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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위한 첫걸음]술 빚고 텃밭 일구고 기타치는데 세상이 바뀐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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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위한 첫걸음]술 빚고 텃밭 일구고 기타치는데 세상이 바뀐다구요?
  • 김혜림 기자
  • 승인 2021.10.19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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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실천>행동하는 사람들(5) 전환마을 은평

내가 사는 이곳에서 내 방식대로 지구와 함께 사는 운동
김혜림 기자
서울혁신센터에서 지난 16일 펼쳐진 멸종저항운동의 마지막 장면. 붉은 정령들이 연막탄을 터뜨려 지구촌의 위기를 알리면서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 ⓒ매일산업뉴스 김혜림 기자

[매일산업뉴스] 둥둥둥~

지난 16일 서울 은평구 통일로 서울혁신센터에 북소리가 길게 울려 퍼졌다. 그 소리에 맞춰 붉은 옷을 입은 여성(정령) 20여명이 한 걸음 한 걸음 땅을 즈려밟으며 앞으로 나아갔다. 그 뒤를 주민 20여명이 따랐다. 붉은 연막탄을 터뜨려 지구위기를 알리고 도움을 요청하는 것으로 막을 내렸다. '2021 서울 마을주간'의 아퀴를 짓는 이 퍼포먼스는 멸종저항운동으로, 비폭력 시민불복종 행동을 통해 정부와 기업에 기후위기 극복을 요구하는 국제 기후환경 운동이다.

전환마을에 대해 설명하는 유 전환마을 은평 대표 김혜림 기자
마을식당 '밥풀꽃'에서 지난 15일 공동체 운동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유희정 전환마을 은평 대표. ⓒ매일산업뉴스 김혜림 기자

멸종저항운동을 연출한 전환마을 은평 유희정 대표를 15일 오후 은평구 연서로 ‘밥풀꽃’에서 만났다.

이곳은 전환마을 은평이 먹거리자립운동을 꿈꾸며 조합을 구성해 운영하는 마을식당이다. 낮에는 채식 전문 맛집이지만, 오후에는 전환마을 은평 활동가들의 만남과 모임이 이뤄지는 둥지로 변신한다.

유 대표는 “2014년 11월 29일에 '전환마을 은평'을 선언했다”면서 “이곳은 우리나라 1호 전환마을”이라고 소개했다.

전환마을은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탈탄소 사회를 준비하고, 공동체의 회복탄력성을 만들어가는 마을운동이다. 2005년 아일랜드의 작은 마을 킨세일에서 생태적인 전환을 선언하면서 시작됐다. 그곳에서 ‘퍼머 컬처’를 가르치던 롭 호킨스 교수가 영국의 토트네스로 이주해 전환마을 운동을 하면서 지구촌 곳곳으로 빠르게 퍼져 나갔다. 퍼머 컬처는 ‘영속적인’이란 의미의 ‘Permanent’와 ‘농업’을 뜻하는 'Agriculture'의 합성어로, 지속가능한 농업을 가리킨다.

유 대표는 2009년 토트네스로 여행 갔다 전환마을 운동을 접한 뒤 그 운동에 반해 아예 그곳에서 3년여 동안 운동가로 활동했다. 귀국한 뒤 은평구에 살게 된 그는 이곳에 전환마을의 씨앗을 뿌렸고, 지금은 그 싹을 키워내기 위해 온힘을 기울이고 있다.

유 대표는 “공동체가 살아나야 기후위기도 극복할 수 있다”면서 “전환마을은 모임 중심의 마을운동”이라고 말했다. 전환마을 은평에서도 크고 작은 모임이 꾸려지고 있다. 지구를 살리는 방법으로 농사를 짓는 텃밭 모임, 술을 빚는 모임, 생태 관련 책을 읽는 모임, 클래식 기타를 배우는 모임…. 대표인 유씨도 모르는 사이 새 모임이 생겨나고 또 없어지기도 한다. 그 중 가장 꾸준히 진행되는 것은 역시 텃밭 모임(퍼머 컬처)이다. 전환마을 은평은 수시로 퍼머 컬처 특강을 열어 ‘은평 기후농부’를 키워내고 있다.

