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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한의 글로벌스탠더드]트럼프 상대는 전문가 아닌 전략가가 나서야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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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한의 글로벌스탠더드]트럼프 상대는 전문가 아닌 전략가가 나서야 된다
  • 매일산업뉴스
  • 승인 2025.02.1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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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박철한 한양대학교 경영대학 겸임교수

판 흔들어서 내 말대로 하는 조건 하에서의 선택권 주기
언론도 기업도 정부도 전략적으로 한팀 돼야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연합뉴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연합뉴스

“당신은 지난번에 자동차 관세를 말했는데, 언제 그 계획을 실행할 것인가요?”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 기자가 이같이 질문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4월 2일쯤 할 생각이다”고 답했다. 기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답변에 논쟁하지 않고 그저 사실로 받아들인다. 이 장면을 아무 생각없이 보면, 통상적인 질문과 응답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장면은 트럼프가 어떻게 사람들을 움직이는지 그 비밀을 생생하게 보여 준다.

기자의 질문을 다시 보자. 기자는 ‘언제 그 계획을 실행할 것인가’를 물었다. 기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정말로’ 관세를 부과할 것인가를 물어볼 수도 있었겠지만, 그는 그렇게 묻지 않고 ‘언제’할 것인가를 물은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몰아붙이는 관세 추진에 그는 관세 부과는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단지 언제 할 것인가를 질문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전략은 ‘흔들기’다. 그리고 궁지로 몰아넣은 다음 ‘선택권’을 준다. 그런데 선택권을 줄 때 “내 말대로 할래? 안 할래?”가 아니라, “내 말대로 무조건 하는데, 이렇게 할래? 저렇게 할래?”라는 식이다. 상대방에게 선택권을 주는 것 같지만 내 말대로 하는 조건 하에서의 선택권이다. 무엇을 하든지 그것은 트럼프의 방안 중 하나일 뿐이다. 기자는 그러한 트럼프 대통령이 짜둔 프레임에 갇혀서 그가 원하는 대로 움직인 것이다.

박철한 한양대학교 경영대학 겸임교수
박철한 한양대학교 경영대학 겸임교수

트럼프 대통령은 이러한 전략을 전방위적으로 쓰고 있다. 취임 전부터 캐나다 멕시코를 상대로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엄포를 한 트럼프는 이 두 나라가 관세 공포에 빠져 있는 동안 불법이민을 위한 국경 강화 조치에는 아무 반발없이 적극 협조 약속을 받아냈다. 국내적으로도 일론 머스크가 책임을 맡고 있는 정부효율부는 USAID를 사실상 해체하는 충격적인 조치를 통해 전 공무원 조직에 트럼프의 정책을 따르지 않으면 어떤 일이든 벌어질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했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하는 사람들은 동등한 위치에서 협상하기 어렵다. 늘 그렇기는 하지만, 일본의 이시바 총리는 본인이 할 수 있는 모든 아부를 트럼프에게 했다. 1조 달러 상당의 투자를 약속했고 트럼프의 관세 공격 가능성에 대해서도 아무 반박을 하지 않았다. 세계 주요국의 정상들이 앞다투어 백악관을 방문해서 저마다의 이익을 위해서 노력한다고 했지만, 미국을 상대로 성과를 챙겼다는 소식은 아직 들리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 언론을 보면, 걱정이 참 많다. 미국과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한 우리는 거의 관세가 없는데, 보편 관세를 적용하면 어떻게 될까? 자동차에 관세를 부과한다는데 우리에게도 부과할까? 세율은 얼마나 되고 그렇게 되면 피해는 얼마나 클까? 반도체에도 관세를 부과한다는데 어떻게 하나? 대통령 권한 직무대행의 대행 체제라 트럼프 대통령 측과 아직 소통도 못 했다는데, 이러다가 국익이 크게 훼손되는 것 아닌가?

많은 걱정이 있고 하나같이 다 일리가 있다. 그런데 필자로서는 이러한 이러한 걱정이 오히려 우려된다. 왜냐하면 우리 언론의 태도가 위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자동차 관세를 언제 부과할 것인가를 물은 미국 기자의 태도와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이 모든 조치를 당연히 할 것이라는 전제하에서 이런 분석 기사들을 쏟아내고 있다. 더 우려되는 것은 이 기사들을 통해서 우리 기업의 약점들이 모두 노출되고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우리 언론 기사 내용만 파악하면, 우리를 쥐고 흔들 카드를 쉽게 확보하게 된다. 우리 언론이 우리 기업의 편이 되기보다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우리 기업을 압박할 카드를 제공하는 셈이 된다.

트럼프 시대의 대미 협상 방식은 이전의 협상 방식과는 다르다. 국제협약이나 상호 협정을 바탕으로 협상하는 시대가 아니다. 전문가가 필요한 시대가 아니라 전략가가 필요한 시대다. 이런 시기에는 무조건 먼저 달려가기보다는 상대가 나를 압박하기 위해서 쓸 수 있는 카드가 얼마나 있는지에 대해서 고민한 다음, 최악의 시나리오에 걸려들지 않도록 콘트롤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상대를 이기는 카드가 있다면 최선이겠지만, 전쟁을 피하거나 적어도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만이라도 중요할 수 있다.

그렇게 하자면, 우리 언론은 미국 정부의 동향은 신속하게 제공하는 반면, 우리 기업의 동향에 대해서는 전략적으로 보도하는 것이 좋다. 추측성 기사나 지나치게 비관적인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한 기사들은 우리 기업과 국민의 의욕을 좌절시키고 상대방의 과욕을 부추긴다는 점에서 자제가 필요하다. 또한 정부는 기업이 대외적 파고를 헤쳐 나가는데 애로사항이 있다면 적극 해소해 주고, 대미 관련 협상에 필요한 내용을 기업과 수시로 협의하는 것이 중요하다. 과거 트럼프 1기때, 정부와 기업이 태스크포스팀(TFT)을 구성해 대응했던 사례를 상기한다면 도움이 될 것이다. 과거 어느 때보다 어려운 시기인만큼, 기업과 정부, 언론은 한 마음이 되어서 파고를 극복하는데 협력해 주기를 기대한다.

 

*이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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