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장비 글로벌 기업들, 국내 R&D 투자 기대

[매일산업뉴스]극자외선(EUV)을 이용한 반도체 노광장비 세계시장 점유율 1위기업인 네덜란드의 ASML이 한국에 온다. ASML은 오는 2025년까지 2400억원을 투입해 경기도 화성에 자사 반도체 클러스터(뉴캠퍼스)를 구축한다. 이에따라 국내 관련 산업경쟁력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15일 산업통상자원부와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ASML은 16일 경기도 화성에 '뉴캠퍼스' 기공식을 개최한다.
베닝크 CEO는 16일 화성에서 열리는 뉴 캠퍼스 기공식 참석차 15일 방한했다.
피터 베닝크 CEO는 뉴캠퍼스에 대해 "성장 산업에서 (사업을) 확대할 필요가 있어 이번 투자를 진행했다"면서 "앞으로 한국에서의 사업도 확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ASML은 지난해 경기도·화성시와 해당 캠퍼스 조성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바 있다.
ASML이 2400억원을 들여 2024년 말 완공 예정인 뉴 캠퍼스는 경기도 화성시 동탄2도시지원시설에 1만6000㎡ 규모로 들어선다. 심자외선(DUV)·극자외선(EUV) 노광장비와 관련한 부품 등의 재(再)제조센터와 첨단기술을 전수하기 위한 트레이닝 센터, 체험관 등이 들어선다.
ASML이 해외 지사에 처음으로 직접 투자하는 것은 처음으로, 최대규모로 지어진다. 특히 오수나 매연을 배출하지 않는 친환경 건물로 지어질 예정이다.
재제조 센터에선 ASML이 공급하는 극자외선(EUV)·심자외선(DUV) 장비 유지보수와 핵심 부품 국산화 작업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국내에서 부품을 조달할 수 있게 되면 장비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해외 이송 등의 절차 없이 관련 비용을 줄이면서 빠르게 수리할 수 있어 국내 반도체 업계엔 이점이 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에도 한국 법인에서 어느 정도 문제를 해결하긴 했지만 캠퍼스가 들어서게 되면 더 신속하게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ASML의 이번 투자로 최근 글로벌 반도체 장비 시장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기업 4곳이 모두 한국에 투자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반도체 장비 시장 점유율은 미국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가 18.6%로 1위, ASML이 18.1%로 2위다. 미국 램리서치와 일본 도쿄일렉트론은 각각 점유율 15%, 13.4%로 3, 4위를 기록하고 있다.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는 지난 9월 차세대 메모리반도체 장비 R&D센터를 신설하기로 했고, 램리서치는 4월 반도체 제조 장비 R&D 센터를 국내에 열었다. 도쿄일렉트론은 지난해 11월 반도체 제조 장비 R&D 센터를 증설하기로 발표한 바 있다.
산업부는 뉴캠퍼스의 한국 유치를 위해 2020년부터 경기도, 화성시, 코트라(KOTRA) 등과 함께 ASML과 긴밀히 협력해왔다. 지난해 11월에는 관계기관간 ASML 화성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을 위한 투자협약을 체결했다. 최근에는 차세대 EUV 장비 규제 개선 방안을 발표하는 등 한국 투자에 걸림돌이 되는 규제를 지속 완화하고 있다. 문동민 실장은 지난달 ASML의 네덜란드 본사를 방문해 추가 투지 유치 협의를 논의하기도 했다.
이번 ASML 뉴캠퍼스 조성을 통해 EUV 노광장비 등 첨단장비 관련 국내 소재·부품 공급망이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실제 ASML은 이번 캠퍼스가 들어서면 국내 중소기업과의 협력을 높여 아웃소싱 비중을 기존 10%에서 50%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동반 성장과 간접 채용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중장기적으로는 한국에 연구·개발(R&D) 센터와 제조시설을 설립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베닝크 CEO는 "향후 한국에서 R&D를 늘려나갈 것"이라며 "기술이 굉장히 복잡하기 때문에 우선 재제조센터로 시작하고, 지식 이전에 5∼10년이 걸리기 때문에 그 이후 제조 기반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ASML은 한국에서 향후 10년간 1400명을 추가로 고용해 사업 기반을 넓힐 예정이다.

ASML은 EUV 노광장비를 독점 생산하는 업체다. 노광 공정이란 미세하고 복잡한 전자회로를 반도체 웨이퍼에 그려 넣는 기술로, EUV 노광장비를 활용하면 짧은 파장으로 세밀하게 회로를 그릴 수 있다.
글로벌 반도체 업계는 EUV 노광 장비를 확보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도 올해 6월 유럽 출장 당시 ASML 본사를 방문해 베닝크 CEO 등 ASML 경영진을 만난 바 있다.
베닝크 CEO는 이번 방한 기간 이 회장을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기자간담회를 마친 뒤 베닝크 CEO는 "내일 이재용 회장을 만나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우리는 늘 고객을 만난다"고 원론적으로 답했다.
닝크 CEO는 또 ASML의 장비 수급 상황과 관련 "내년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장비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긴 어렵다"며 "장비 주문부터 실제 납품까지 걸리는 시간이 경기 침체보다 더 오래 걸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EUV 장비 수요는 급격히 늘어나고 있지만, 그렇다고 출하량을 단숨에 급격히 늘릴 수도 없기 때문이다.
베닝크 CEO는 "내년까지 주문과 출하량을 보면 수요에는 문제가 없다"며 "협력사와 더 많은 장비를 생산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반도체 시장 전망과 관련해서는 "내년은 글로벌 경기 침체로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장기적으로 반도체 산업은 향후 10년간 연평균 9%씩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