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게이트 관련 정부 정책을 기업인들에 맡긴다는데
국회는 기업들의 근로시간 완화 요청조차 외면하다니

미국의 AI(인공지능)판 어벤저스. 대부분의 언론이 지난 주 사진과 함께 대대적으로 보도한 기사가 있다. 챗(Chat)GPT로 유명한 오픈AI가 AI 모델개발 및 운영을 책임지고, 일본의 투자기업 소프트뱅크가 자금을 조달하며, 기업용 DB(데이터베이스)프로그램으로 유명한 오라클이 데이터센터 구축과 운영을 담당하기로 하면서 뭉쳤다고 한다. 초기 1년간 확정된 투자 자금만 1000억 달러이며, 향후 4년간 모두 5000억 달러를 투자한다고 한다. 5000억 달러는 우리나라 GDP(국내총생산)의 4분의 1이 넘는 규모다. 이 투자계획의 이름은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이고,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했다. 신문마다 이들의 사진이 대문짝만하게 실렸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와 관련한 정부 정책을 실리콘밸리 기업인들이 맡는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과학정책실장에 마이클 크라치오스 스케일AI 전략책임자를 임명했다. 크라치오스는 벤처투자 업계에서 일하다가 2017년 트럼프 1기때 과학기술정책실에 합류한 바 있다. AI 학습에 필요한 데이터를 관리하는 스케일AI사에 2021년에 합류해 이번 과학정책실장에 임명되기 전까지 근무했다고 한다. 이미 AI·가상화폐 최고 책임자로 데이비드 색스 전 페이팔 COO(최고운영책임자)가 지명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백악관에는 페이팔 마피아가 요직을 차지하고 있다. 아마도 이쯤되면 우리나라에서는 정경유착을 넘어 정경일체라는 말을 했을 것이다.

중국은 어떤가?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은 중국 AI 스타트업인 딥시크(DeepSeek)에 대해 요란스럽게 보도했다. 기사 제목부터가 자극적이다. “Silicon Valley Is Raving About a Made-in-China AI Model(중국산 인공지능 모델에 대해 실리콘밸리가 열광하고 있다).” 기사 내용을 보면, 중국 인공지능 회사가 열등한 칩을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회사들과 거의 대등한 수준에 도달한 프로그래머들의 능력에 실리콘밸리가 놀라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의 AI스타트업 딥시크는 최신 인공지능 모델을 훈련하는 560만 달러가 들었다고 밝혔는데, 이는 안트로픽의 10억 달러 수준과 비교하면 1%도 되지 않는 금액이다. 엔비디아 칩 역시, 미국 기업들이 수만 개의 칩을 사용하는데 딥시크는 2000개 수준으로 대폭 줄였다고 한다. 반면, 성능은 캘리포니아 버클리대에서 주관하는 챗봇 성능평가 플랫폼 챗봇 아레나(Chatbot Arena)에서 상위 10위 안에 들었다. 구글 제미니 모델이 1위였고, 딥시크는 일론 머스크의 xAI에서 나온 그록(Grok)과 앤스로픽(Anthropic)의 클로드(Claude)보다 상위에 랭크되었다. 엄청난 경쟁력이다.
딥시크의 놀라운 기술력 때문에 지난 27일(미국 동부시간) 미국 나스닥 시장이 폭락을 했다. AI에 대한 기술력과 시장 전망이 과도했다는 것이다. 딥시크가 더 적은 수의 칩과 이에 따른 더 적은 전력 사용으로 동일한 수준의 AI 모델을 개발했다는 것은 엔비디아와 같은 칩 디자인 회사와 대만의 TSMC 등 파운드리반도체 제조사, 미국의 콘스텔레이션에너지 등의 전력회사 등 AI 관련 모든 기업의 예상 실적이 과도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들 기업의 주가가 폭락했다. 중국의 스타트업이 혁명적 기술 진보로 전세계 AI 생태계를 뒤흔든 것이다.