ⓒ전환마을 은평 제공
서울혁신센터 내 텃밭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활동가들. ⓒ전환마을 은평 

유 대표는 “혁신파크와 경기도 고양시, 의정부 등지에 텃밭이 있다”면서 “특수 농법으로 재배해 수확한 작물로 밥풀꽃의 음식음 만들고 이웃과도 나눈다”고 말했다.

기후농부들은 땅을 갈아엎지 않고, 퇴비를 하고, 농약을 치지 않고 농사를 지어 작물을 수확하고 있다. 이 농법은 탄소를 땅 속에 가두는 생태적인 농법이어서 기후위기의 속도를 늦추는 데 한몫하고 있다.

먹고 남는 농산물을 이웃에게 나눠주는 것은 지구 공유지를 사용하는 사람들로서 ‘선물(膳物)경제’를 실천하기 위한 방법이다. 유 대표는 “코로나 상황이 나아지면 우리 지역에서 퍼머 컬처로 수확한 작물을 지역 사람들이 그 자리에서 바로 먹어볼 수 있는 기후밥상을 차려 주고 싶다"고 했다. 지역에서 먹거리를 쉽게 얻을 수 있다는 것과 대가 없이 무언가를 나눌 수 있는 선물경제를 경험하게 해주고 싶기 때문이다.

벌크생활 마을공동체도 자랑할 만한 활동이다. 마을 사람들이 정기적으로 함께 모여서 로션, 샴푸, 치약, 세제, 비누 같은 일상에 필요한 생활재를 만든다. 동네 텃밭에서 뜯은 풀로 만드는 생활재는 몸에 좋을 뿐만 아니라 비용도 거의 들지 않고, 플라스틱 쓰레기나 자연에 해가 되는 물질도 발생시키지 않는다.

유 대표는 "전환마을 운동은 내가 사는 이곳에서 내가 하는 방식으로 내가 가진 것으로부터 재미나게 지구와 이웃과 함께 사는 방법"이라고 했다. 

각자가 사는 마을에서 15%를 더 소비하면 지역 경제가 살아나게 되고, 더 많은 투자가 지역에서 일어나 더 많은 고용과 활동이 마을에서 일어나게 된다. 그러면 일자리를 찾아 떠나는 젊은이들이 줄어들고, 물류가 멀리 이동하지 않기 때문에 탄소발자국도 줄어들게 할 수 있다는 것이 전환마을운동의 핵심이다.

유 대표는 “그렇지만 전환마을의 목표는 에너지와 먹거리를 직접 생산해 자급하는 체계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것을 서로 나누거나 혼자서는 할 수 없는 것들을 함께 생산하고 함께 만들어가는 일을 공동체로 하는 것”이리고 강조했다.

현재 은평구에서 전환마을 운동에 참여하는 구민은 0.1% 미만으로 추산하고 있다. 유 대표는 “3.5%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게 목표”라면서 “운동가 1명이 3명의 참여를 이끌어내면 불가능할 것도 없다”며 호호 웃었다.

전환마을 은평은 앞으로 지구촌에서 살아갈 미래세대를 위한 생태교육도 진행하고 있다. 현재 충암중학교에서 '지구를 살리는 마을학교'와 '지구를 살리는 고체나라' 과정을 진행중이다. 일반인들을 위한 프로그램도 다양하다. 지난 8월부터 진행 중인 ‘음식물쓰레기 제로 학교’를 발전시켜 내년 상반기 중에는 ‘음쓰카페’를 오픈할 계획이다. 음쓰카페에선 주민들이 각자 가져온 음식물쓰레기로 퇴비만들기, 세제만들기 등을 알려줘 탄소 발자국 줄이기에 동참하게 할 예정이다.

유 대표는 “기후위기를 막아내기 위해선 전 세계 사람들이 자신이 사는 곳에서부터 하나씩 바꾸어야 한다”면서 “혼자 하기는 힘들지만 공동체로 함께 한다면 얼마든지 가능하다”라고 강조했다. 

텃밭농사나 일상생활재 만들기가 엄두가 나지 않는다면 쓰고 남는 것을 나누는 '선물경제'는 어떨까? 부담없이 시작해볼 만하다. 지구를 위한 첫걸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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