 문재인 전 대통령 페이스북 캡처

공직자와 국민은 대리인과 주인의 관계에 있다. 마땅히 대리인은 주인의 돈(세금)을 주인을 위해 사용해야 하지만 사적인 용도로 사용하여 손실을 초래한다. 이를 대리이론에서는 ‘특권적 소비’라는 대리비용으로 분류하는데 공직자의 해외출장도 그렇게 보이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11월 국회의 기후위기특별위원회 회의 상황이 사람들 눈길을 끌었다. 이수진 더불어민주당(민주당) 의원이 위원장에게 질의를 한 내용이 특위과제인 기후와 관련된 것이 아니고 짬짜미 해외출장을 따지는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김정호 위원장도 같은 당 소속이기 때문에 이러한 항의는 이례적인 것이라고 한다. 민주당 관계자도 “해외출장에 못 낀 의원들이 서운해 하는 경우는 있지만 이렇게 공개적으로 따지는 건 처음 봤다”, “출장지가 유럽이 아니었어도 그렇게 따졌겠느냐, 촌극이 따로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러한 발언들을 보면 이수진 의원의 발화 포인트는 짬짜미 방식 그 자체보다도 짬짜미에서 자신이 배제된 점에 있었던 것으로 읽힌다. 더구나 출장의원 중에는 국민의힘 의원도 있었으니 말이다. 이해관계는 상충하지만 이들의 해외출장에 대한 인식에는 ‘해외출장=해외여행’이라는 등식이 깔려있는 것 같다.

이의경 대진대학교 교수
이의경 대진대학교 교수

새만금 잼버리 사태에서도 공무원 해외출장이 문제가 됐다. 새만금 잼버리는 심각한 준비부실로 세계적 망신을 당하는 상황이었다가 중앙정부, 다른 지자체, 기업은 물론 온 국민들까지 나서서 가까스로 수습됐다. 그런데 잼버리를 준비한다며 공무원들은 해외출장을 102번 다녀온 것으로 밝혀졌다. 전라북도 55건, 부안군 25건, 새만금개발청 12건으로 이들 비중이 90%를 넘었다. 그런데 일정표도 없는 깜깜이 출장이 46건이고 잼버리 성공사례를 벤치마킹한다면서 잼버리를 개최한 적도 없는 유명 관광국에 간 것이 11건이었다. 확인된 일정에는 와인 시음. 크루즈 투어, 뮤지컬 관람 등이 포함되어 비난을 받았다. 또 출장보고서는 토씨까지 그대로 지역신문의 여행기사를 복사해서 제출했다. 이런 해외출장이라면 근무시간에 콧바람을 쐬며 여행하니 좋고, 남의 돈(세금)을 쓰니 더 좋은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고 할 수 있겠다. 그래도 행사만 별 탈 없이 진행되었다면 이런 것들이 알려지지도 않았을 것이다.

한때 남미가 혁신의 전진기지가 된 적이 있었다. 노무현 정부 당시 공기업 임원들이 혁신 포럼을 한다고 남미로 단체 출장을 가서 물의를 일으켰다. 코드 인사로 공기업에 낙하산 타고 내려왔다고 눈총 받던 사람들이 세금으로 남미에 가서 혁신을 하고 왔다는 것이다. 아마 웬만한 국가들을 다 다녀왔기 때문에 이들에게는 긴 일정과 큰 비용이 드는 남미가 미답의 과제로 남았을 것이다. 일석(해외출장)으로 이조(긴 일정과 큰 비용)를 잡기 위한 최적지로 남미가 선택된 것 아닐까. 국민들 비난이 높았는데도 곧 이어 서울시 7개 구청장들이 이번에는 수행원까지 동행하여 또 남미로 출장을 떠났다. TV로 보니 이들은 공항에 입국하면서 취재진 카메라를 피해서 도망가다시피 했다. 공기업 임원들이 당시 여당인 열린우리당 출신이어서 야당인 한나라당에게는 좋은 공격거리였을 텐데 7개 구청장들은 모두 한나라당 소속이니 할 말이 없게 됐다. 해외출장에는 여야도 없다. 같은 편도 모르게 짬짜미로 가고 반대 편 것도 베껴서 가는 걸 보면 해외출장의 일석이조 효과는 진영논리도 뛰어 넘는 것 같다.

그런데 최근 다시 주목을 받고 있는 김정숙 여사의 인도출장은 이들 출장과 차원이 달라 보인다. 2018년 11월 김 여사는 불과 4개월 전에 대통령과 함께 다녀왔던 인도를 다시 방문했다. 재방문에서는 대통령 없이 홀로 대통령 전용기를 탔다. 당시 영부인의 출장에 국민들은 의아했다. 그 후 인터넷에 공개된, 타지마할 앞에서 혼자 찍은 사진을 보면 출장의 느낌을 받기 어렵다. 어쩌면 공직자 해외출장의 역사에 톱(top)으로 기록될지도 모르겠다. 해외출장으로 포장된 대리인의 특권적 소비에 국민들 세금이 낭비되는 것이 아니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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