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의 해양 방산 결합해 육해공 통합 시너지 극대화…네트워크 활용 수출 확대
LNG, 수소, 암모니아 운송에 해상풍력 진출… 그룹사 ‘친환경 에너지 밸류체인’ 구축
[매일산업뉴스]한화그룹이 세계 4위 조선업체인 대우조선해양을 품었다. 한화그룹은 방위산업과 친환경에너지 사업의 시너지를 위해 대우조선해양과 2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로 경영권을 인수하기로 했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의 악재로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포기했던 한화그룹이 13년 만에 대우조선해양 인수 재추진에 나선 것이다. 이로써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2001년 워크아웃(재무개선작업) 졸업 이후 21년 만에 새 주인을 만나게 됐다.
대우조선해양은 그동안 채권단의 자율 지원을 통한 경영정상화 작업을 추진, 2008년 한화그룹 인수 추진에 이어 2019년 현대중공업 계열과 M&A거래를 추진했으나, EU의 기업결합 불승인 결정으로 최종거래는 무산된 바 있다.
한화그룹은 26일 대우조선과 2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해 대우조선 지분 49.3%를 확보하기 위한 경쟁 입찰과 실사, 해지 등에 관한 내용을 담은 조건부 투자합의서(MOU)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또 대우조선의 대주주인 KDB산업은행과는 향후 대우조선의 경영정상화를 위해 협력하겠다는 내용의 기본합의서에 함께 서명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시스템이 각각 1조원과 5000억억원을 투자하고, 나머지 5000억원은 한화임팩트파트너(4000억원)와 한화에너지 자회사 3곳(1000억원) 등 계열사 4곳이 투자하는 등 모두 6개 계열사가 참여한다. 한화 측은 오는 11월 말께 본계약 체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산은은 원활한 투자 유치와 대우조선의 경영정상화를 위한 지원방안을 채권단과 함께 마련하기로 했다.
◆한화그룹 자산 100조원대 육박 ... 대폭 늘어나
한화그룹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게 되면, 자산총액은 100조원대에 육박할 만큼 대폭 늘어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4월 발표한 '2022년도 공시대상기업집단(대기업집단)' 분석자료에 따르면 총 91개 계열사를 거느린 한화그룹의 자산총액은 작년 말 기준 80조3880억원이었다.
한화는 자산총액 기준으로 삼성(484조원), SK(292조원), 현대차(258조원), LG(168조원), 롯데(122조원), 포스코(96조원)에 이어 재계 7위다.
올해 6월 기준 대우조선해양의 자산총액은 약 12조224억원으로, 재계 순위는 39위였다.
한화그룹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할 경우 단순 계산으로 자산총액은 92조원대까지 늘어나게 된다. 자산총액 기준 순위에는 변동이 없지만 재계 6위 포스코에 바짝 붙게 되며, '자산총액 100조원' 클럽 가입에도 한 걸음 더 다가서게 된다.
현재 자산총액 100조원 이상인 기업집단은 삼성과 SK, 현대차, LG, 롯데 등 5개 그룹뿐이다.
다만 대우조선해양의 낮은 재무 건전성은 인수를 추진하는 한화그룹이 떠안아야 할 짐이다.
대우조선의 자산총액 12조224억원 중 부채가 10조4741억원이었고, 자기자본은 1조5483억원 수준이었다. 부채비율은 지난 6월 기준 676.5%에 달한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부채비율이 높다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라며 "유상증자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인수자금을 대우조선에 조달해 부채비율을 상당 부분 상쇄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13년 만에 대우조선해양 인수 재추진 이유는?
한화그룹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 등으로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포기했었다. 당시 6조원 이상의 인수가격을 제시해 대우조선해양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는데, 글로벌 금융위기 등으로 자금마련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 때문에 산업은행에 잔금 납부 시한 연기 등을 요청했지만, 특혜 논란 등을 우려한 산업은행이 잔금 납부 연기시한을 거부했고, 한화그룹은 이듬해인 2009년 초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잃었다.
한화그룹이 13년 만에 대우조선해양 인수 재추진에 나선 것은 '글로벌 종합 방산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마지막 퍼즐을 채우기 위함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미 한화그룹은 방산·항공우주를 신성장 사업으로 삼고, 역량강화에 나섰다. 이를위해 한화그룹은 그룹내 흩어졌던 방산부문과 한화디펜스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 통합, 2030년까지 '글로벌 방산 톱10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내걸고 '사업구조 재편'을 진행하고 있다.
여기에 해양 방산 강자인 대우조선해양을 품게 되면 잠수함과 군함 등을 생산하는 특수선 역량까지 강화할 수 있게 돼 국내유일의 육·해·공 종합방산기업으로 거듭나게 된다.
