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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춘의 Re:Think]정부가 규제 없애면 국회는 규제 찍어내는 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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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춘의 Re:Think]정부가 규제 없애면 국회는 규제 찍어내는 공장
  • 매일산업뉴스
  • 승인 2024.05.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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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김용춘 한국경제인협회 팀장/법학박사

규제가 많을수록 순응 비용이 증가하고 혁신 성장 저해
하나 만들면 두개 없애는 원인-투아웃제 도입해야
서울 여의도동 국회의사당 앞 정지 표시판 ⓒ연합뉴스
서울 여의도동 국회의사당 앞 정지 표시판 ⓒ연합뉴스

대한민국은 규제공화국이다. 하다못해 공무원, 기자 등과 밥 한끼, 술 한잔 기울이고 싶어도 인당 3만원 이상 먹지 말라는 규제가 개입한다. 운전시 우회전할 때 직진 신호가 빨간 불이면 일단 멈춘 후에 가야 한다. 미국처럼 일단 멈춤 표시가 있는 것도 아니고, 국민들이 스스로 외워서 지켜야 한다. 물론 필요한 규제지만, 이런 규제를 외우고 지켜야 하는 것도 다 사회적 비용이다. 이를 다른 말로 ‘규제(순응)비용’이라 한다.

그래서 규제는 최소화하는 것이 좋다고들 한다. 규제가 많을수록 순응 비용이 증가함은 물론, 민간의 자율성과 창의성, 혁신 성장을 가로막기 때문이다. 그래서 각 정부마다 늘 규제개혁을 강조해왔다. 김대중 정부는 ‘규제 기요틴’, 노무현 정부는 ‘규제 총량제’, 이명박 정부는 ‘규제전봇대’, 박근혜 정부는 ‘손톱밑 가시’, ‘규제암덩어리’라며 핏대를 세웠다. 문재인 정부 때도 대표적으로 무슨 구호를 외쳤는지 기억이 잘 안 나긴 하지만, 이따금씩 규제개혁을 외치곤 했던 걸로 안다. 현 정부도 역시 규제철폐를 강조하고 있다.

현 정부의 120대 국정과제에 ‘규제시스템 혁신을 통한 경제활력 제고’가 떡하니 들어있다. 구체적으로는 '원인 투아웃(One in, Two out)' 제도 도입, 즉, 규제 하나를 신설하려면 이에 상응하는 기존 규제 2개를 풀겠다는 것이다. 물론 형식적인 개수가 아니라 실질적인 규제비용 감축량을 감안한다. 미국, 영국 등 주요 선진국들도 도입한 제도로, 모두가 공감할만한 정책이다. 참고로 규제개혁에 진심인 영국은 2016년 3월부터 ‘원인 쓰리아웃 룰(One in, Three out rule)’로 업그레이드했다.

김용춘 한경협 팀장/법학박사
김용춘 한경협 팀장/법학박사

그러나 규제개혁 성과는 역대 정부와 마찬가지로 미흡하기 짝에 없다. 나름 규제비용 감축을 위해 비용편익분석 제도를 운영하곤 있지만, 예외가 너무 많다. 상당수가 이런 저런 이유로 비용이 발생 안 된다고 하거나 비용감축제 대상이 아니라고 한다. 제도마다 비용 편익 분석이 제대로 이루어져야 올바른 토론과 설득이 가능한데, 그러지 못하다보니 주관적 주장과 대립만이 생기고 있다. 미국에선 안전관련 규제인 안전벨트 의무화를 도입할 때에도 비용 편익 분석을 디테일하게 했던 것과 대비된다.

규제 총량도 정확한 파악이 안 되고 있다. 과거 박근혜 정부 땐 규제 총량을 카운트해서 공개했으나, 어느 순간 슬그머니 감춰버렸다. 지금도 우리나라가 규제가 얼마나 되는지, 늘었는지 줄었는지조차 파악하기 어렵다. 비록 시간이 좀 걸릴 수 있겠지만, 이런 분석들이 계속 되어야 관리가 되고, 합리적인 주장과 설득에 기반한 규제개혁이 가능할 텐데 말이다.

그러나 가장 큰 걸림돌은 역시 국회다. 정부가 아무리 노력하면 뭐하나. 국회는 계속 규제를 찍어내는 공장인데 말이다. 현 21대 국회에 쌓여있는 법률안이 16,390개인데, 대부분이 규제법안이다. 물론 정부나 여당에서 발의한 규제개선 법안도 일부 있으나 입법부를 장악한 집권야당의 묻지마식 반대에 통과 가능성은 제로다. 경제 활력을 위한 규제개혁이 급하건만 특검같은 정치적 이슈에서만 큰 목소리가 들린다.

이처럼 원인 투아웃(One in, Two out)이든, 원인 쓰리아웃(One in, Three out)이든, 국회에는 딴 나라이야기다. 오히려 국회엔 쓰리인 노아웃(Three in, No out)이란 말이 더 어울릴 듯하다. 오죽하면 국회는 가만히 있는 것이 도와주는 일이라고들 말할까 싶다.

이제 곧 22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있다. 개헌 빼고 다할 수 있는 역대급 거대 야당이다. 여러 정치적 역학 관계가 있겠지만, 그래도 경제, 민생 관련 분야만큼은 규제개혁에 동참하길 바란다. 원인 투아웃까진 바라지도 않는다. 최소한 원인 원아웃만이라도 꼭 지켜줬으면 좋겠다. 그럼 지금보다 규제가 더 많아지진 않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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