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자 이행의무 범위 불명확하고, 중증도 기준도 없어
[매일산업뉴]경제계는 9일 정부의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제정안 입법예고에 대해 "현장혼란과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며 깊은 우려를 표하고 있다.
정부는 이날 중대재해 발생시 사업주·경영책임자 등을 처벌할 수 있는 기준이 되는 안전보건확보의무 내용을 구체적으로 규정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법) 시행령 제정안이 오는 12일부터 다음달 23일까지 40일간 입법예고 된다고 발표했다.
시행령의 골자는 내년 1월부터 노동자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할 경우 대표이사 등 경영 책임자가 안전보건 인력과 예산을 충분히 편성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면 처벌 대상이 된다는 것이다.
경제계는 그동안 중대재해처벌법이 충분한 논의와 검토과정 없이 제정된 만큼 경영책임자 정의·의무 등의 내용이 시행령을 통해 구체화돼야 한다고 수차례 문제를 제기해 왔으나 제대로 반영이 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아쉬워하고 있다. 경제계는 특히 적정 인력과 예산 등의 명확한 기준이 없다는 점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입법예고 예정인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제정안은 경영책임자등이 이행해야할 의무 범위가 적정한 예산, 충실한 업무 등으로 모호하게 규정되어 있고, 법률에서 위임한 안전보건 관계 법령이 구체적으로 명시되지 않는 등 불명확한 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전경련은 이와 함께 중증도와 치료기간의 제한이 없어 경미한 부상도 중대재해에 해당할 우려가 있어 기업인들에 대한 과잉처벌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염려했다.
또한 산업안전은 경영책임자 뿐만 아니라 현장 종사자의 안전의무 준수도 중요한데 이에 대한 규정이 없는 것도 아쉬운 부분이라고 밝혔다.
경영자총연합회도 “경영책임자의 의무 등 많은 부분이 여전히 포괄적이고 불분명해 어느 수준까지 의무를 준수해야 처벌을 면하는지 전혀 알 수 없다”면서 "문제점이 있는 만큼 정부는 입법예고기간에 산업현장의 의견을 충분히 검토·반영하여 현장혼란과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총은 특히 준비 시간 부족과 경영책임자 면책규정 미비를 문제점으로 꼽았다. 내년 1월 27일까지 시행령에 규정한 경영책임자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선 준비할 것이 많은데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또 경영책임자가 관리자로 의무를 다했음에도 개인의 부주의 등 다른 원인에 의해 중대재해가 발생한 경우 경영책임자에 대한 면책규정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경총은 산업계 의견을 종합적으로 수렴한 경제계 공동건의서를 빠른시간 내에 정부부처에 제출할 계획이다.
대한상의 박재근 산업조사본부장은 “중대재해처벌법 자체가 재해의 근원적 예방보다 처벌에 중점을 두고 있어 시행령으로 이를 보완하는 데는 애초 한계가 있다”면서 “기업의 책임과 의무를 명확히 해야 할 시행령에서 적정한 인력·예산 등 모호한 기준은 기업의 예측가능성을 저해하고 혼란을 발생시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 본부장은 중대재해를 획기적으로 줄여야 한다는 데 누구나 공감하고 있는 만큼 이제라도 노사정이 함께 실효적 방안 마련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중소기업계 역시 기업현장에 상당한 혼란과 충격이 초래될 것으로 우려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이날 입장자료를 통해 "법 제정 과정에서부터 일관되게 경영책임자의 범위와 의무 등을 명확히 할 것과 의무 이행시 면책근거 마련, 안전보건 인프라 확충을 위한 정부지원 확대 등을 요청해 왔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시행령안은 중소기업계의 요청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중기중앙회는 "대표적으로 중대재해처벌법상의 의무주체(처벌대상)가 여전히 모호하다"면서 "경영책임자에 대한 명확한 정의 규정이 없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의무사항 역시 ‘적정’, ‘충실’ 등의 추상적 표현을 담고 있다"면서 "이래서는 법령을 준수하고 싶어도 누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분명하게 알 수가 없는 노릇"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중대재해 예방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의무주체, 의무사항, 의무이행시 면책 등을 명확하고 예측 가능하도록 시행령에 규정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중기중앙회는 "최근 계속되는 코로나 충격에 더하여 과도한 최저임금 수준, 공휴일 확대 등 숨쉬기 어려울 정도로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면서 "형편이 어려운 중소기업들의 안전보건 인프라 확충을 위한 정부의 재정지원도 긴요하다"고 말했다.
중기중앙회는 "우리 중소기업계는 추후 시행령 제정 과정에서 다른 경제단체들과 긴밀히 협의하면서 위와 같은 보완 의견을 정부에 적극 개진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