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2024-11-23 13:50 (토)
[허희영의서비스경영ㆍ24]서비스의 실패는 고객을 감동시킬 기회가 된다
상태바
[허희영의서비스경영ㆍ24]서비스의 실패는 고객을 감동시킬 기회가 된다
  • 매일산업뉴스
  • 승인 2021.08.09 06: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글ㆍ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부 교수

실패가 성공적으로 회복되었을 때 고객은 더 감동
고객의 불만족에 대한 시그널을 즉각 감지할 수 있어야
ⓒ픽사베이
ⓒ픽사베이

실패에 관한 얘기는 자기개발서의 단골 소재다. 고객을 상대하는 현장에선 언제든지 서비스가 실패할 수 있다. 실패를 극복하는 회복탄력성이 때로는 위기를 기회로 바꾸기도 한다. 실패가 성공적으로 회복되었을 때 고객은 더 감동하고 강한 기억으로 남긴다. 저서 ‘긍정의 생각’(김형수, 함께북스, 2010)에 실렸던 일화에는 ‘서비스 실패의 역설’이 잘 담겨있다.

일본의 오사카에는 난바(難波, なんば)라는 상점골목이 있다. 어느 날 한 노신사가 골목을 찾았다가 두 평 남짓한 식당에 들어섰다.
“우동 한 그릇 주십시오.”
기다리던 노신사의 눈에는 ‘고객을 언제나 왕처럼 모십니다!”라는 글귀가 보였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부 교수
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부 교수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우동 한 그릇을 몇 젓가락 들던 노신사는 갑자기 젓가락을 놓고 일어나 짐을 챙겨 계산대로 갔다. 
음식이 식지도 않았는데, 나가려는 손님한테 주인이 물었다.
“손님, 뭐 불편하신 게 있으신지요?”
“아뇨, 급한 일이 생겼습니다.”
계산을 끝낸 노신사가 나가자 손님이 앉았던 자리로 가봤다.

‘이런!’
헐떡거리며 뛰어간 주인은 손님을 불러 세웠다.
“손님! 정말 죄송하게 되었습니다.”
주인은 허리를 90도로 굽혔다. 그리고 굽힌 자세로 계속 말을 이었다.
“손님, 머리카락이 빠진 걸 몰랐습니다. 어떻게 용서를 구해야 할지요.”
주인이 계속 허리를 굽히고 있자 노신사는 젊은 주인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됐습니다. 그만 고개를 드시지요.”
“아, 아닙니다. 용서를 구한 다음에 허리를 펴도 괜찮습니다.”
길을 가던 행인들은 마치 구경거리가 난 것처럼 모여들었다. 주인은 창피함이나 부끄러움도 없이 진심으로 고개를 숙이고 용서를 구했다.
“모두 용서했으니 이제 고개를 드시지요.”
그제야 주인은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받은 우동 값을 건네주었다.
“돈은 됐습니다. 우동 맛이 좋다고 해서 한 번 들른 건데, 대신 다시 한 그릇 말아주시오.”
주인은 손님을 모시고 다시 돌아왔다. 
“거참 맛이 좋습니다.”
우동은 정말 맛있었고, 국물에서 느껴지는 깊은 맛과 향이 독특했다.
“주인의 꿈은 무엇입니까?”
노신사가 나가면서 물었다.
“일본에서 제일 맛있는 우동을 파는 것입니다.”
노신사는 조금 놀란 표정으로 웃으며 말했다.
“그래요? 제일 큰 우동집 사장이 되는 게 아니구요?”
주인은 정중하게 밖까지 배웅했다. 진심어린 사과를 받은 노신사는 마음이 한결 편해져서 돌아갔다. 

그리고 식당의 일상은 계속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주인에게 메시지가 전달되었다. “이번 주말 점심에 회사 직원들에게 우동을 돌릴 생각입니다. 직접 와서 조리해 줄 수 있는지요?” 주인은 곧바로 회사의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어 약속을 잡았다. 주말 출장을 위해 그는 정성 들여 육수를 만들었고, 회사의 식당에서 우동을 말아주기 시작했다. 그런데 줄을 선 직원들 가운데 나타난 사람이 있었는데, 그는 얼마 전에 다녀간 노신사였다. 그는 바로 일본 최대의 요식업체 회장님이었다. 배식이 끝나자 회장은 우동집 주인을 자신의 사무실로 불렀다.
“역시, 최고였습니다. 그래서 말인데, 꿈이 일본 최고의 우동을 파는 것이라 했지요?”
“네.”
“그럼, 우리 회사의 우동 프랜차이즈 사업부를 맡아 보시지요.”
조그만 우동집 주인으로선 기적이었다. 그는 노신사의 회사가 추진하는 프랜차이즈 사업부에서 회사의 지원 아래 우동을 담당하는 경영자가 되었다. 이후 난마와 도톤보리([道頓堀, どうとんぼり)의 상점골목 상인들은 매일 새벽 함께 골목을 청소하고 서비스 헌장을 만들어 스스로 점수를 매긴다. 

서비스 담당자는 고객의 불평에 항상 대비하고, 대응에 대해 적극적이어야 하고, 현장에선 고객의 불만족에 대한 ‘신호(signal)’를 즉각 감지할 수 있어야 한다. 웨이터는 식사를 반만 먹다 멈춘 고객에게 다음과 같이 물어볼 수 있다. “손님, 혹시 문제가 있었나요?” 고객의 대답은 다음과 같을 것이다. “괜찮아요. 별로 배가 고프지 않네요.” 또는 “이 스테이크는 너무 익었네요. 난 살짝 익힌 스테이크를 주문했는데.” 두 번째 대답에선 실패를 만회할 기회가 남아 있다. 이 기회를 살리지 못해 불만족한 상태로 고객이 떠난다면 그는 다시 레스토랑을 찾지 않을 것이다. 

정시에 도착하는 열차, 예정된 안내 문자나 택배를 보고 누가 이걸 새삼 주목하겠는가? 좋은 서비스의 제공은 고객에게 당연한 결과지만, 고객의 불만을 해결하기 위해 들이는 엄청난 노력은 감동의 기억으로 남는다.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하는 서비스의 실패. 그 회복을 위해선 적극성과 계획성이 중요하다. 현장에는 가이드라인도 있어야 한다. “실패는 사람에게 다시 시작할 기회가 된다. 더 현명하게 말이다.” 첫 창업에서 실패를 경험했던 ‘자동차 왕’ 헨리 포드(Henry Ford)가 남긴 말이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