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들에게 진심으로 고마워하는 모습이 낯선 현실
이 와중에 460억 들여 추모객 유치하겠다는 잔남도지사

제주항공 2216편 여객기 참사가 벌어진지 8일째인 지난 5일 무안국제공항 2층에서 당연하지만 익숙하지 않은 ‘행사’가 있었다. 공항 2층 출국장 앞에서 희생자 유가족들이 그동안 참사 수습에 최선을 다한 국토교통부와 소방·경찰·군·보건당국·광주시·전남도 공무원과 관계자 등에 "정말 고마웠다"며 허리를 굽혀 감사 인사를 전한 것이다. 박한신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전체 유족을 대표해 울먹이는 목소리로 희생자를 찾느라 애쓴 정부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유족들을 위로하기 위해 현장을 방문한 국민의힘 의원들을 뒤로 서게 하고 대신 정부 관계자 등을 앞으로 세웠고 광주시와 전남도 공무원들이 보이지 않자 유족들 뒷편에 있던 공무원들을 찾기도 했다. 공무원들이 유족들 앞에 서자 박 대표는 "국토부 장관, 전남청 경찰, 소방, 보건, 항만청, 광주시, 전남도 모든 분들이 욕도 많이 먹고 고생 많이 했다"며 "이분들도 가족이 있지만 일주일 동안 집에도 못 가고 노력했기 때문에 사고 상황을 수습할 수 있었다"고 유족들과 함께 허리를 숙여 "감사합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고 감사를 표시했다. 감사를 받은 공무원들도 유족들에게 허리를 깊숙이 숙였다. 일부 유족과 공무원들은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낯설었다. 이렇게나 많은 목숨이 희생된 대형 재난 사건이 나면 무조건 좌파단체들이 끼어들어 음모론을 펼치며 정부에 항의하는 단체를 만들어 유족들의 분노를 부추겨 왔다. 더불어민주당(민주당)은 그 음모론이 사실이라도 되는양 국정조사, 국정감사 등을 통해 정부를 흔들고 진상규명을 한답시고 세금 수백억을 들여 좌파단체들 월급 주는 특위를 만들기 일쑤였다. 대형 재난이 일어나면 희생자들에 대한 추모 분위기를 이용해 대정부 투쟁을 이어 나가는 게 당연한 수순이었고 광화문 사거리에 텐트가 쳐지고 24시간 365일 추모를 강요당해야 했다.

이번엔 달랐다. 유족들은 희생자의 시신을 찾느라 잠도 자지 않고 끼니도 거른채 추운 벌판을 헤집고 다닌 국과수 및 소방대원 등 관계자 등과 넋이 나간 유족들의 손을 잡고 어떻게라도 안정을 취하게 하려는 공무원 및 자원봉사자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물론 유족들은 사고 초기 왜 시신 안치를 위한 냉동고를 빨리 설치 안 하느냐고 분통을 터뜨리기도 하고 신원을 확인하기 위한 DNA 검사 결과가 늦게 나온다고 항의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들은 사건이 발생한지 ‘8일 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시신 수습이 끝났다고 그동안 자신들의 비난을 묵묵히 받아준 정부와 지자체 관계자들에게 미안함과 감사함을 전달했다. 도리어 유족들에게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세월호나 이태원 참사 때도 고생한 공무원들이 없지 않았을 것이다. 그때와 무안공항 참사가 다른 것은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민주당과 좌파단체들의 개입이 없었고 또 정치적으로 이용당하지 않은 유족들의 진심이 있었다는 것이다. 국가적 재난을 맞이하면 우파정권의 대통령을 탄핵시킬 구실로 만들어왔는데 이미 대통령을 탄핵소추시켜 헌법재판소의 판단만 기다리는 와중에 굳이 자신의 정치적 텃밭에서 벌어진 사고를 이용할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또 김대중 대통령 때부터 혈세 낭비라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이 밀어붙여 사고가 났으니 원래부터 부적합한 입지와 설계였다는게 만천하에 드러나는 것을 꺼린 것도 또 다른 이유일 것이다.
이런 진심을 보여준 유족들에게 우선적으로 해야할 일은 당연히 신속하고 투명한 진상규명과 합당한 피해 보상이다. 이런 와중에 김영록 전남지사가 460억원을 들여 ‘12·29 무안공항 참사’를 기리는 추모공원을 무안공항 인근에 조성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유족들의 의견을 반영했다지만 아직 진상이 규명되지도 않았고 더군다나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할 항공기 블랙박스인 비행기록장치 FDR와 음성기록장치 CVR, 모두 메이데이 선언 시점인 충돌 4분 전 이후의 기록이 저장되어 있지 않음이 확인돼 원인 조사에 난항을 겪고 있다.
그런데도 김영록 지사는 공항 인근에 7만㎡ 규모의 공원 조성에 460억원을 들인다면서 예산 산출의 구체적 근거와 예산 확보 여부, 활용 적절성 등 어느 하나 제시하지 않았다. 이런 식의 지자체 운영이 바로 무안공항 사고를 나은 원인이다. 지난 1999년 IMF 외환위기로 항공 수요가 불확실한 상황임에도 ‘서남권 거점 국제공항’이라는 명목으로 주먹구구식 항공 수요 데이터를 들이대며 공항 건설을 밀어붙였다. 무안공항은 개항 5년 뒤 실시한 사후평가에서 실제 운항횟수가 당초 예측치의 1% 밖에 안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 무안공항의 활주로 이용률은 1.1% 였고 하루 이용 편수는 7편에 불과했다.
국비로 건설하는 공항 유치해놓고 공항 운영에는 나몰라라 하고 사고가 나면 전임 정권과 지자체장이 한 일이라고 발뺌이나 하면서 철새들이 운집한 도래지 한가운데 공항 지어놓고 사고가 나자 인근에 대규모 추모공원 만들어 추모객 유치하겠다는 전남도지사의 발표는 유족들의 진정성에 찬물을 끼얹은 꼴이다. 오죽했으면 민주당 전남도당도 성명을 통해 지금은 추모공원 건립 발표할 때가 아니라고 하겠는가. 김영록 지사는 나훈아 씨의 공연중 발언을 두고 “양비론으로 말하지 말고 시대정의를 찾으라”고 반박했다. 김 지사는 고별공연을 하고 있는 나훈아 씨 스토킹 할 시간에 무안공항의 사태 수습에 진심으로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 부끄러워하고 성찰해도 모자랄 판에 나훈아 씨 코인 타서 언론 노출 편승하는 행태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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