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지원금 없이 1만5천 시민들의 후원으로만 운영
[매일산업뉴스] “우리나라의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턱없이 낮은 데다 기후정의(氣候正義)도 외면하고 있습니다.”
서울시 성북구 녹색연합 회의실에서 지난 5일 만난 녹색연합 기후행동팀 박수홍 팀장은 우리 정부의 기후위기 정책의 문제점 두 가지를 명확하게 짚었다.
박 팀장은 영국 글래스고에서 개최중인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지난 1일 문재인 대통령이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2018년 대비 40% 이상으로 높였다고 말했으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는 2018년까지 계속 온실가스 배출을 늘려온 탓에 감축 목표가 더 확대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가 제안한 2010년을 기준으로 볼 때 NDC는 30% 수준을 밑돌고 있다는 것이다.
박 팀장은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급속하게 줄여야 2050년 탄소중립을 이룰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이미 나와 있는데도 정부는 산업계의 압력에 눌려 목표 설정을 제대로 안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기후정의는 기후 위기로부터 발생된 불평등과 양극화의 문제를 공정하게 바로잡자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농민 노동자 장애인 등 기후위기 관련 피해를 제일 먼저, 가장 크게 받는 당사자들이 정책 수립에 참여해야 하는데 외면당하고 있다”고 박 팀장은 안타까워했다.
녹색연합은 2019년부터 해녀 농부 청소년 등 기후위기에 맞닥뜨린 당사자들의 증언을 소개하는 ‘기후위기의 증언들’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올해는 오는 10일 오후 7시 유튜브 ‘녹색연합’ 채널을 통해 생중계된다. 간호사, 노숙자 등이 나서서 그들이 겪고 있는 기후위기에 대해 전하고, 청소년 활동가와 생태학 전문가 등이 함께 대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박 팀장은 “기후정의 측면에서 탄소 배출원인 화석연료를 대처할 수 있는 재생에너지 생산 시설도 기존의 삼림이나 생활터전을 파괴하고 들어선다면 의미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박 팀장은 지난달 31일 개막해 12일까지 이어지는 COP26에 대해서도 실망의 빛을 감추지 못했다.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모인 회의장에서 선진국들은 주도권 싸움을 하는가 하면 드러내놓고 자국의 이익을 우선시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지금까지의 회의 결과를 보면 한심할 정도다. 석탄화력발전 중단 합의에는 미국과 중국 등이 참여하지 않았다. 2030년까지 전 세계에서 배출되는 메탄의 양을 2020년 대비 최소 30% 줄이겠다는 ‘국제 메탄서약’에도 최대 배출국으로 꼽히는 중국, 러시아, 인도는 서명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국제 메탄서약에도 서명했고, 2050년까지 모든 석탄발전을 폐지하겠다고 약속했다. 박 팀장은 이에 대해 “최근 신규 석탄화력 3기의 가동을 시작했고 추가로 4기를 추진하고 있다”면서 현실성 없는 약속이라고 도리질을 했다.
거대담론 같지만 우리 모두의 미래를 위협하는 기후위기, 이를 극복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 박 팀장은 “텀블러를 쓰면서 정부와 기업이 움직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에너지 절약도 꼭 실천해야 할 일”로 꼽았다. 실천하는 개개인들이 모여 시스템 전환을 이끌어내야 한다는 얘기다.
박 팀장은 “지구의 기후는 ‘변화’하는 수준을 넘어 ‘위기’상황”에 접어들었기에 지금 즉시 행동해야 한다”면서 “단 기후정의를 외면해선 안 된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녹색연합은 전국 300여개 단체들이 연대한 기후위기 비상행동의 사무국을 맡고 있다. 박 팀장은 “기후위기는 모두의 문제가 되었기 때문에 환경은 물론 청소년 인권 노동 종교 등 다양한 시민 단체들이 모두 참여하고 있다”고 전했다. 기후위기 비상행동은 지난 6일 오후 2시 마로니에 공원에서 ‘기후정의 세계공동행동’ 집회를 열고 “기후정의에 입각해 2030 온실가스 감축 목표와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다시 작성하라”고 촉구했다.
1991년 창립한 녹색연합은 '우리나라 자연 지킴이'를 표방한 시민단체다. 주요 생태축인 백두대간과 DMZ 보전에 앞장서고 있다. 이와 함께 기후위기를 가속화하는 현장을 감시하며 에너지가 정의로운 세상, 쓰레기가 없는 지구, 자연과 사람이 조화로운 사회를 이루기 위해 활동하고 있다. 녹색교육센터, 녹색법률센터, 녹색사회연구소, 작은것이아름답다(출판) 등 4개 전문기구와 전국 9개 지역조직으로 구성돼 있다. 현재 회비를 내는 회원은 1만5000여명이다. 박 팀장은 “정부지원금 없이 시민들의 후원으로만 운영되는 단체로, 현장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것이 특징”이라고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