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기관간 상장기업 대상 평가등급 상당한 격차
지배구조에 대한 주관적 판단이 격차의 원인
올해 국내외를 막론하고 가장 핫한 키워드는 ESG가 아닐까 싶다. 전공분야는 달라도 거의 모든 학회가 ESG를 주제로 개최되고 있고 경제뉴스에서는 ESG 경영을 도입하고 있는 기업들 소식이 이어지고 있다. ESG는 환경(Environmental), 사회(Social), 지배(Governance)의 앞 글자를 딴 용어로서 ESG 경영이란 환경을 보호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며 법과 윤리를 준수하는 착한 경영을 의미한다.
ESG가 이렇게 기업들의 당면과제가 된 데에는 세계 최대규모의 자산운용회사 블랙록(BlackRock)을 운영하고 있는 래리핑크(Larry Fink)회장의 투자철학이 큰 역할을 했다고 본다. 그는 ESG가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결정짓는 핵심요소라고 보고, 블랙록이 투자하고 있는 기업들의 CEO에게 2020년에 연례서한을 보내면서 ESG와 관련한 사업내용과 계획을 요구했다. 이 서한이 큰 파장을 주고 있는 중에 피델리티(Fidelity)도 투자기업에 ESG 경영을 촉구하면서 관련된 성과가 미흡할 경우 이사선임에 영향을 주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이렇게 거대한 자본력을 가진 자산운용회사가 영향력을 행사하여 기업의 CEO들로 하여금 경영전략에 ESG를 반영하게 하는 것은 훌륭한 발상이라고 본다. 이것이 그 동안 시도되었던 어떤 방법보다 지구를 구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지난 10월 5일자 매일산업뉴스는 BTS가 지난 달 유엔총회 연설 후 퍼포먼스를 하면서 입은 옷이 업사이클링 패션이라고 보도하고 있다. 세계에서 매년 1000억 벌이 만들어지고 그 중 330억 벌이 버려지며 우리나라는 세계 5위 헌옷수출국이라고 한다. 이어서 10월 8일자 중앙일보가 CBS뉴스를 인용해서 보도한 내용을 보면 서아프리카 가나에는 서방국가로부터 매주 1500만 벌의 중고 의류가 들어오고 있다. 이 중 40%는 쓰레기 수준이어서 매년 수십 억 벌의 옷을 매립하다보니 수많은 쓰레기 산이 만들어져서 환경훼손이 심각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폐해는 패스트패션 기업들이 유행을 바꿔가면서 대량으로 옷을 생산하여 더 심화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패스트패션에 대한 소비자의 선호는 쉽게 바뀌지 않고 있다.
또 다른 예로 빈곤국가의 아동들 노동력을 착취하는 수준의 헐값으로 이용해서 만든 세계적 브랜드의 스포츠 제품들이 있다. 이러한 생산과정을 알면서도 막상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이 브랜드 제품을 외면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공정소비, 개념소비를 강조하는 소비자 교육으로는 이를 해결하는 데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자산운용회사들이 이러한 기업들의 ESG 지표를 낮게 평가하고 그 결과에 따라 투자자금을 거둬들인다면 이들 기업에게는 큰 부담이 될 것이다. 결국 이들 기업은 친환경적이고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경영을 모색해야 할 것이니 매우 효과적인 방법인 것이다. 기업의 입장에서도 ESG경영이 부정적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ESG는 지속가능성을 나타내는 요소들이고 지속가능성이 높아지면 기업의 불확실성이 작아지고 기업가치는 높아지기 때문이다.
ESG 경영이 제대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으려면 우선 ESG 평가지표가 제대로 설정되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현재 한국기업지배구조원과 서스틴베스트라는 두 개의 기관이 ESG 등급을 매기고 있다. 그런데 9월에 자본시장연구원은 이 두 기관이 매긴 2020년 상장기업 대상 평가등급이 상당한 격차를 보인다는 분석결과를 보고하였다. 우리가 곧잘 보게 되는 A++, A+, BB+ 등으로 나타내는 기업의 신용등급은 신용평가회사가 달라도 별 차이가 나지 않는데 비해서 ESG 평가등급은 두 곳에서 평가한 결과가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환경(E)분야와 사회(S)분야는 괜찮은데 지배구조(G)분야의 정성적 평가요소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 의미는 지배구조에 대한 주관적 판단이 격차의 원인이라는 것인데 자칫 ESG 평가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계기가 될까 우려된다. 평가지표를 객관화시켜서 평가결과의 일관성을 확보해야 ESG 경영의 성공적인 정착에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