◆대우조선, 잠수함 등 특수선 건조 국내 1위 ... “민간 친환경∙자율운항 선박 적용”
한화그룹이 대우조선해양을 품으면 그룹 차원의 방산사업 재편도 정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한화디펜스와 11월 합병되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해양 방산의 강자인 대우조선 인수로 기존의 우주, 지상 방산에서 해양까지 아우르는 ‘육해공 통합 방산시스템’을 갖추고 유지보수(MRO) 시장에도 본격적으로 진출할 수 있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 사업부문은 크게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 등 상선과 잠수함·군함 등 특수선으로 나뉜다. 이중 특수선 분야에선 국내 1위 함정 건조업체"라며 "중동, 유럽, 아시아에서의 고객 네트워크를 공유하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시스템의 무기체계는 물론 대우조선의 주력 방산제품인 3000톤(t)급 잠수함 및 전투함의 수출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대우조선에 연구개발(R&D) 투자를 늘려 확보한 미래 방산 기술을 민간상선에 적용할 수도 있다. ‘함정의 두뇌’ 역할을 하는 전투체계(CMS)를 대한민국 해군 함정에 사실상 100% 공급하고 있는 한화시스템의 해양첨단시스템 기술이 대우조선의 함정 양산 능력과 결합되면 자율운항이 가능한 민간 상선 개발역량도 확보할 수 있다. 이미 잠수함에 친환경 에너지저장장치(ESS)를 탑재한 한화디펜스의 기술을 향후 수요가 급증하는 친환경 선박에 적용할 수도 있다.
◆ 에너지의 ‘생산-운송-발전’ 밸류체인 구축… “LNG는 전 영역으로 사업확대”
아울러 수소시대로의 전환을 앞두고 '가교'에너지원으로 평가받는 LNG분야에서도 대우조선해양과의 시너지를 예상하고 있다.
한화그룹은 이미 LNG를 미국에서 수입해 통영에코파워가 발전하는 사업 구조를 갖고 있다. 여기에 대우조선의 LNG해상 생산 기술(FLNG)과 운반(LNG운반선), 연안에서 재기화 설비(FSRU)까지 더해지면 향후 수요가 급증하는 LNG시장에서 전 영역으로 사업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회사측은 기대했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대우조선의 LNG운송 기술에 한화솔루션의 태양광 생산 및 발전사업과 한화임팩트의 수소혼소 발전기술, ㈜한화의 에너지 저장수단으로서의 암모니아 사업 등을 더해 ‘생산-운송-발전’으로 이어지는 'LNG사업 밸류체인'도 새롭게 구축할 수 있다"며 "대우조선이 경쟁력을 갖춘 해상풍력설치선(WTIV)을 활용해 한화솔루션은 미국과 유럽에서, 한화건설은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해상풍력 발전시장에 진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호적 경영환경에 41조원 물량확보 … “투자 통해 시너지 내면 조기 흑자전환”
한화그룹은 최근 LNG선을 중심으로 한 노후선박 교체수요와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규제 강화에 따른 친환경 선박의 신규 수요, 선박 발주 증가에 따른 도크 경쟁으로 조선업이 2000년대 중반 이후 다시 제2의 빅 사이클 초입에 돌입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미 저가로 수주한 물량을 상당부분 해소하고, 자산가치 재평가를 통해 부실을 해소한 대우조선 역시 향후 3년 반~4년간 일감인 288억 달러(약 41조원)의 수주 잔량을 보유하고 있다. 최근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수익성도 크게 개선될 전망이다. 여기에 그룹의 방산 수출 확대와 해상 풍력 진출, 친환경에너지 운송 시장 확대 등 새로운 사업이 추가되면 조기에 ‘턴 어라운드’가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이번 한화그룹의 인수 추진으로 지난 2000년 대우그룹 해체와 함께 23년째 채권단 관리를 받으면서 '주인없는 회사'라는 설움을 받아온 대우조선해양의 경영 정상화에도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한화그룹의 전폭적인 투자지원을 바탕으로 친환경 선박기술 개발에도 탄력이 붙고, 글로벌 수주 경쟁에도 보다 적극적으로 뛰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지역∙협력업체∙노조와 상생…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 할 것”
특히 한화그룹은 이번 대우조선해양 인수는 단순한 이익 창출 수단을 넘어 투자와 일자리, 수출 확대로 대우조선이 위치한 경남 거제의 지역사회와 상생하겠다는 각오다. 아울러 조선 기자재와 하청 제작 업체 등 지역 뿌리산업과도 지속 가능한 협력관계를 구축할 방침이다.
이미 다양한 분야에서 인수합병(M&A)의 성공경험을 축적한 한화그룹은 노조와의 적극적인 대화를 통해 신뢰를 바탕으로 합리적인 노사 관계도 구축할 예정이다.
한화그룹 측은 “이번 인수는 그룹의 사업적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것뿐 아니라 국가 기간 산업에 대한 투자로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도 결코 소홀히 하지 않겠다는 사업보국(事業報國) 정신으로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