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가장 치명적인 것은 ‘다수의 폭정’
점령군처럼 행세, 로베스피에르의 말로를 기억하길

“한덕수 총리가 기어코 헌법재판관 임명을 거부하며 내란 본색을 드러냈습니다. 헌법재판관 임명 거부는 헌법과 법률에 대한 정면 도전입니다. … 더불어민주당은 헌정 질서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해 한덕수 총리를 탄핵하겠습니다. 조속한 내란 수습으로 흔들리는 대한민국을 바로 세우겠습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26일 헌법재판관 임명이 대통령 권한대행이 행할 수 있는지 정당에 따라 헌법상 해석이 다르다며 여야 합의 때까지 임명을 보류하겠다고 발표하기가 무섭게 민주당이 조승래 수석대변인 서면 브리핑으로 발표한 내용이다.
“인권을 억압하는 자들을 응징하는 일, 그것이 자비입니다. 그런 자들을 용서하는 일, 그것은 야만입니다. 폭군의 잔인함은 그저 잔인함일 뿐이지만, 공화국의 잔인함은 미덕입니다.”
프랑스 대혁명 당시 혁명으로 실권을 잡고 피의 독재자가 된 로베스피에르가 한 말이다. 어떤 차이가 있는가.
현대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가장 치명적인 것은 ‘다수의 폭정’이다. 자유의 고전인 ‘자유론’의 저자 존 스튜어트 밀의 경고다. 밀은 현대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다수 대중이 최고 권력자의 위치에 오르면서 그들과 다른 생각을 하고, 다른 삶을 살아가는 ‘비주류 소수’에 대해 무자비한 탄압을 가한다고 보았다. 여론과 관습을 내세워 ‘대세에 순종’할 것을 강요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폭정의 다수’는 옛날 독재자처럼 정치적·물리적으로 폭력을 휘두르지는 않는다는 게 밀의 통찰이었다. 그 대신 개인의 사사로운 삶 구석구석에 침투해, 마침내 그 영혼까지도 통제하면서 도저히 빠져나갈 틈을 주지 않는다고 보았다. 그래서 사회는 이런 방법을 통해 모든 사람의 성격과 개성을 사회의 어떤 한 표준에 맞게 획일화하려 한다는 것이다. 오늘날 한국 사회와 어떤 차이가 있는가.
밀은 왜 이런 걱정을 하고 경계했을까. 일반인들에게는 놀라운 일이겠지만 인류가 숭배하는 프랑스의 계몽주의 사상가 장 자크 루소가 로베스피에르를 낳은 ‘프랑스 혁명의 역설’을 만들어낸 ‘원흉’이며 밀은 이러한 점을 간파하고 있었다.
루소는 이른바 ‘주권재민’을 일깨웠다. 하지만 그는 국민 전체의 뜻이라는 의미에서의 ‘일반의지’가 가능하지도 않거니와 바람직하지도 않다는 점은 미처 깨닫지 못했다. 원시 부족사회라면 모를까 현대 사회에서는 사회 구성원 모두가 동의하는 일반의지란 있을 수 없다. 그건 전체주의 사회에서나 가능한 것이다.
현대 민주주의에서도 여전히 주권재민을 강조한다. 하지만 현실에 있어서 주권재민은 국민으로부터 권력이 나오는 게 아니라 대중 선동가들이 국민의 뜻을 가장해 장악하는 것임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당장 한국의 현실을 봐도 그렇지 않은가.
민주당의 탄핵 행진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에 그칠 것 같지 않다. 한 총리 다음 기획재정부 장관 겸 부총리, 그다음 교육부 장관 겸 사회부총리, 그다음 서열까지 말을 듣지 않으면 모조리 탄핵할 태세다. 마치 로베스피에르가 정적들을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지도록 피의 숙청을 한 것처럼. 로베스피에르는 그가 정적들을 보낸 바로 그곳, 단두대에서 삶을 마감했다. 지금 혁명군 또는 점령군처럼 위세 당당한 민주당이 로베스피에르와 다른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윤석열 대통령이 비록 어이없고도 어설프기 짝이 없는 계엄령으로 위기에 몰려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오죽하면 그랬을까”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계엄령에 이성적으로는 공감하기 어렵더라도 민주당이 그간 해왔던 ‘패악질’을 생각하면 심정적으로는 그럴 수도 있겠다 싶은 생각이 드는 것이다. 사실 윤 대통령으로서는 분통이 터질 만도 했다. 국회를 장악한 거대 야당 민주당이 사사건건 발목을 잡는 상황에서 ‘윤석열표 정책’이라는 걸 펴 볼 도리가 없었으니 아니 그렇겠는가.
세상 사람들은 다 안다. 민주당이 왜 그래 왔는지, 그리고 왜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탄핵하려 드는지. 이유는 하나다. 조만간 다가올 법원의 유죄 판결 이전에 조기 대선이 치러져 당선되지 않으면 이 대표는 물론 ‘이재명의 민주당’까지 몰락하리라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기 때문 아니겠는가.
이 대표는 도무지 보통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이니 그러려니 하지만 민주당 의원들이 몰염치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아무리 좋게 보더라도 이해할 수 없다. 그렇게 국회의원 권력이 좋은가. 조금만 지나 봐도 다 허망하다는 걸 그리도 모르는가. 아무리 길게 권력을 누려 봤자 지나고 보면 한순간이다. 그리고 권력을 탐했던 걸 후회하는 순간이 온다. 단두대에 서서 로베스피에르를 떠올릴 때는 지난 날의 권력이 얼마나 허망한가를 절절하게 느낄 것이다. 민주당 의원들에게 조언한다. 한국 사회에서 슈퍼 갑의 위치에 올라 으스댈 수 있을지 모르지만, 양심은 속이지 못할 것이니 순간에 얽매여 영원을 잃지 않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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