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률 3대 1 미만 대학은 모두 59곳으로 전체 대학의 35%
기업대학 가능하도록 대학경영으로 이익 점유할 수 있게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6일 국회 첫 시정연설에서 연금·노동·교육의 3대 개혁을 강조하며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역설했다. 반가운 일이다. 3대 개혁은 진작 이루어졌어야 할 과제임에도 과거 정부가 폭탄 돌리기 식으로 미루어 왔던 것들이다. 특히 문재인 정권은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키우는 방향으로 개혁하기보다는 귀족노조들 중심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만드는 반개혁으로 일관했다. 만시지탄이지만 이제라도 윤석열 정부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겠다 하니 여간 다행스러운 일이 아니다.
대부분 국민은 연금 및 노동 개혁의 중요성과 절실함을 알고 있다. 그러나 교육 개혁에 대해서는 이해가 부족하다. 교육 개혁은 그 시급성이나 절박함에 있어서 연금이나 노동 개혁에 못지않은 과제다. 특히 대학교육의 시장 변화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 지에 대해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나 정치권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대학교육의 시장 변화란 학령인구의 감소를 말한다. 학령인구의 감소는 특히 지방의 사립대학을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학생 등록금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사립대학들이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사태가 빚어지면서 학교의 경영 자체가 큰 어려움에 직면해 있는 것이다.
지방대 중 2020학년도 정시모집에서 평균 경쟁률 1대 1 미만 대학은 18개 대학이나 됐다. 경쟁률 1대 1 미만이라는 말은 원서를 넣기만 해도 대학에 합격할 수 있다는 얘기다. 정시모집에서 3회까지 지원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미달 위험이라고 볼 수 있는 경쟁률 3대 1 미만 대학은 모두 59곳으로 전체 대학의 35%에 달한다. 그런데 59개 대학 중 83%에 해당하는 49개 대학이 지방 소재 대학이다. 이들 대학에는 비단 사립대학뿐 아니라 군산대와 안동대, 목포대와 같은 일부 국립대도 포함된다. 이러한 사실은 지방 대학의 현실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말해준다.
물론 지방 대학이라 하더라도 대부분 국립대학은 여전히 비교적 높은 경쟁률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사립대학의 경우 얘기가 전혀 달라진다. 요즘은 서울 소재 대학은 다 서울대학이라는 말이 있듯 서울 쏠림현상이 심화하면서 지방 사립대학들이 타격을 받는다.
이대로 가면 학령인구는 계속 줄어들 것이고, 지방 사립대학 대부분은 결국 문을 닫아야 할 것이다. 문제는 사립대학들이 어떻게 대학교육 시장에서 질서 있게 퇴출하느냐 하는 것이다. 교수와 행정직원들의 노동시장 퇴출이 동반될 것인 데다가, 무엇보다도 재학생들을 어떻게 구제할 것이냐 등의 복잡한 난제가 있기 때문이다.
현재는 경영자인 학교법인이 스스로 대학을 정리하고 싶어도 그게 쉽지 않다. 일정한 기간의 장기 계획 아래 재학생들을 전부 졸업시키거나 다른 대학으로 편입할 수 있는 길을 터주면서 재학생들이 더 이상 남아 있지 않은 상황이 되면 교직원들을 퇴직 처리할 수 있어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학교법인이 그렇게 할 재정 능력도 없거니와 그런 길을 택할 수 있는 유인이 없다. 현행 사립학교법은 법인을 해산할 경우 법인의 재산은 국가에 귀속시키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학진흥재단이 학교법인 청산을 지원하기 위해 사학진흥기금에서 대출을 하고 있지만 그 정도로는 폐교하고 뒷정리를 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또 그건 결국 갚아야 할 돈인 데다가 설립자로서는 투자금 회수는커녕 채무자로 전락할 것이어서 쉽사리 그 길을 선택하지 못한다. 때문에 대학교육 시장의 구조조정이 자생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으며, 대신 교육부가 재정지원을 무기로 정원을 줄이도록 강제하는 방식의 대학별 구조조정이 이루어지고 있을 뿐이다.
이런 식으로는 사립대학들이 고사함으로써 퇴출되고, 학생들만 피해자가 된다. 그래서 하나 제안을 하고자 한다. 사립학교는 사유재산으로 인정되지 않으며 공공성만 강조되는 우리나라에서는 쉽지 않은 일이지만 혁명적인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사립학교법을 학교법인의 사유재산으로 인정하도록 사립학교법을 개정하자. 초·중·고등학교가 어렵다면 대학만이라도 사유재산으로 인정함과 동시에 대학기업, 또는 기업대학이 가능하도록, 곧 대학경영으로 수익을 내 이익을 점유할 수 있게 만들자. 대신 정부의 규제는 일반기업 수준을 넘지 않도록 해야 한다(사실 일반기업에 대한 온갖 규제도 혁파해야 한다).
대학을 기업경영의 대상으로 만들고 자유롭게 적대적 인수합병도 가능하게 하면 대학교육 시장의 구조조정이 자생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 선진국에도 그런 것이 없다느니 하며 따질 이유는 없다. 없던 길도 누군가 걸어가면 길이 생기는 법이다. 기업대학을 허용하되 대학(기업) 청산 시 학생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설계를 잘 하면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교육의 공공성 따위의 허구에서 벗어나야 한다. 우리나라는 사학이 사학이 아니다. 모두 국가의 통제를 받기 때문이다. 그러니 창의적이며 혁신적인 교육은 기대하기 어렵고 획일적인 사고를 하는 범재(凡才)들만 양산해 온 것이다.
교육의 발전을 원한다면 교육으로 수익을 내게 만드는 게 가장 쉬운 길이다. 그래서 대학기업을 허용하자는 것이다. 생각해 보라. 자본주의가 부를 가져다준 것은 사유재산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그것이 보편성을 갖는다면 교육에서만 예외일 까닭이 없지 않은가. 장담하지만 우리나라에 기업대학(대학기업)이 등장한다면 세계적인 대학이 나타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