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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의경의 시콜세상]우리나라 세법에도 인플레이션 인덱싱을 도입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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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의경의 시콜세상]우리나라 세법에도 인플레이션 인덱싱을 도입하자
  • 매일산업뉴스
  • 승인 2025.03.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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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이의경 대진대학교 경영학과 교수/공인회계사

공제 대상 비용 항목 금액 수십 년씩 요지부동 굳어진 화석
미국 세법은 세금을 인플레에 맞춰 자동적으로 조정시스템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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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세법에서는 비용으로 인정되는 각종 공제 금액들이 다음에 세법이 개정될 때까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어떤 항목의 경우에는 수십 년 동안 그대로이기 때문에 방치라고도 할 수 있다. 인플레이션이 일상인 현실에서 이러한 방치는 실제로 납세자들에게 불리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왜냐하면 물가상승만큼 공제 금액이 늘어나지 않으면 실질적으로 비용인정을 못 받는 것이어서 그 결과로 납세자는 더 많은 세금을 내게 되기 때문이다.

매년 그렇듯이 지난 1월에 직장인들이 연말정산을 했다. 그리고 그 결과로 2월에 어떤 사람은 세금을 환급받았을 것이고 어떤 사람은 추가납부를 했을 것이다. 그런데 연말정산 과정에서 비용으로 인정되는 대표적인 공제항목이라고 할 수 있는 인적공제를 살펴보자.

먼저 인적공제의 의미는 생계를 유지하느라고 지출된 비용이다. 그런데 현행 세법이 인정해주는 인적공제금액은 근로자 본인, 배우자, 자녀 모두 1인당 150만원이다. 즉, 세법은 우리나라 근로자 가정이 4인 가족이면 1년 생활비를 600만원 정도로 본다는 것이다. 한 달 생활비도 아니고 1년 생활비가 그렇다는 것이다. 그것도 배우자는 연 소득금액이 100만원 이하이어야 하고 자녀는 20세 이하이어야 인정해준다. 그 비현실성에 대해서도 할 말은 많지만 여기서는 인플레이션에 관해서만 살펴보겠다. 그래서 이러한 공제금액이 결정된 시점이 언제인가를 보자. 이 금액이 정해진 것은 1999년이다. 지금이 2025년이니 26년 전의 금액인 것이고 세기도 다른 20세기에 정해진 금액인 것이다.

이의경 대진대학교 경영학과 교수/공인회계사
이의경 대진대학교 경영학과 교수/공인회계사

그러면 그동안의 물가상승률은 어떠했을까. 통계청의 지표누리에서 찾아보니 소비자물가지수가 1999년에는 61.8이었는데 2024년에는 114.2가 되어 있다. 대략적으로 85%가 상승한 것이다. 따라서 1999년의 공제금액 150만원은 이번 연말정산에서는 280만원 정도는 되어 있어야 했던 것이다. 그러면 4인 가족의 생활비로 1100만원 넘게 인정받았어야 한다.

연말정산에서 인적공제만 예로 들어서 그렇지, 상속세 및 증여세법 등 거의 대부분 비용 항목의 금액들이 수십 년씩 화석처럼 굳어 있다. 따라서 세금에 대해서 조금만 알거나 겪어본 사람이면 우리나라 세법과 이러한 세법을 고치지 않고 방치하는 국회의원들을 욕하는 것이다. 이렇게 공제 금액이 고정되어 있으면 물가상승으로 세금부담은 점점 커지기 때문이다.

세법의 비용 성격인 공제항목에도 인플레이션이 반영되도록 자동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미국의 세법(Internal Revenue Code)은 세금의 각종 금액을 자동적으로 인플레이션에 맞춰 조정하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의회(국회)가 별도로 세법을 개정하지 않아도 국세청(IRS)이 물가상승률을 반영해서 세법상의 금액들을 매년 조정한다. 소득세 과세구간과 표준공제, 그리고 상속세 및 증여세의 면세 한도와 연금의 납입한도까지 매년 조정해서 매년 10~11월에 발표하고 다음 연도부터 적용한다.

2024년의 실제 사례를 들면 1인당 기본공제액이 2023년 2000만원(1만3850 달러)인 것이 2024년에는 2117만원(1만4600 달러)으로 5.4% 상향조정되었다. 우리나라 공제액의 14배를 넘는 수준이다. 상속세 면제한도 역시 187억원(12억9200만 달러)에서 197억원(13억6100만 달러)으로 같은 비율만큼 상향되었다.

물론 미국도 세법 체계를 변경하려면 세법을 개정해야 한다. 하지만 금액은 인플레이션이 자동적으로 반영되도록 하는데 이를 인플레이션 인덱싱(inflation indexing)이라고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세법 체계는 물론 금액을 바꾸는 것까지 모두 국회가 법을 바꿔야 한다. 그래서 금액 하나를 바꾸려고 해도 매번 정치적 갈등이 반복되는 것이다.

우선 경제적 현실을 고려하여 공제 금액을 늘려서 세법을 현실화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이와 더불어 정치싸움과 무관하게끔 물가상승만이라도 논리적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인플레이션 인덱싱을 도입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 효과는 소득금액이 낮은 구간에서 나타나는 것이므로 부자감세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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