그러면 우리는 어떤가? 안타깝게도 위에서 언급한 챗봇 아레나의 200개에 가까운 AI 엔진 중 한국 기업은 없다. 미국 기업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중국과 유럽 기업들이 미국 기업과 경쟁하고 있다. 도대체 한국 기업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 국내에서 AI 서비스를 한다고 하는 네이버의 하이퍼클로버(HyperClober) X는 글로벌 시장보다는 국내용이다. 국내용이란 말을 하기 부끄러워서인지, 한국의 문화와 맥락을 가장 잘 이해하는 생성형 AI라고 소개하고 있다. 물론 우리 문화에 특화된 AI도 필요하지만, 글로벌 시장을 제쳐두고 국내 시장만 보는 것은 우물안 개구리다. 물론 구글이 지배하는 인터넷 시장에서 자국 기업으로 유일하게 살아남은 기업이 네이버이다. 하지만 그것을 위안으로 삼기에는 글로벌 경쟁력이 너무 초라하다. 삼성전자 역시 AI에 투자하고 있지만, 주력은 칩 개발에 있고 그마저도 많은 난관에 봉착해 있다. 우리의 현실은 미국과 중국에 비해 너무 초라하다.
상황이 이렇다면, 우리 정부와 기업은 어떤 전략을 사용해야 하는가? 우리는 이 사업을 포기할 수 있나? 마치 모든 나라가 우주개발 산업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 것처럼, AI를 포기한다고 해도 문제가 없다면 상관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4차 산업이라는 말이 의미하듯 미래의 산업 생태계에는 모든 산업에 AI가 적용된다. 그렇기에 AI는 산업의 기초이며 필수재다.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와 같이 미국 기업들이 천문학적인 금액을 투자하고 있는 것은 그 이유 때문이다. AI를 포기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
또 다른 차원에서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해외 시장은 포기하고 그냥 국내 시장만 챙겨도 되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네이버와 카카오가 검색엔진과 카톡으로 국내에서 최강의 자리를 잡고 있다는 점에서 유사한 전략이라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네이버와 카카오가 검색과 소셜네트워크 부문에서 국내 1위지만, 정작 수익성이 높은 동영상이나 다른 플랫폼 등은 모두 외국 기업에 내주고 있다. 유튜브가 그러하고 넷플릭스가 그러하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X 등 대부분의 소셜네트워크 플랫폼이 그러하다. 해외는 모르겠고 국내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겠다는 전략은 실속이 없다.
AI를 포기하거나, 국내용을 개발해 국내 시장만이라도 지키겠다는 전략은 모두 실효성이 없다. 어떤 경우든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고 그 안에서 생존해야 한다. 그런 생각을 가졌기에 우리보다 후발 주자였던 중국은 이미 AI 분야에서는 우리보다 훨씬 앞서게 된 것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 기업이나 정부가 급변하고 있는 글로벌 환경에 너무 대응이 느리고 소극적이라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기업은 기업대로 주52시간 근로시간으로 연구개발(R&D)을 제대로 진행하기 어렵고, 일부 기업은 총수가 법정에 출석해야 하는 등의 상황으로 도전적인 경영이 어렵다는 점을 지적한다. 사실 기업의 말이 맞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글로벌 기업과의 격차가 이렇게까지 벌어지도록 내버려 두어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도 정부의 대처는 정말 문제다. 굳이 글의 앞부분에 트럼프 대통령이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직접 소개한 것을 다시 언급하지 않더라도 각국 정부가 민간 기업의 R&D에 관심을 갖고 적극 지원을 약속하는 마당에 우리 정부는, 특히 국회는 기업들의 근로시간 완화 요청에 아직도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고 있다. 게다가 경제현안이 시급한 와중에도 항상 논의의 제1순위는 정쟁이다. 우리나라 정치인들은 나라의 기둥뿌리가 삭고 무너져도 정권만 잡으면 괜찮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듯 보인다. 도대체 어느 나라 국회인지 알 수가 없다.
오늘은 음력 설이다. 설에는 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는 덕담을 하는데, 기업에 필요한 규제완화와 기업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정책이야말로 우리 국민들에게 가장 큰 복이 될 것이다. 그런 복이 오기를 간절히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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