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와의 소송에 매달리다 각종 악재로 시장가치 하락
연초 모기업 LG화학 주가 100만원 → 78만8000원으로 장마감
작년 세계 시장점유율 1위 → 올해 2위로 중국에 밀려
[매일산업뉴스] 올해 기업공개(IPO)시장의 황금어로 손꼽히는 LG에너지솔루션의 연내 상장에 빨간불이 켜졌다.
최근 폭스바겐의 전기차 배터리 독립선언과 연이은 리콜사태 등 악재를 겪고 있는 LG에너지솔루션의 최고 의사결정권자가 직접 연내 상장 변동 가능성을 언급했기 때문이다.
신학철 부회장은 25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열린 LG화학 제20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LG에너지솔루션의 연내 유가증권시장(KOSPI) 상장 가능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연내 목표로 진행 중이나 변동도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이 패스트트랙을 활용해 이르면 8월경 늦어도 10월까지는 상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연내 상장을 목표로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2월 주관사에 KB증권과 모건스탠리를, 공동주관사로 신한금융투자와 대신증권, 씨티글로벌마켓증권, 골드만삭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를 선정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IPO를 통해 조달한 자금을 공장신설과 증설, 차세대 배터리 연구개발 등에 투자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신학철 부회장이 이날 주총에서 직접 "연내 상장 변동가능성"을 언급하면서 LG에너지솔루션의 계획에도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업계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의 연내 상장에 발목을 잡은 것은 각종 악재로 인해 기업가치가 하락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실제 LG에너지솔루션은 SK이노베이션과의 3년째 배터리 소송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부터 코나EV화재로 시작된 리콜이 GM 볼트, 르노 조에, 폭스바겐 e업 등 글로벌 시장에서 전방위적으로 잇따르면서 이에대한 막대한 비용부담은 물론 배터리 품질 안전성 여부까지 짊어지게 됐다. 여기에 폭스바겐이 최근 배터리 독립선언을 한 것이 기업가치 하락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이같은 우려를 반영한 듯 LG에너지솔루션의 모회사인 LG화학의 주가는 연초 한때 100만원선을 넘었으나 25일 기준 78만8000원대로 밀리면서 장을 마감했다.
특히 폭스바겐이 배터리 독립선언을 한 것은 LG-SK간 장기화되는 배터리소송이 한 몫 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폭스바겐이 LG-SK 소송이 불거질 당시 미국 무역위원회(ITC)에 탄원서를 제출하는 등 문제해결을 위해 노력했지만, 결국 미 ICT가 SK측에 패소판결을 내린 것이 결정적이었다는 후문이다.
실제 폭스바겐은 SK이노베이션의 미국 조지아 공장에서 배터리를 공급받기로 했었다. 그런데 SK가 ITC로부터 패소 판결을 받으면서 ‘10년간 생산 및 판매금지’조치를 받자 폭스바겐도 2023년부터 배터리 수급처를 바꾸고 자체 생산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결국 국내 기업간 배터리 분쟁으로 인해 폭스바겐의 배터리 독립선언을 부채질한 꼴이 된 셈이라는 것이다.
LG가 SK와 소송 격전을 치르는 사이, 지난해 2분기에 세계 전기차배터리 점유율 1위를 달렸던 LG에너지솔루션은 이후 중국 CATL과 1,2위를 엎치락뒤치락하다 현재 2위로 밀려난 상태다.
문제는 폭스바겐처럼 K배터리의 법적 분쟁에 부담을 느낀 글로벌완성차들이 다른 배터리 제조사들과 협업을 추진하는 등 안정적인 물량조달을 위해 K배터리 물량을 점진적으로 축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여전히 LG와 SK간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견해차이가 큰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LG에너지솔루션이 합의금에 매달리다 기업가치 하락으로 연내 상장도 물건너가고,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도 움츠러들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